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줌마의 종횡무진] '코로나 위문품' 찾기 너무 힘든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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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줌마의 종횡무진] '코로나 위문품' 찾기 너무 힘든 이집트
  •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 승인 2020.04.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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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에 고국서 '구호물자(?)' 보내겠다는 호의 많아
마음만 받을 수 밖에...국제 화물 찾기 너무 힘든 이집트
통관시 관세 높고, 서류준비·절차 까다로와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코로나는 관광대국 이집트도 문 닫게 만들었다. 지난 3월15일부터 2주 일정으로 발동됐던 전국 휴교령은, 2주가 다시 연장됐다. 4월에는 부활절 휴일(방학)이 2주 있어서 사실상 4월말까지 아이들은 방학을 맞이했다. 다시 학기가 시작됐지만 이집트에서 코로나19 감염자는 여전히 증가 추세라, 당분간 온라인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하늘 길도 끊겼다. 3월 19일부터 2주간 예정으로 시행됐던 비행기 운항금지 조치가 2주씩 연장됐는데, 소문으로는 5월 중순에 영국행을 필두로 조금씩 열릴 수 있다고 한다. 3월 25일부터는 야간통금이 실시됐다. 초창기에는 저녁 7시부터 아침 6시까지 이동을 금지했는데, 라마단이 시작된 지금은 저녁 9시로 통금 시간이 늦춰졌다.

이런 저런 정부 조치들이 많이 발표됐지만, 코로나 확산 추세가 쉽게 잡힐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대낮의 거리엔 조깅하는 사람들, 무리 지어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잔디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평소보다 더 많아졌다. 거리에 마스크나 장갑을 낀 사람은 열의 하나 정도 수준인데, 무리 진 용감한 사람들은 그마저도 생략했다.

라마단 금식 기간이 시작되면 낮 동안 움직임이 뜸해지기 때문에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정부가 경제난 타개를 위해 그나마 취해졌던 조치들을 완화할 모양새다.

이집트 상황이 이쯤 되니, 한국에서도 가족을 비롯해 지인들이 내게 안부 문자를 속속 보내왔다. 많은 분들이 마스크는 충분히 있느냐, 음식은 제대로 챙겨먹고 있느냐, 빨리 귀국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해주셨다. 그러면 나는, 마스크는 충분히 있진 않지만 이동할 일이 거의 없다보니 잘 말려서 쓰고 있다고, “확찐자, 옷이 작아 격리” 상태이니 먹는 것 걱정 말라고 답했다. 물론 한국 음식이 많이 그립다는 말과 함께.

그러면 어머니를 비롯해 친한 친구들이 파김치, 라면, 김 등을 보내주겠노라고 선뜻 호의를 베풀어준다. 이렇게 선뜻 나에게 손을 내어주는 그들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은 마음만 받겠노라며, 그 호의를 한국에 가면 꼭 다시 베풀어달라고 당부한다.

코로나로 간혹 있던 지인들의 방문도 끊기니, 김 등 한국 식재료가 속속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나 역시 소포로 받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겠냐마는, 거절하는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물론 당장은 하늘 길이 끊겼기 때문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집트에서 국제 우편을 받는 것은 한국에 비해 그 절차와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 인근 기자지역의 대(大)피라미드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처 응원 행사. 사진= AFP/연합뉴스
이집트 수도 카이로 인근 기자지역의 대(大)피라미드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처 응원 행사. 사진= AFP/연합뉴스

이집트 거주 첫 해에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멋모르고 해외 직구를 시도했다. 가격이 얼마 되지 않은 전자제품이었는데, 주문 후 그 상품을 받는 데까지는 3개월 정도가 걸렸다. 우리로 따지면 우편집중국 같은 곳에도 4차례나 다녀와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관세를 100% 정도 지불한 후에야, 간신히 우편물을 수취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야, 이집트에 사는 교민 치고 국제우편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없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부분이 높은 관세와 전자제품에 대한 엄격한 통관이 문제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시스템 때문에, 소포 수취를 포기했다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나에게도 전자제품 수취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포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권고한 사람이 여럿이었다.

해외 직구 전자제품을 받기 위해서 수차례 정부 관서를 들락거려야 했던 것은, 갈 때마다 공무원들이 하나씩 증빙 서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제품 설명서 등을 아랍어로 번역해 제시할 것을 요청 받았고, 그 다음에는 ‘불순한’ 의도의 제품 구입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신원 증빙을 요구했으며, 뒤이어 다른 정부 관서에서 관련 제품에 대한 인증서를 발급받아 제출했다. 한 번 방문할 때마다, 2~3시간 대기는 기본이었다.

아이 생일을 축하한다며 할머니가 보내온 아이 옷의 통관도 쉽지 않았다. 지인은 한국에서 2만원이면 살 수 있는 옷에 2~3배의 관세를 붙이니 포기하고 싶었지만 할머니의 선물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내고 받아왔다고 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친구가 라면과 한국과자를 선물이라며 보내줬는데, 2만원 상당의 선물박스는 항공 우편료 5만원과 우편물 수취 수수료 5만원 등 총 10만원 상당의 추가비용을 떼 갔다. 물론 전자제품에 비해 비교적 빠른 시간 내 물건이 도착하긴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이삿짐 컨테이너의 경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소식이다. 필자가 인도양을 건넜던 2년 전에는 그나마 관세가 예측치를 벗어나지 않았는데, 작년부터 들어오는 주재원들의 짐에는 어마어마한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더 재미난 것은 버티고 버티면 그 관세도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주재원 가족은 관세가 1000만원이 나왔는데, 내용물을 다 팔아도 1000만원이 안될 거라며 하소연을 했다. 결국 몇 달을 걸려 최종 관세는 최초 관세의 1/4 수준으로 지급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니 필자에게 전해 줄 식재료는 반드시, 직접 들고 오실 것을 강추하는 바이다. 언제쯤 이집트의 문이 열릴지, 코로나에서 안전한 세상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은 기자, 국회의원 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이집트에 잠시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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