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주범’ 검거…펀드 투자금 상환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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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주범’ 검거…펀드 투자금 상환은 가능할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24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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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상환 장담 못해
증권사 TRS 계약 변수
‘배드뱅크’ 설립도 난관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1조원대 투자자 손실을 낸 ‘라임자산운용 사태’ 핵심 인물들이 잇따라 검거되면서 투자금 상환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환매 중단 펀드의 판매사들은 ‘배드뱅크’를 설립, 자산 회수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를 맺은 증권사들이 투자자들보다 먼저 자금을 회수하는 점도 변수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전일 서울 모처에서 경찰에 붙잡힌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서울남부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사장과 함께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경찰에 붙잡혀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이 전 부사장의 경우 라임자산운용의 최고운용책임자(CIO)로서 불법적인 펀드 운용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자금을 이용해 무자본 인수합병(M&A) 형태로 ‘기업사냥꾼’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 자산 현금화 어려운데 형평성 우려까지

다만 두 사람이 검거됐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 상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지만 투자금 상환은 별개의 문제다.

현재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는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인슈어드’(CI) 1호 등 4개 모(母)펀드와 173개 자(子)펀드다. 환매 중단 펀드 규모는 총 1조6679억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이 지난 13일 발표한 ‘환매 중단 펀드 내 자산 현금화 계획’에 따르면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의 회수 예상은 각각 4075억원, 1332억원으로 총 5407억원다. 환매 중단 시점인 지난해 10월말 기준 두 펀드의 장부가액은 ‘플루토 FI D1호’가 1조2337억원, ‘테티스 2호’가 2931억원으로 총 1조5268억원이었다. 장부가액 대비 예상회수율은 각각 33.0%, 45.4%로 두 펀드 평균 회수율은 35.4%에 불과하다.

아직 ‘플루토 TF1호’와 ‘크레디트 인슈어드 1호’의 상환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업계에선 ‘플루토 TF 1호’의 경우 전액 손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펀드 투자자들에 대한 상환은 모펀드 자산을 현금화한 뒤 자펀드에 나눠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펀드를 통해 투자금을 모집해 모펀드에 투자, 모펀드가 돈을 굴리는 운용 방식과는 반대다. 현금화된 모펀드 자산은 투자 비율에 따라 자펀드에 분배된다.

관건은 자산 현금화 여부와 그 시점이다. 환매 중단 펀드의 가장 큰 문제는 단기 수익률을 위해 ‘좀비기업’ 수준의 코스닥 상장사의 부실 자산을 매입했다는 점이다. 향후 부실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현금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환매 중단 펀드 대부분 메자닌‧사모채권 등 처분이 쉽지 않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에 투자한 탓이다. 사모채권의 경우 만기가 있어 만기 때까지 기다렸다가 현금화해야 그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펀드별로 ‘플루토 FI D-1호’는 국내 사모채권에, ‘테티스 2호’는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국내 메자닌에 주로 투자했다.

해외무역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한 ‘플루토 TF 1호’는 40%를 재간접 투자한 미국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다단계 금융 사기, 이른바 ‘폰지 사기’와 연루돼 있다. ‘크레디트인슈어런스 무역금융펀드’는 정상적으로 운용되다 라임자산운용의 ‘돌려막기’ 과정에서 ‘플루토FI D-1호’ 등에 투자, 연쇄 손실을 입게 됐다.

펀드 상환 과정에서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환매 중단 펀드들이 개방형 펀드(수시 환매)로 운용되다보니 투자자마다 투자 시점‧규모 등이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별 상환 시점에 따라 모펀드 자산 가치 변화로 인한 투자자별 손실률도 달라질 전망이다.

◆ ‘배드뱅크’ 설립 실효성에 의문

라임자산운용과 증권사들 간 TRS 계약 또한 펀드 상환 규모에 변수로 여겨진다. TRS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의 요구에 따라 주식‧채권‧메자닌 등의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는 계약이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사실상 대출을 받아 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증권사는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TRS 계약이 종료되면 증권사들은 수익률과 상관없이 일반 투자자보다 우선순위로 자금을 상환 받을 권리가 있다. 증권사가 먼저 자금을 회수하면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 불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대신증권이 판매, ‘테티스 2호’에 투자하는 자펀드인 ‘테티스 9호’와 ‘타이탄 7호’의 예상 회수 금액은 0원으로 집계됐다. KB증권이 판 ‘AI스타 1호~3호’와 신한금융투자의 ‘새턴 1호’ 펀드 역시 전액 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모두 증권사와의 TRS 계약이 얽힌 펀드들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됐다. 다른 자펀드의 평균 회수율은 40%~50% 수준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증권사별 TRS 계약 금액은 ▲신한금융투자 6005억원 ▲한국투자증권 1567억원 ▲KB증권 1000억원 ▲NH투자증권 98억원 순이다. 이중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과 공모, 환매 중단된 펀드들의 부실 내용을 알고서도 펀드를 판매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펀드 상환 규모는 증권사들의 선순위 자금 회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보다 먼저 자금을 회수할 경우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권사 입장에서도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판매사들은 환매 중단 펀드들의 자산 회수를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배드뱅크는 금융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한 기관으로 국내에서 자산운용사 형태의 배드뱅크가 설립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대적으로 펀드 판매 규모가 큰 우리은행(3577억원), 신한금투(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대신증권(1076억원), 메리츠증권(949억원), 신영증권(890억원) 등 판매사 6곳이 배드뱅크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사마다 설립‧운영 방식과 출자 규모에 대해 입장 차가 있는 점이 난관으로 꼽힌다. 배드뱅크가 설립되더라도 자산 현금화 등이 원활히 이뤄지는 건 다른 문제다.

다만 금융당국은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환매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이 지난 1월 환매가 중단된 펀드 자금 중 195억원을 김 전 회장 소유의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한 정황이 알려진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절차를 통해 불완전판매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사들도 라임자산운용의 불법적인 펀드 운용으로 인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배상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도 있다. 또 판매사가 배상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분쟁조정은 법적 효력을 지니지 않는다.

◆ 핵심 인물 검거…검찰 조사 탄력 받을 듯

한편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 검거로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조사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자산운용이 최대주주로 있던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자금을 대주는 대가로 외제차와 명품가방‧시계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도주한 지 5개월 만에 붙잡혔다.

이 전 부사장과 함께 검거된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옛 인터불스)에 투자된 라임자산운용의 투자금 등 총 517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고향 친구인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에게 49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네고 라임자산운용 검사 관련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김 회장은 재향군인회상조회 인수 후 300억원대 예탁금을 가로챈 혐의와 수원여객 161억원 횡령사건 연루 혐의 등도 받는다. 지난 1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잠적, 이 전 부사장과 도피 생활을 해왔다. 경찰은 김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아울러 검찰은 23일 금융위원회 라임자산운용 관련 부서를 대상으로 처음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구체적인 압수수색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문제를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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