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오르는데’…원·달러 환율 '상승 전망' 우세한 이유는
상태바
‘코스피 오르는데’…원·달러 환율 '상승 전망' 우세한 이유는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23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달러환율,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
23일 약보합반전...달러당 1220원~1230원대 유지
"당분간 추가 하락 어려울 것"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다소 회복됐으나 ‘강(强) 달러’는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특히 유로존의 경기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이 가운데 대규모 재정‧통화정책을 추진하는 미국은 달러화 가치를 지지하겠다고 나섰다. 출렁이는 국제유가는 금융시장의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선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다시 변수로 떠올랐다. 주식시장의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도세도 부담이다.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뚜렷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원 1.9원내린 1230.1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 3거래일동안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월 2일 1158.10원(종가 기준)으로 올해를 시작했던 환율은 국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3월19일 1285.7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달 들어 상승 폭을 반납, 1208.80원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반등하면서 1230원대까지 올라섰다. 

◆ 유로존 경기 불확실성 여전

최근 원‧달러 환율이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건 원화 가치보다 달러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세가 둔화,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포심이 누그러지고 있지만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 강 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3.0%로 제시한 바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는 평가다. 미국‧유럽‧중국 등에선 이를 뒷받침할 만한 부진한 생산‧소비지표가 발표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선 주요국의 통화‧재정정책 공조에 따라 글로벌 경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지표가 줄줄이 발표되면서 이제는 “시장의 막연한 기대감은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반론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에 비해 불확실성이 높은 유로존 경기도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현재 유럽에선 이른바 ‘코로나 채권’ 발행과 관련 국가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국가들은 유로존 구제금융기금인 ‘유럽안정화기구(ESM)’를 통해 남유럽 국가들을 돕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은 까다로운 조건을 전제로 한 ESM보다 자국 내 시장금리보다 낮은 수준이 적용되는 코로나 채권 발행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대규모 재정정책이 나온 데다, 시장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이라 코로나 채권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당분간 양측의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유로존 경기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면서 유로화 가치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 美 달러화 가치 ‘방어’ 나서

또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대규모 재정‧통화정책을 펼치는 미국 정부는 달러화 가치를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 재무부는 454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전하는 조건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대규모 자산 매입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즉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연준이 매입, 재정 정책을 펼치는 방식이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실행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정책 기조를 유지하려면 달러화 가치를 사수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강한 달러는 전반적으로 좋다(Strong dollars are overall very good)”고 말하기도 했다. 그간 수출 경쟁력을 위해 연준 등에 ‘약(弱) 달러’를 촉구한 데에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 달러 지지 발언은 화폐 가치를 지켜야 하는 정책 방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낮은 비용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달러화 가치를 방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점도 달러화 등 안전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을 자극할 수 있다. 앞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계약 만기일 전일인 지난 20일 사상 처음으로 –37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6월물 WTI는 22일 13.78달러로 급반등했다.

소병은 NH선물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회복됐지만, 미국 원유 재고가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가 하락 위험이 남아 있다”며 “안전자산 수요가 유지되는 한편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심리 측면에선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불러일으켰던 코로나19 사태 진정 기대감도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치료제 개발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데다, 중국을 중심으로 재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료=서울외환시장

◆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투자자 매도세 부담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신흥국통화들은 각국 여건에 따라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원화의 경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감한 데다 금융시장에 경제 충격 여파가 선반영, 강한 약세 압력은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정‧통화정책을 확대하는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브라질 등 정책 여력이 많지 않은 신흥국이 우려를 받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다만 지난 22일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나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직 김 위원장의 동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단기간에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 순매도세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5일부터 30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간 바 있다. 이달 17일 300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그 이후 22일까지 3거래일동안 순매도를 계속했다. 배당 역송금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순매도세가 이어진다면 원‧달러 환율은 박스권에서도 ‘위’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1.4%로 발표됐지만 세계적 흐름인 만큼 외환시장 영향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외국인 배당 역송금 수요에 김정은 건강 이상설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원‧달러 환율의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