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시드니] 획기적 긴급구제안에 호주 경제 버텨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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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시드니] 획기적 긴급구제안에 호주 경제 버텨낼까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 승인 2020.04.1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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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조원 규모 ‘일자리유지 보조금’ 게임체인저 기대
실업대란 방지, 총리 지지율 급등 ‘1석2조’ 효과
주요 교역국 미국·중국 경제침체 영향 크게 받을 듯
“호주, 포스트 코로나 ‘V자 회복’까진 쉽지 않을 것”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오피니언뉴스=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호주는 부활절 연휴가 끝난 4월 14일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 사태는  뚜렷한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 등 영어권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매우 양호한 편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 3월 30일 2차 긴급구제안으로 1300억 호주달러(한화 약 101조원) 규모의 ‘일자리유지 보조금(JobKeeper Payments)’을 발표했다. 이 ‘근로자 급여지원금(wage subsidy)’ 정책은 코로나 사태로 연매출 30% 이상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연매출 5천만 달러 미만)에게 근로자 1인당 2주마다 $1500(약 117만원)의 급여보조금을 6개월 동안 지원하는 획기적인 긴급구제안이다.

호주정부, 파격적인 긴급구제정책 발표

발표 직후 사회적인 안정감이 확산되면서 호주 경제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발표가 호주 정치 경제에 ‘게임체인저’가 될 듯하다. 더불어 연말연초 최악의 산불 사태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스콧 모리슨 총리와 집권 자유-국민 연립 여당의 인기가 급등했다. 

놀라운 점은 보수 정당인 자유-국민 연립 여당이 지난 30여년동안 지켜온 예산적자(재정 지출) 최소화를 통한 흑자예산 편성 기조를 코로나 위기에 따라 과감하게 내팽개친 것이다. 1~3차 긴급구제안 약 2천억 호주달러(약 156조원)를 지출하게 되면 호주 정부의 흑자 재정은 향후 20~30년 동안 불가능할 수 있다.

모리슨 정부는 이번 코로나 위기가 글로벌금융위기(2008~2009년)의 충격과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심각하고 경제사회적 영향 또한 막대한 점을 감안해 ‘통 큰 지원안’을 결단했다. 경제를 살리고 실업대란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정치적으로 모리슨 총리와 여당의 지지율도 동반 상승하며 ‘1석2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3월 30일부터 소급 적용해 5월부터 6개월 동안 지급 예정인  일자리 유지보조금은 호주 전체 근로자의 거의 절반인 600만~680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청 자격은 호주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 근로자들이며 풀타임과 파트타임 모두 해당된다. 임시직(캐주얼) 근로자는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라는 조건이 붙는다. 유학생, 임시비자 소지자 등 외국인 단기체류자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근무 기간 1년 미만인 임시직 근로자 등 약 250만명과 실직자들은 6개월 동안 구직수당(JobSeeker Payments)을 신청하면 된다. 2주마다 1100 호주달러(약 86만원)를 받게 되는데 일자리유지 보조금보다 한 주당 200 호주달러(약 15만6천원) 정도 낮은 금액이다.

호주는 코로나 감염자 확산이 비교적 덜 한 편이지만,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침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호주는 코로나 감염자 확산이 비교적 덜 한 편이지만,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침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호주 정부가 이같은 과감한 조치를 내놓은 것은 호주내 여행/관광, 항공, 엔터테인먼트, 요식숙박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소매업도 손실이 크다. 

반면 수요가 증가한 산업은 슈퍼마켓 외 온라인 판매업,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음식배달업 등으로 매출이 약 60% 이상 늘기도 했다. 3월 31일 외출(이동)제한 조치 발효 이후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집수리/보수 제품(home improvement products) 매출은 64%, 온라인 도박은 67% 껑충 뛰기도 했다.   

세계 각국, 국제 협조 없이 ‘각자도생’ 몰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기 위해 호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외출제한과 부분-셧다운(partial shutdown)을 시행하면서 경제 활동이 약 6개월 예정의 ‘동면기(hibernation)’에 들어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젠가 누그러지고 경제 활동이 정상화될 것이지만, 포스트-코로나는 과거 전후 상황과는 사뭇 다른  ‘완만한 복귀'라는 예상이 나온다. 

10여년 전 글로벌 지도자들은 협조와 국제 연대로 금융위기를 극복했지만 이번에는 상호 공조 없이(no global coordination) ‘각자도생’ 상황이다.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상당수 유럽 국가들과 다르게 미국은 지금까지 근로자 대량 해고사태를 방지하는 정책을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 1회성 현금 지불(one-off payment) 계획을 발표했을 뿐이다. 중국과 미국 의존도가 높은 호주는 이들 두 나라의 경제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호주 경제는 경제규모가 작고(한국과 비슷) 자원 및 서비스 수출 등 무역 의존도가 높은 반면 제조업이 매우 취약한 것이 특징이다.  

호주의 고용 증가는 소매업, 관광관련 산업과 요식숙박업에 집중돼 있다. 호주 대학은 약 43만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약 13만명의 대학 교수 및 교직원들의 일자리중 상당 부분을 해결한다. 코로나사태로 유학생이 격감하면서 대학들은 큰 재정난에 직면했다.

호주 집값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있고, 주택 소유들의 모기지 부담도 매우 높다. 만약 코로나 사태 여파로 호주 집값이 20% 폭락한다면 대규모 융자상환 불능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대규모 실업에다 가계부채 부담이 겹칠 경우, 호주 경제는 2분기(4-6월)에 30년만에 처음으로 불황(recession)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V자형 경기 회복(V-shaped recovery)’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은 호주동아일보 편집국장, 호주한국일보 발행인을 역임했고 현재 한호일보 편집인으로 재임중이다.  한국에서 외대를 졸업한 후 호주 맥쿼리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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