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6월물도 ‘마이너스行' 우려…원유 선물 ETN‧DLS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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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6월물도 ‘마이너스行' 우려…원유 선물 ETN‧DLS 어쩌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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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6월물 11.57달러에 마감
원유 선물 ETN 하한가 속출
만기 앞둔 DLS는 손실 우려
“단기간 내 유가 반등 어려워”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국제 유가가 역사적인 폭락세를 보이면서 원유 상장지수증권(ETN)‧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이 비상에 걸렸다. ETN 가격 역시 하락하고 있고 괴리율이 급등한 종목들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DLS 투자자들 또한 만기 때 원유 가격이 반등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공포심에 휩싸였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단기간 내 국제 유가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분간 ETN‧DLS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3.4%(8.86달러) 떨어진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만기를 맞은 5월물 WTI는 전일 마이너스(-)37.63달러에 마감한 바 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당초 시장은 선물 투자자들이 만기를 앞둔 5월 인도분을 팔아치우고 6월물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왜곡됐다고 판단, 6월물 가격은 20달러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6월물 가격도 지체 없이 고꾸라졌다. 원유시장에서 매수세가 완전히 사라져 본격적인 투매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WTI 선물 ETN 동반 하한가 기록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대신 WTI 선물 ETN(H)은 전날 대비 29.89% 떨어진 2310원에 거래되며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 원유선물혼합 ETN(H)도 전일보다 29.98% 급락했다. 신한 WTI원유 선물 ETN(H) 또한 25.16% 급락하고 있다.

괴리율이 100%를 돌파하는 ETN도 적지 않다. 괴리율은 ETN 기초자산의 실시간 지표가치(IIV)와 현재 시장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즉 괴리율을 통해 ETN이 기초자산 가치보다 얼마큼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괴리율이 큰 ETN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시장가격이 기초자산 가치에 수렴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볼 수 있다.

국내 WTI 선물 ETN 상품은 5월 인도분 만기 전 6월물로 교체하는 롤오버(rollover)가 완료돼 마이너스 가격이 반영되진 않았다. 하지만 6월물 가격마저 급락, 국제유가 등락률의 2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원유 레버리지 ETN 종목들이 기록적인 괴리율을 보이고 있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괴리율은 868.80%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가격이 615원으로 전날보다 32.04% 떨어졌지만, 기초자산 지표가치가 63.81원으로 전날(562.41원)보다 폭락한 영향이다. 시장가격이 기초자산 가치보다 8배를 넘는다는 의미다.

앞서 이 종목은 NH투자증권의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과 지난 14일 거래가 정지됐다. 당시 괴리율은 30~40% 수준이었다. 이후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21일 2억주를 추가 상장, 거래를 재개했으나 괴리율 확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과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괴리율은 각각 1826.04%, 2281.77%에 달한다.

원유 선물 ETN 괴리율이 확대된 건 지난달부터 본격화된 국제유가 하락 국면에서도 향후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유동성 공급이 개인투자자들의 과열된 매수세를 따라가지 못해 기초자산 간의 가격 차가 크게 벌어졌다.

ETN 괴리율이 높아지면 증권사들은 유동성공급자(LP)로서 ETN 공급 물량을 늘려 가격을 진정시킨다. 한국거래소는 ETN 괴리율을 6% 아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지표가치 대비 시장가격이 과열되면 증권사가 ETN 물량을 풀고, 반대일 때는 ETN을 사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증권사의 발행 한도가 동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 LP는 통상 지표가치의 –6~6% 이내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한다. 그러나 괴리율이 이 수준을 대폭 웃돌고 있어 LP의 호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 국제유가 회복되지 않으면 DLS 원금 손실

원유 선물 DLS 투자자들 또한 마음을 졸이기는 마찬가지다. DLS는 가입 기간 기초자산으로 삼는 국제유가가 정해진 수준까지 하락하지 않으면 연 5% 이상 고수익을 얻는 구조의 상품이다. 만기 전 조기 상환 평가일에 유가가 정해진 수준 이상이면 조기 상환도 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한 번이라도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들 경우 조건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다. 물론 조기 상환 평가일과 만기 시 유가가 정해진 수준으로 회복되면 원금을 지킬 수 있다.

WTI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도 5월 인도분 만기 며칠 전부터 전 6월물로 롤오버가 이뤄졌기 때문에 마이너스 유가 영향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기 상환 평가일과 만기일에 WTI 선물 가격이 회복되지 않으면 원금 손실을 봐야 한다. WTI 선물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어 원유 선물 DLS 역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국제유가가 50~60달러선에서 움직이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월까지 원유 선물 D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원유 DLS 중 상당수는 녹인에 접어들었다. 녹인 기준을 50%만 적용해도 25~30달러선이기 때문이다. 모든 원유 DLS에서 녹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WTI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미상환잔액이 9599억원이었다.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미상환잔액도 5361억원에 달했다.

국제유가의 기준물로 여겨지는 브렌트유 상황도 마찬가지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지난 21일 배럴당 24.4% 하락한 19.3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 WTI 6월 인도분도 마이너스 기록할 수도

시장에선 국제유가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WTI 선물 투자자들 사이에선 6월 인도분 대신 7월물로 향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즉 6월물 만기일인 다음달 19일까지 국제유가 급락세가 이어지고 6월 중에야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재개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WTI 6월물마저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현재 WTI 7월물은 2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산유국이 역대 최대 규모 감산을 결정한 상황에서 추가 감산도 쉽지 않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은 지난 12일 다음달부터 두 달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사태 이후 하루 원유 수요가 300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측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바다 위에 떠 있는 유조선(VLCC)에 실린 재고분만 1억6000만배럴로 추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략 비축유를 사겠다”며 구원투수로 등장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비축유를 사들여 저장할 공간이 없다는 지적이다. 유조선은 물론 미국 내 저장 시설 여력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전략 비축유 매입이 국제유가 하락세를 진정시킬 만한 마지막 ‘카드’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시킬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안정되려면 경제활동 재개 전까지 대폭적인 추가 감산이 필요하지만 OPEC플러스(+)나 미국 셰일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당분간 유가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유 관련 금융상품에도 ‘투자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와 재고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어 가격의 왜곡 현상과 불안정한 흐름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며 “원유 관련 금융상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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