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재 변호사의 금융과 法] 사모펀드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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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변호사의 금융과 法] 사모펀드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 승인 2020.04.16 11: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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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자본 육성'에 매달려 투자자보호 장치 안만들어
판매 금융사들 '상품 리스크' 이해 못한채 판매하기도
운용사 경영진 도덕적 해이 심각...내부통제도 안돼
감독규제의 종합적 조치 없으면 사모펀드 피해 반복될 것
박민재 변호사
박민재 변호사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찬바람에 벚꽃이 나부끼는 사월이지만, 세상의 봄은 아직 멀기만 한 듯하다. 이제는 손으로 꼽기도 식상해진 여러 가지 악재들로 인해 경제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져가고, 어딘가에는 분명 있어야 하는 희망은 피부에 닿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와중에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다는 뉴스가 수시로 들려 온다. 펀드란 2인 이상에게 투자 권유를 하여 모은 자금 등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자산에 투자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배분하여 귀속시키는 집합투자기구이다.

그리고 그 자금 모집 방식에 따라, 일반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공모펀드와 소수의 제한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사모펀드로 나뉘는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고 함)에 의하면 사모펀드는 일반투자자 등의 수가 49인 이하여야 한다.

스스로 투자 위험을 판단할 능력이 있고, 그러한 위험을 감당할 자세가 되어 있는 모험적인 투자자들이 자기 판단에 따라 ‘High Risk High Return’을 선택한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이렇게 자율성이 중시되는 사모펀드가 어쩌다가 초대형 사고에 줄줄이 사탕으로 엮이게 되었을까?

왜 일반 서민들까지 사모펀드에 투자할 정도로 갑자기 사모펀드가 대중화되었을까? 2019년말 기준, 공모펀드 수탁고는 237조원인데 비해 사모펀드의 수탁고는 412조원이라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놀랄 일이 생길까?

투자자 보호 조치 없는 사모펀드 규제 완화

작금의 사모펀드 부실의 원인은 우선 투자자 보호조치 없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너무 급격하게 풀어버린 데서 찾을 수 있다.

공모펀드의 경우에는 펀드 설정시 사전 등록해야 하고, 일반투자자에 대한 판매시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적용되며, 운용에 있어서도 분산투자를 해야 하고, 차입에 대한 규제도 심하다. 공시의무를 부담하는 등의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이러한 제약이 없다. 2015년 ‘모험자본 육성’이라는 명분하에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에 대한 대부분의 운용규제를 폐지한 것이다.

사모펀드 설립이 사전 등록제에서 사후 보고제로 완화되고 개인 투자한도가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 조정되자 자산운용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투명성을 중시하는 공모펀드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사모로 쪼개어 설립하는 경우도 허다해졌다. 2019년말 기준 292개의 자산운용사가 난립하고 있고 전문 사모운용사 217개 중 88개(40.6%)가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금리연계 DLF의 경우에도 유사한 구조를 가진 해외금리 DLS를 사모로 쪼개어 발행하고, 이를 각각의 사모펀드에 편입해 판매했다. 공모펀드로 운영되었더라면, 분산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단일 종목에 자금 전체를 투자하는 상품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DLF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2017년에는 재간접펀드(펀드재산을 주로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허용하고, 2019년에는 최소 투자금액 500만원의 제한도 폐지했다. 재간접펀드도 공모펀드에 대한 규제 회피를 위해 악용되기는 매한가지이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등 사모펀드의 피해사태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에 대한 운용규제를 없애버린 것이 가장 큰 배경이라는 것이 금융계와 법조계의 정설이다. 사진=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등 사모펀드의 피해사태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에 대한 운용규제를 없애버린 것이 가장 큰 배경이라는 것이 금융계와 법조계의 정설이다. 사진= 연합뉴스

펀드 설계·구조상의 문제는

모자형 펀드 구조는 투자전략이 유사하거나 동일한 다수의 펀드(자펀드)가 직접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펀드(모펀드)에 투자해 모펀드가 실제 투자를 하는 구조이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소수의 모펀드에 100여개의 자펀드가 연계되어 있는 모자형 펀드로 구성했기 때문에 펀드간에 리스크가 전이되는 반면, 자산운용사의 불법행위가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또한 유동성이 낮고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했음에도 개방형(환매가능), 단기폐쇄형(단기간이 지나면 환매 가능)으로 펀드를 구성하고 만기를 미스매치해 환매가 불가능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TRS(Total Return Swap,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일종의 대출로 볼 수 있음)계약을 통해 레버리지가 확대돼 리스크는 더 증폭되기도 했다.

펀드 판매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 

저금리 시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고수익에 목말라하다가 성과급에 동기부여된 금융기관 임직원의 사탕발림에 넘어갔다. 더러는 판매한 금융기관 임직원조차 상품의 리스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고의없이 거짓 정보로 고객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은행은 믿을 수 없어서 우체국에 예금한다’는 부호의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은행을 믿고, 은행원을 믿는다. 은행에서 파는 상품이니 안전하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판매를 맡은 금융기관은 자체적으로 고위험 상품의 리스크에 대한 분석이나 검토를 하지 않고, 심지어 그 내용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에게도 상품 설명서를 내밀고는 “여기에 ‘듣고 이해하였음’이라고 쓰시고, 또 여기에 서명하세요”라는 식의 유도행위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투자자들은 상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꿀맛’만 강조하는 친절한 금융기관 임직원의 권유와 지시에 따라 거의 수동적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기관 임직원은 불완전판매 시비는 나중의 일이고, 일단 판매실적을 올리면 성과급으로 행복해진다. 그러나 그 행복의 뒷마당에는 ‘다 날렸다“는 통지를 받고 하늘이 캄캄해지는 투자자의 절망이 싹트고 있다.

운용상의 문제는 더 심각했다

운용과정에서도 위험관리 및 내부통제제도가 미흡하거나 아예 기능을 하지 않았다.

어떤 펀드의 경우에는 당해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금융기관 직원의 월권행위가 사태를 악화시키기도 했다. 또한 쪼개기를 통한 사모펀드이다 보니 분산투자를 하지 않았고, TRS계약을 통해 레버리지도 확대시켰다.

라임의 경우 특정 펀드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특정펀드의 손실을 다른 펀드에 전가했으며, 일부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은폐하고 정상 운용적인 것으로 호도했다. 일부 투자자들의 환매요청이 있으면, 신규로 받은 투자금으로 돌려막는 ‘폰지사기’까지 저질렀다.

경영진의 부도덕도 한몫했다

일부 펀드의 경우 임직원들이 직무관련 정보를 이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했는데, 심지어 펀드의 설계시부터 횡령의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쪼개기 사모펀드와 모자펀드, 재간접펀드와 TRS계약까지 편법과 불법을 총동원해 거액을 끌어 모은 뒤 경영진은 자취를 감췄다. 돈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관리·감독상의 문제도 가볍지 않다

몇 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자산운용업계의 ‘떠오르는 별’이라는 라임자산운용에 관한 기사를 보고 “진짜일까? 비결이 있을까?”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적이 있다.

높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대단한 예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높은 수익률을 계속 올리기는 어렵다. 뭔가 비정상적인 게 있다는 뜻이다. 감독당국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잘한다는 거지? 이유가 뭘까?’라는 의문을 품어 봄직했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때, 공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쪼개기 사모펀드의 출현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모자펀드, 재간접펀드를 풀어주면서도 라임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을까? TRS계약을 허가해주면서도 왜 투자자들의 피해 확대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공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쪼개기 사모펀드의 횡행, 라임 펀드 규모의 비대화, 파티게임즈 CB사건, 모자펀드를 통한 자금 횡령의 의혹 등이 제기되었을 때, 즉시 감독당국이나 수사당국이 나섰더라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감독이 능사는 아니지만,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그리고 편법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갖추어 놓고 자율 경영을 기대해야 한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없이 오로지 사태를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은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은 물론, 심지어 종업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 책임까지 질 수 있는 지경임에도 안이하게 자신들의 배상책임은 몇 %에 불과하다는 식의 엉터리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몇 가지 대책을 내놓고는 있다. 하지만 쪼개기를 통한 편법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 및 제재, 그리고 재간접펀드 및 TRS 계약의 허용여부에 대한 재검토, 사모펀드에 대한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시스템 정비, 고위험상품의 은행 판매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검토,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금융기관 임직원의 인식 제고, 펀드의 이상 징후 발견시 감독당국의 즉각적인 조치 등이 없이는 사모펀드의 이상 광풍으로 인한 후유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 박민재 변호사는 외환은행 행원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등을 역임하고, ㈜강원랜드의 준법지원인 겸 법무실장으로 재직한 뒤,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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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사기증권입니다 2020-05-25 16:15:52
투자 안하는게 답 믿을놈없다 이해득실만 따지는 대신증권은 앞날이 지옥일거다

문상용 2020-04-17 10:25:05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계속될 것입니다. 펀드산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교육, 고객 자산을 성실히 관리할려는 운용사와 판매사의 자세, 감독당국의 적절한 규제등이 동행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