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8천~9천톤 생산...유럽서 '원산지 보호상품' 승인
채엽시기 따라 퍼스트, 세컨드, 몬순, 오텀널로 나뉘어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인도는 연간 130만 톤 전후의 홍차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홍차 생산국이다. 국가 단위로 볼 때 연간 홍차 소비량 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아 약 100만 톤을 국내에서 소비한다. 인도의 주요 홍차 생산지는 아삼, 다즐링, 닐기리 이렇게 3곳을 꼽는다.
히말라야 산기슭에서 자라는 차나무
다즐링(Darjeeling)은 네팔과 부탄 사이에 위치하며 히말라야 산맥이 가로막고 있는 인도와 중국(티벳트)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히말라야 산 기슭에 위치하며 차나무는 대략적으로 500m에서 2000m 정도 되는 고도에서 자란다.
맑은 날에는 세계에서 3번째 높은 산인 칸첸중가의 눈 덮힌 봉우리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이다. 이런 평범치 않은 자연환경에서 재배되는 차나무가 만들어내는 다즐링 홍차는 그 맛과 향의 차별성으로 홍차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 인도 전체 재배 면적의 3% 남짓, 연간 생산량은 8천~9천 톤 수준으로 인도 전체 홍차 생산량의 1%에도 훨씬 못 미치지만 인도 농산물 중에서는 처음으로 유럽에서 원산지 보호 상품으로 승인 받았다.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와 세컨드 플러시
인도 북쪽에 위치하며 고지대다 보니 찻잎이 채엽 되지 않는 겨울이 12월에서 2월까지 이어진다.
이 시기를 제외하고 연중 생산되는 홍차는 생산되는 시기에 따라 맛과 향이 아주 다르며 이것이 다즐링 홍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특히 3~4월에 생산되어 봄 차(Spring Flush)라고도 불리는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First Flush)와 5~6월에 생산되어 여름 차(Summer Flush)라고 불리는 다즐링 세컨드 플러시(Second Flush)는 그 맛과 향의 독특함으로 다즐링 홍차를 대표한다.
이전 보다 산화를 점점 더 약하게(짧게)해서 최근의 퍼스트 플러시는 마른 찻잎도, 수색도, 우리고 난 후 찻잎도 거의 녹차에 가깝다.
따라서 퍼스트 플러시는 아주 쉽게 표현하면 녹차에 꽃 향이 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히말라야 기슭에서 자란 차나무의 싹과 아주 어린잎으로 이루어진 연녹색의 찻잎이 뿜어내는 신비로운 맛과 향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홍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퍼스트 플러시는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홍차라고 볼 수 있다. 가격 또한 중국홍차를 제외하면 홍차 중에서는 평균적으로 가장 높게 형성되어 있다. 독일인과 일본인이 특히 선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인기 있다.
같은 지역, 같은 차나무 찻잎으로, 같은 사람(Tea Manager)이 생산하지만 세컨드 플러시는 전혀 다른 맛과 향을 가진다. 계절의 변화가 차나무에 미치는 영향과 이것을 활용하여 생산자들이 가공방법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퍼스트 플러시에 비해 산화를 충분히(길게) 시켜 찻잎도 적색에 가깝고 수색도 짙은 호박(琥珀)색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홍차에 가깝다.
깊고 복합적인 맛과 향으로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풍성함이 매력이다. 홍차의 샴페인이라고도 불리는 세컨드 플러시를 대표하는 것으로는 무스카텔(Muscatel) 향이 있다. 살짝 달콤한 맛으로 유명한 와인인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를 만드는 머스캣(Muscat) 포도 품종과의 연관성으로 유명해진 향이다. 하지만 이 무스카텔 향이 정확히 어떤 향인지에 관해서는 많은 오해가 있기도 하다.
몬순 플러시와 오텀널
7월에서 9월 사이는 장마철이다. 이 때도 물론 차는 생산되며 몬순 플러시(Monsoon Flush)라고 불린다. 생산량은 제일 많지만 맛과 향에서 섬세함이 부족하다. 가격 또한 저렴해 보통은 티백제품으로 많이 사용된다.
9월에서 11월 중순까지 생산되는 오텀널(Autumnal)은 그 동안 필자에게 맛없는 세컨드 플러시로 여겨졌었다. 그런데 최근 전혀 다른 맛과 향의 오텀널도 나오고 있다. 다즐링 홍차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감에 따라 생산자들이 품질 향상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즐링 지역에는 87개 다원이 있다. 일정한 면적의 차 밭과 여기서 생산되는 찻잎으로 차를 만드는 티 팩토리(Tea Factory)로 구성되어 있는 홍차생산의 최소단위라고 볼 수 있다. 1850년대부터 설립되기 시작했으니 많은 다원들이 160년 전후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마카이바리 다원, 정파나 다원, 마가렛 호프 다원, 캐슬턴 다원, 암부샤 다원 등은 전 세계 다즐링 홍차 애호가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이름들이다. 각 다원마다 나름의 독특한 맛과 향으로 매년 홍차 애호가들의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아쉬운 것은 코로나가 다즐링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3월말부터 다즐링 지역 다원들의 찻잎 채엽이 전면 중단되고 있다. 2020년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는 매우 귀할 것 같다. 어쩌면 세컨드 플러시도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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