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코로나19가 바꿔놓은 '성스러운 달' 라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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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코로나19가 바꿔놓은 '성스러운 달' 라마단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4.25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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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 출입금지·이프타 만찬 금지...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
드라이브 스루 통해 음식 제공하는 모스크도 있어
아랍 등 일부 국가는 라마단과 동시에 이동제한령 완화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한 모스크에서 이슬람 교도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한 모스크에서 이슬람 교도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23일부터 전 세계 이슬람 교도들에게 가장 신성한 시기로 알려진 라마단(Ramadan)이 시작됐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의 9번째 달로, 이슬람 교도들에게 있어서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달이기도 하다. 한 달간 이어지는 라마단 시기는 해당 국가의 이슬람 학자와 천문학자가 정하기 때문에 국가별로 하루 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슬람 교도들은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에는 식사나 흡연, 심지어 물을 마시는 행위도 금한다.

해가 지고 난 이후 물과 대추야자를 먼저 먹은 후 모스크를 방문해 기도시간을 갖고,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이프타(Iftar)라고 불리는 저녁식사를 즐긴다.  모스크나 학교 등에서 이프타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전 세계 18억명의 이슬람 교도들은 올해의 '성스러운 달'을 조금 다른 분위기로 시작하게 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빠르게 확산된 탓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수많은 국가에서 올해 라마단 기간 동안 모스크에서 기도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이슬람 신도들은 자택 내에서 기도를 드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저녁식사 역시 가족들과 함께 간단히 즐길 것을 권고하고 있다. 라마단이 끝난 이후에는 이슬람 국가의 최대 명절인 '이드(Eid)'가 3일간 이어지지만, 이 역시 간소하게 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무슬림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라마단 기간 내 이동제한 명령을 준수해줄 것을 당부했다. 

인도네시아는 라마단 말미에 이뤄지는 수도권 주민들의 고향 방문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다음달 말까지 육로 통행을 막고, 항공기와 선박은 오는 6월 초까지 운항을 금지할 예정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올해 라마단은 코로나19로 인해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라며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예배드리는 규율을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말레이시아 압둘라 국왕 역시 "모든 무슬림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규정을 지키면서 건강을 유지하기 바란다"며 "힘든 시기를 인내하고, 이동제한 명령을 준수해달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3월18일부터 이동제한령을 실시중이며, 오는 5월12일까지로 예정돼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 대모스크 출입 금지를 라마단 기간에도 유지하고 있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도 모스크 출입을 금하며, 재택 기도를 권고하고 있다.

터키 역시 대규모 공동 식사를 금지했으며, 이집트는 라마단 기간 동안 야간통행을 금지했다. 

일부 모스크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이프타'를 실시해 음식을 제공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기도와 설교 역시 준비하고 있다. 일부 젊은 세대들은 화상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이프타' 만찬을 시도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국가들은 라마단의 시작과 함께 이동제한령을 다소 완화했다. 

아랍권 일간지 칼리즈타임즈에 따르면, 두바이 당국은 "피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프타 만찬을 위해서) 5명 이하의 가족이나 친척만 모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경우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4일부터 24시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으나, 라마단 시작과 함께 규정을 다소 완화했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정상적으로 운영하지만, 최대 30%의 인원만 수용할 수 있다. 사무실 역시 하루 최대 6시간 근무할 수 있으며, 출근 인원이 전체 인력의 30%를 초과하면 안된다는 규정을 더했다. 슈퍼마켓과 쇼핑몰도 문을 열었으나 무리를 지어 다녀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야외에서 산책을 할 때에도 하루 1~2시간 가족 3명 이내와 함께 할 수 있다. 

파키스탄 역시 라마단 기간 모스크 출입 금지를 해제했다. 다만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는 2미터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덧붙였다.  

칼리즈타임즈는 "라마단의 시작과 동시에 더 많은 이동의 자유를 허용하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엄격한 예방조치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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