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리포트] SNS에 "우리도 투표 똑바로하자" 급속 확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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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리포트] SNS에 "우리도 투표 똑바로하자" 급속 확산 까닭은
  • 김명윤 일본 통신원
  • 승인 2020.04.16 15:3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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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여당, 과반 수 이상 당선. 15일 밤부터 대서특필
민주당 압승, ‘반일 정책 지속 우려 표시도’
차기 대권 주자 이낙연 전 총리에 큰 관심
코로나 사태 속 韓 총선 역대최고 투표율에 놀라
김명윤 일본통신원.
김명윤 일본통신원.

[오피니언뉴스=김명윤 일본통신원] 여당 압승으로 끝난 한국의 21대 총선 결과에 일본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속에서 치러진 선거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16일  연일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현황 뉴스와 똑같은 비중으로 다뤘다. 

한국에서 총선이 치러진 15일 이전부터 큰 관심을 나타낸 일본 공영방송 NHK는 코로나 확진자가 한국 내 1만 명이 넘는 가운데 투표소 입구에서부터 철저히 체온을 재고 손을 소독한 뒤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하고 있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한국의 21대 총선이전 NHK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을 유지할지 아니면 최대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반격에 성공할지 주목했다. 이 방송은 반일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더불어민주당이 힘을 보태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도 나타냈다.예컨대 한국 총선이전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우세하다는 보도를 할 때 말미에는 반드시 한일간 마찰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고 마무리 짓는 식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일본 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총선 결과에 대해 “예상은 했었지만 미래통합당이 이 정도로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미래통합당의 참패 원인으로 ▲황교안 대표의 취약한 리더십 ▲공천 철회, 제명 소동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을 꼽았다. 또 미래통합당이 한국의 극우 정당들과 차별화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몰락의 길을 택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국 총선이후 `일본 언론에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하며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이 전 총리가 지난해 10월 일본을 방문,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에서 일본인을 구하다 참사를 당한 고 이수현 군 추모비앞에 헌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 총선이후 `일본 언론에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하며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이 전 총리가 지난해 10월 일본을 방문,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에서 일본인을 구하다 참사를 당한 고 이수현 군 추모비앞에 헌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한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 전 총리는 한국정부 대표로 지난해 천왕 즉위식에 참석했었고, 일본 도쿄 신오쿠보 추모 등 일본과 인연을 맺어 일본 언론에선 낯익은 인물이다. 

문 대통령을 대일관계에 있어 강성으로 분류하고 있는 일본 언론에선 이 전총리가 지일파로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한국의 몇안되는 정치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총선 결과나, 당선자 인물평보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에 대해 놀라움과 함께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한국의 이번 총선에서 사전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26%를 넘어선데 이어 총 투표율이 사상 최고치(총선)인 66.2%였다고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공영방송인 NHK는 이날 한국이 코로나 방역 모범국인 것은 물론, 시민들의 정치참여까지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OECD(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지난해 참의원 선거 투표율만 해도 사상 최저 투표율(44.5%)을 기록했다. 이는 1995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일본도 지난 참의원 선거부터 젊은 층에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투표 참여 시작연령을 18세로 낮췄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해 참의원 선거 당시, 10대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31%, 20대는 33%를 기록하며 총 투표율 44.5%보다 낮았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선 정치에 무관심했던 20대, 30대 사이에서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점차 확산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20대, 30대 청년층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감염자 수 조작, 각 가정별 마스크 2장씩 배급 등 어처구니없는 아베 정부의 코로나 대응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일본 인기연예인 긱트(왼쪽)는 최근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코로나사태와 관련, "투표를 똑바로 해야지, 누구 탓을 하는가"라며 아베 정부를 비판해 화제가 됐다. 사진=일본 TV화면캡쳐.
일본 인기연예인 각트(왼쪽)는 최근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코로나사태와 관련, "투표를 똑바로 해야지, 누구 탓을 하는가"라며 아베 정부를 비판해 화제가 됐다. 사진=일본 TV화면캡쳐.

이는 속의 말을 겉으로 잘 표시하지 않는 일본인들답지 않은 모습이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일본 SNS에서는 한국 총선 영향 때문인 듯, '무능한 정부를 없애려면, 투표부터 제대로 하자’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 인기 검색어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베 그만둬라는 해시태크가 꾸준히 상위 랭크에 올라있다. 정치적인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전통인 일본 연예계에서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인기 가수 겸 배우인 각트(GACKT)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이런 리더(아베)를 뽑은 게 자신들이라는걸 알아야죠, 이제 와서 리더를 탓한다? 그건 애초에 리더를 뽑은 우리 자신들의 의식이 낮다는 거예요. 국민들이 과연 학습능력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요”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코로나 사태이후 정치적인 경각심을 가질 것을 호소 했다. 

김명윤 통신원은 일본 영화 대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전공, 다수의 한일 영화 현장에서 통역 및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에서 리니아 신칸센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이 부는 마을, 오시카무라(가제)>를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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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2020-04-16 20:40:55
좋은 기사 잘읽었습니다

이우성 2020-04-16 18:15:08
잘읽엇습니다 각트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는데 정말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최종학 2020-04-16 17:32:09
한국과 일본 모두 정부가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정부가 되었으면 합니다.

bear 2020-04-16 17:28:09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한일간 마찰의 근본적 문제와 원인이 문재인정부의 정책방향에 있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의 우세를 한일간 마찰의 강화가능성으로 보는 일본 언론의 해석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