법원간 'SK브로드-넷플릭스' 무임승차 분쟁... ISP들 복잡한 속내
상태바
법원간 'SK브로드-넷플릭스' 무임승차 분쟁... ISP들 복잡한 속내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4.27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넷플릭스, 방통위 건너뛰고 소송 제기 법정으로 곧바로
업계, "방통위 영향력 최소화" 추측
해외에선 망 사용료 내는 넷플릭스의 '코리아 패싱'
국내 통신업체들의 각기 다른 입장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망 사용료' 갈등이 법원으로 넘어갔다. 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망 사용료' 갈등이 법원으로 넘어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글로벌 OTT 1위 CP(콘텐츠 제공자)업체 넷플릭스와 국내 ISP(통신사업자) SK브로드밴드 간의 갈등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SKB는 넷플릭스가 유발한 트래픽 폭증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한다는 입장이고,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SKB는 지난해 11월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에 대한 협상을 중재해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정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방통위를 건너 뛰고 민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분쟁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 법원으로 직행한 넷플릭스, "방통위 영향 배제"

넷플릭스의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B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들의 서비스가 SKB 망에 유발한 트래픽,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망 증설 등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의 의견이 구속력이 없다지만 넷플릭스가 이를 건너뛰고 법원으로 간 이유는 망 사용료 분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전차단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이용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0만 명 수준이었던 유료 이용자는 지난 3월 153만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가입자는 약 24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용자들이 지불하는 비용도 막대하다. 1인당 월평균 구매액수는 1만3100원, 월 결제금액은 약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넷플릭스는 또다른 OTT 강자인 유튜브와 더불어 국내 통신사 트래픽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SKB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최근 해외 망 증설을 네 차례나 시행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대신 꾸준히 '오픈커넥트(Open Connect Appliances, OCA)'의 무상 제공을 제안해왔다. OCA는 통신사 망에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둔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시스템이다. 덕분에 트래픽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넷플릭스의 설명이다.

하지만 ISP 업계는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해 비용을 내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는 "캐시서버는 국내 통신망 비용 증가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면서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 협상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점유율은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올해 초 방송된 드라마 '킹덤'은 국내 이용자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의 국내 점유율은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올해 초 방송된 드라마 '킹덤'은 국내 이용자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 패싱? 해외 통신사에는 망사용료 지급

국내 ISP 업계가 더욱 불편한 이유는 넷플릭스가 다른 나라에서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넷플릭스는 다른 나라에서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각국 정부 기관의 규제 판결과 해외 통신사들의 강경한 대응으로 비공식적으로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4년 미국 통신사 컴캐스트에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분쟁이 일어났을 당시 미국의 FCC(연방통신위원회)는 컴캐스트의 트래픽 분쟁에 대해 망중립성 위반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같은해 버라이즌, AT&T, 타임워너케이블에 각각 망 사용료 지급을 합의했다.

프랑스 1위 통신사 오렌지에도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렌지는 넷플릭스에 앞서 구글의 트래픽이 폭증하자 망 사용료를 내라며 접속 용량 증설을 거부했고, 해당 분쟁은 대법원까지 갔다. 결국 구글은 망 사용료를 냈고, 오렌지는 넷플릭스에도 이 방식을 적용했다.

일본의 경우 '글로벌 IT기업 거래정보 확보를 위한 정기 조사'를 통해 글로벌 CP업체에 대한 실태조사 내용, 거래조건 공개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SP 관계자는 "정 안되겠다 싶으면 그때 돈을 내려는 꼼수로 보인다"며 "사실 딱히 (망 사용료를 반드시 내야하는)규제가 없는 이상 이는 넷플릭스 입장에선 손해볼 것 없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 왜 SKB만 넷플릭스와 대립할까

하지만 국내 ISP업체 중 넷플릭스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현재 SKB 뿐이다. 각 통신사들이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 2018년 11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국내에 서비스 중이다. 덕분에 지난해의 경우 IPTV 가입자 수가 447만명으로 전년 대비 45만명이 늘어나는 등 계약 이후 성장세가 지속 중이다. IPTV 매출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또 처음부터 OCA를 도입해 트래픽 과부하 해소에 도움도 받고 있다. 다만 양사 간 계약 비용·계약 기간 등에 관해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이문동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국내 독점 계약 등으로 다양성을 보유한 상태"라며 "2015년 상반기 8.4%에 불과하던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12.4%까지 상승하는 등 IPTV 콘텐츠 경쟁력 강화는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KT는 기본적으로 SKB와 같이 망 사용료를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KT의 속내가 조금 복잡할 것으로 추측한다.

최근 유료방송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이지만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때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해당 규제는 이미 일몰되고 재도입 여부도 불투명하긴 하지만 결정된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해당 시장에서 가입자 수는 곧 경쟁력이다. 때문에 자체 OTT '시즌'을 운영하고 있는 KT입장에서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로 가입자 수를 늘린다면 유료방송 인수·합병 없이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망 사용료를 염두에 두면 섣불리 움직이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KT는 해외 용량이 비교적 넉넉한 편이라 트래픽 폭증에 유연하게 대체할 수 있다. 때문에 도드라지진 않지만 어쨌든 CP의 망 이용대가 지불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 때문에 KT는 SKB와 넷플릭스 간의 분쟁을 지켜보는 상황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