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코로나위기서 상생·소통 돋보인 정용진...신세계도 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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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코로나위기서 상생·소통 돋보인 정용진...신세계도 띄울까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4.23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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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소상공인·협력사 위해 통큰 지원
재계 SNS 스타 등극하며 충성고객 확보
오프라인 채널 부활, 해법은
글로벌 위기 속 책임경영 회피 논란 여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국내외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변하면서 기존 유통공룡들이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진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적극적인 SNS 활동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며, 충성고객 확보는 물론 신사업 홍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총수 중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행보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를 총동원해 그룹 오프라인 채널에 입점한 소상공인을 지원해 주요 언론의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합을 맞추며 상생 경영의 모범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재계의 ‘키다리 아저씨’, 백종원 대표 SOS에 응답

정 부회장은 23일 오후 10시 방송될 SBS ‘맛남의 광장’에서 또다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한다.

백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정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남 왕고구마 재고물량을 신세계그룹 계열 유통 채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부탁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백 대표의 요청을 수락, 이날부터 이마트와 SSG닷컴,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을 통해 해남 왕고구마 300톤을 판매한다.

우선 이마트는 왕고구마 213톤을 28일까지 선보이고, SSG닷컴(7톤)와 이마트에브리데이(12톤)는 재고소진까지 각각 판매한다. 해당 상품은 일반 고구마 대비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이와 함께 신세계TV쇼핑은 이날 밤 11시40분과 27일 저녁 7시35분 두 차례에 걸쳐 일반 고구마와 못난이 고구마를 혼합한 8kg 대용량 기획상품을 선보인다. 신세계푸드는 3톤을 매입해 ‘고구마 연유 브레드’로 상품화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에도 ‘맛남의 광장’에 출연해 강원도 농가에서 버려지는 못난이감자 30톤을 사달라는 백 대표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한 바 있다.

못난이감자는 맛에 문제가 없지만 흠집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자다. 당시 정 부회장은 “한번 힘써보겠다”며 “안 팔리며 제가 다 먹죠. 뭐”라고 답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못난이감자’는 방송 다음 날 전국 이마트 매장과 온라인몰(SSG닷컴)에서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900g당 780원) 가격에 판매해 이틀 만에 완판됐다.

또한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못난이감자로 만든 감자옹심이를 먹는 인증사진까지 올려 직접 홍보까지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피드.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피드.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신사업·일상 공유하며 재계 대표 ‘SNS 스타’ 등극

그는 과거부터 SNS 활용해 신제품은 물론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사업들 공개해왔다.

스타필드, PK마켓 등 국내 사업장이나 해외 출장지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하거나, 이마트 PB(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 및 피코크 신제품을 올려 홍보하기도 했다. 사업뿐 아니라 자녀들과의 일상, 반려견, 요리, 맛집 탐방 등을 공유하면서 누리꾼들과 소통해왔다.

즐겨찾는 맛집이나 식료품점을 선정해 외식 사업과 연계하기도 한다. 서울 홍대의 유명 중식당 ‘초마’,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금돼지식당’과 ‘진진’ 등을 피코크와 연결해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5만명 이상이다. 그가 ‘SNS 스타’나 ‘인플루언서’로 불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오너가 직접 자사의 상품을 홍보하고 시식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신뢰감이 커질 수 있다”면서 “기존 고객의 충성도는 더욱 확고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룹도 코로나19 사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초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협력사를 대상으로 90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 등 7개 계열사가 전사적으로 참여했으며 ▲상품 결제대금 우선지급 ▲동반성장펀드를 활용한 저금리 대출 ▲임대료 납부 유예 및 인하 등을 지원했다.

아울러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 지역 현장 의료진과 구급대원, 자원봉사자를 위해 간편식·마스크·소독제 등으로 구성된 ‘힘내라 키트’ 3000세트를 긴급 제작해 전달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2월24일 대구광역시에 마스크 10만장을 기부하고, 이틀 뒤 성금 10억원을 ‘희망브리지 전국재난구호협회’에 기탁하기도 했다.

코로나19와 오프라인 유통 채널 부진 영향으로 한산한 스타필드 고양 내부.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와 오프라인 유통 채널 부진 영향으로 한산한 스타필드 고양 내부. 사진=연합뉴스

오프라인 채널 부진…이마트 부활 시급

개인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과 별개로 신세계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점은 정부회장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507억원으로 전년 대비 67.4% 급감했다. 이 시기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이마트의 본업인 할인점(대형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827억원으로 44.6% 감소했고, 이커머스 자회사인 SSG닷컴은 판촉비 부담으로 81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결국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강희석 대표를 구원투수로 영입, 연간 900억원의 적자를 내는 전문점을 위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H&B(헬스앤뷰티) 스토어 ‘부츠’ 매장은 지난해 33개에서 현재 2개(이마트 자양점, 트레이더스 김포점)로 줄었다. SSG닷컴의 부츠몰 역시 전날 영업을 종료했다.

잡화전문점 ‘삐에로쇼핑’ 역시 7개 점포 가운데 대구백화점 내 1개 매장을 제외하고 모두 폐점한 상태다.

그나마 이마트의 올해 1분기 총매출액은 3조78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비축식료품 구매 증가와 지난해 실적 악화에 따른 기저효과로 영업이익 증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기존 소비침체와 소비패턴 변화를 극복할 혁신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마트 측은 대형마트 리뉴얼과 함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편의점 ‘이마트24’ 출점을 늘려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지만 정부의 규제를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4.15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 여당과 범진보 진영은 꾸준히 대형 유통기업에 대한 규제 정책을 추진해왔다. 참고로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만 유통산업발전법이 100건이 넘게 발의됐다. 이는 업계 대표 규제 법안으로 대부분 신규 출점 제한과 복합쇼핑몰에 대한 의무휴업 등을 골자로 한다.

투자금만 1조원에 달하는 ‘스타필드 청라’(50만4000㎡ 규모)는 당초 올해 상반기 중 착공해 2021년 개장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행정 절차 지연과 사업계획 수정으로 인해 예상 개장 시점이 2023년 이후로 늦춰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며 “과거 규제 법안을 발의할 당시와 업황이 달라진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연쇄 위기…정용진 경영전면 등장할까

상황이 이처럼 악화됐지만 의사결정구조 정점에 있는 정 부회장은 사내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고 있어 책임경영 회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 부회장과 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과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는 2013년 이후 사내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과 신세계그룹은 “대주주는 회사의 중장기적인 성장성에 무한책임을 갖고 있다” “전문경영인(CEO)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다만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예측 불가능한 악재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경영 전면에 나서 위기를 돌파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재계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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