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가는 주가와 반대로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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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가는 주가와 반대로 움직일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4.20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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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3일 이후 S&P500 30% 가까이 반등
WTI는 같은 기간 20% 빠져
국제유가, 수급 불균형 및 산유국간 갈등 등으로 하락세 지속될 듯
증시 최근 상승세는 숏스퀴즈..변동성 클 듯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엑손모빌 정유공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엑손모빌 정유공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국제유가와 주식시장은 큰 그림에서 보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석유 수요는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세계 경제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음을 뜻한다. 반면 석유 수요가 갑자기 줄어든다면, 세계 경제 활동 역시 크게 줄었음을 의미한다. 

최근 코로나19가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봉쇄 조치를 취하는 나라가 늘었다. 각국의 공장이 멈추고, 항공기의 운항이 중단된 데다, 자택에 머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석유 수요가 단기간 내에 크게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석유 수요가 줄자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은 물론 미국 주식시장 역시 크게 흔들렸다. 지난 3월23일 S&P500 지수는 장 중 2191.86선까지 떨어지면서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는 어땠을까. 코로나19 위기가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반등 흐름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유가는 반등은 커녕 오히려 하루하루 낙폭을 키워가고 있다. 

한달새 주가는 28% 오르고 유가는 20% 빠지고

3월23일은 최근 미 증시가 저점을 찍은 날이었다. 이후 지난 17일까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까지 S&P500 지수는 저점 대비 28% 반등했다. 반면 3월23일 이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20% 이상 떨어졌다. 미 증시가 30% 가까이 오르는 동안 WTI는 20% 넘게 빠진 것이다.

WTI는 20일 장중 한 때 배럴당 15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20% 폭락한 것이며, 15달러 선이 무너진 것은 1999년 이후 21년만에 처음이다.  

주식시장과는 달리 유가가 폭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수급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결정으로 공급이 늘어나자 수급 불균형 우려가 확산되면서 유가가 폭락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OPEC+(석유수출국 회원국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가 지난 4월12일 최종 감산에 합의했지만, 감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유가 하락세를 부추겼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달 석유 수요는 하루 평균 290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산유국이 합의한 감산량(970만배럴)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민간기업들도 생산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요가 꾸준히 줄어들고 남아도는 원유가 늘어나면서 저장 시설이 거의 가득 찬 것도 문제다. ANZ리서치 보고서는 "저장시설의 부족에 대한 우려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감산 합의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산유국들의 갈등은 에너지 산업의 불안정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했다. 유가 폭락을 이끌었던 원유 전쟁의 시작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기싸움에서 시작됐고, 지난 12일 우여곡절 끝에 합의에 이른 감산안 역시 멕시코의 거부로 협정이 거의 결렬될 뻔한 위기를 겪었다. 이는 에너지 가격이 수급적 요인 뿐만 아니라 산유국간 갈등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에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깎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는 5월 아시아에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두달 연속 인하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사우디가 석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에서 강력한 권력을 지켜내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산유국 간 동맹이 흔들리고 있는 점은 에너지 산업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온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멈추자 환경이 깨끗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전세계 사람들이 깨끗해진 환경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로부터의 탈피가 필요하다는 인식 또한 확산되고 있다는 것. 이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석유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기를 기대하기 힘들게 하는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이후 더 깊은 조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국제유가의 큰 변동성은 투자자들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욕구를 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월23일 이후 S&P500과 WTI의 상승률 및 하락률 비교 그래프. 3월23일을 기준점으로, 파란색 그래프(아래)가 WTI 하락률을, 빨간색 그래프(위)가 S&P500의 상승률을 의미한다.
3월23일 이후 S&P500과 WTI의 상승률 및 하락률 비교 그래프. 3월23일을 기준점으로, 파란색 그래프(아래)가 WTI 하락률을, 빨간색 그래프(위)가 S&P500의 상승률을 의미한다.

최근 증시 상승세는 숏스퀴즈..한동안 변동성 클 듯

반면 미 증시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S&P500 지수는 3월23일 저점 대비 28%나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승흐름에 숏커버링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JP모건은 "많은 투자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공매도에 나섰다가, 지수가 상승하자 숏커버링에 나선 것이 최근 상승의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숏커버링이란, 주식시장 하락을 예측해 주식을 빌려 매도를 했던 투자자들이 주가가 상승하자 주식을 다시 사들여 손실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들이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해 본격적으로 숏커버링에 나설 경우 강한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마켓워치는 "주식시장이 숏스퀴즈(Short Squeeze, 숏커버링으로 주가가 튀어오르는 것)로 인해 상승하면서 기술적 지표에서 매수 신호가 더해지자, 또 다른 기술적 매매를 선호하는 이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로 인해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상승 흐름에서 뒤처지는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마저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상승 흐름이 더해졌다"고 보도했다. 

결국 펀더멘털에 기반한 상승이 아니라, 공매도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숏커버링이 주식시장을 상승세로 이끌었고, 유가 흐름이 여전히 불안한 만큼 주식시장 역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폭스비즈니스는 "일부 투자자들은 경제 재개에 대한 기대감에 불안정한 지표에도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며 "만일 코로나19의 정점이 좀 더 명확하게 가시화될 때까지 주식시장의 변동성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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