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디스토피아 영화 ‘사냥의 시간’…뛰어난 연기 but 지루한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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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디스토피아 영화 ‘사냥의 시간’…뛰어난 연기 but 지루한 추격전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4.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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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설국열차' 같은 디스토피아 영화...미래없는 친구들의 범죄와 추격전 그려
코로나19로 인한 개봉연기 등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 통해 전세계 공개
충무로 대세 배우들의 연기 뛰어나나 평면적 스토리와 지루한 추격전 등 아쉬워
국내 최초로 베를린영화제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평론가들 호평 받기도
사냥의 시간 스틸 컷.사진=네이버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컷.사진=네이버 영화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대말이다. '유토피아'가 상상 속의 세계, 꿈에 그리는 세계를 뜻한다면 '디스토피아'는 부정적이고 불안한 가상의 세계를 뜻한다. 주로 문학이나 영화에서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기 위해 도입하는 쟝르적 특성이다. 
디스토피아 영화는 현대 사회 속에 내재한 사회문제, 예컨대 빈곤, 양극화, 저출산, 난민, 자연재해, 기후변화, 핵위협 등의 문제들이 불특정한 미래에 불거지면서 절망의 시대가 도래하게 됨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최근에는 마치 코로나 19를 예언한 영화라 여겨지는 '컨테이젼', '감기', '나는 전설이다'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외 디스토피아 영화 중 대표적인 영화로는 '칠드런오브맨', '매드맥스', '설국열차', '월요일이 사라졌다' 등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2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독특한 도입부, 음울한 배경과 음악 등으로 눈길을 끈다. 그간 개봉된 국내 디스토피아 영화들이 많지 않아 경쟁력 있는데다 최근 들어 TV에서도 쟝르물이 인기를 끄는 분위기라 공개를 기다린 이들에겐 환영받을 듯 하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세 친구와 이들을 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희망이 사라진 도시. 그들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사진=네이버영화
희망이 사라진 도시. 그들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사진=네이버영화

 

미래가 없는 친구들….그들의 헛된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경제가 무너지고 나라는 파탄 지경인 미래의 도시. 치안은 엉망이고 무장강도가 판친다.

교도소에서 3년만에 출소하는 친구 준석(이제훈)을 마중 나온 장호(안재홍)와 기훈(최우식)은 준석이 출소하자마자 대만 휴양지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자고 하자 어리둥절해진다. 준석은 수감중 만난 사람이 사업을 도와주기로 했다며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벗어나자고 친구들을 설득한다.

하지만 준석이 사업자금으로 쓰려던 돈은 환율 폭락으로 휴지 조각이 돼있었고 경제가 파탄나 당장 직업도 구하지 못하는 신세. 준석은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불법도박장에 가서 상수(박정민)를 만나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종용하고 갚지 못한다면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한다.

그들이 노리는 곳은 도박장의 금고. 준석은 마지막이라며 친구들을 설득한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으니 한탕하고 대만으로 떠나 새 삶을 시작하자고 한다. 장훈은 어차피 밑바닥 인생인데 사람답게 살자며 갈등하는 기훈을 설득한다.

상수의 도움으로 CCTV 위치를 파악하고 사전준비를 마친 친구들은 총포상에서 무기를 구해 도박장을 급습한다. 금고를 터는 것에 성공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청부를 받은 킬러 한(박해수)은 먼저 상수를 찾아오고 친구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친구들은 유일하게 가족이 있는 기훈의 집에가서 집밥을 먹으며 오랫만에 가족의 정을 느낀다. 엄마에게 스웨터를 선물하고 작별인사를 나누는 기훈과 친구들. 그들은 과연 '지옥같은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범죄를 저지른 친구들과 그들을 쫓는 킬러와의 스릴러 추격전. 사진=네이버영화
범죄를 저지른 친구들과 그들을 쫓는 킬러와의 스릴러 추격전. 사진=네이버영화

 

뛰어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의문 떠오르는 전개 아쉬움

영화 ‘파수꾼’으로 2010년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었던 윤성현 감독이 연출했고,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충무로 대세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 '사냥의 시간'.

회색빛 도시와 무겁게 깔리는 배경음악 등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코로나 19로 가뜩이나 불안한 관객들에게 모든게 해체된 암울한 미래에 대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미래가 없는 친구들을 비추는 카메라 역시 극도로 불안한 표정을 섬세히 담아낸다. 국내에도 드디어 볼만한 디스토피아 영화가 탄생한 것 아닌가하는 기대를 가지게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밋밋한 캐릭터들은 입체적이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 이와 쫓는 자의 추격전이라는 너무도 뻔하고 평범한 스토리는 복선과 반전에 열광하는 영화팬들을 사로잡기 힘들어 보인다. 1시간을 끄는 추격전은 간혹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루하다는 평. 

대부분 디스토피아 영화는 가공의 미래를 다루면서 현재의 심각한 사회문제나 기후변화 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영화인데 '사냥의 시간'에서 보여진 극심한 양극화, 대량 해고 등은 친구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변명처럼 그려져 안타깝다. 

영화는 지난 2월 열린 베를린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스페셜 갈라 섹션은 뛰어난 특징과 형식을 지닌 동시대 영화 감독들의 신작을 선보이고, 대중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영화가 초청되는데 국내 영화로는 '사냥의 시간'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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