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국제유가에 증권사 HTS ‘패닉’…키움증권 투자자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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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국제유가에 증권사 HTS ‘패닉’…키움증권 투자자 손실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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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키움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서부텍사스(WTI)산 원유 해외 선물 상품 거래가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다. 롤오버(roll-over) 시기를 놓쳤거나 강제 청산을 당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사태 파악에 나섰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 HTS에선 이날 새벽 3시30분까지 청산될 예정이었던 ‘WTI 미니 크루드 오일 선물’ 5월물 매매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제때 5월물을 청산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상품 가격이 떨어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이날 키움증권 홈페이지 고객센터에는 “HTS에서 초단타 목적으로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을 최저가인 0.025원에 1계약 매수한 뒤 –0.025원에 청산하려 했으나 주문이 거부됐다”며 “마이너스가 입력되지 않아 청산 주문 자체를 못했고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을 지켜만 봐야 했다”는 투자자의 글이 올라왔다.

선물 가격이 떨어져 증거금이 부족해지면 증권사는 투자자 보유 상품을 강제로 파는 반대매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은 반대매매조차도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들은 장 마감 직전 가장 낮은 가격에 5월물을 강제 청산했다.

통상 원유 선물 상품은 만기일 며칠 전 조기 청산을 밟기 때문에 청산 당일엔 혼선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투자자 중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높다. 그러나 지난달 국제유가가 급락한 이후 상품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청산 과정에 혼선이 빚어졌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HTS가 마이너스 가격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매매가 중단, 반대매매가 이뤄지지 않았고 새벽 3시 30분에 강제청산됐다”며 “투자자 피해 사항을 확인해 규정대로 보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키움증권뿐 아니라 증권사의 코스콤의 단말기에서조차 WTI 5월 선물 가격이 한때 4000만달러가 넘게 표시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새벽 HTS 오류를 알아차리고 시스템을 수정했다. 메리츠증권과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교보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은 만기 전 5월물을 청산, 투자자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생각은 어디서도 할 수 없었고 미리 시스템에 적용하지 못했을 것”이고 설명했다.

HTS 오류가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자 금감원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금감원은 현재 전체 증권사를 대상으로 HTS 오류와 투자자 피해 규모 등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앞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는 원유 선물 만기를 맞아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대로 떨어진 건 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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