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삼성전자, 미국은 애플’…해외로 뻗어가는 동학개미운동
상태바
‘한국은 삼성전자, 미국은 애플’…해외로 뻗어가는 동학개미운동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13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주식 결제액 역대 최대 수준
애플, 최근 한 달간 순매수 1위
코로나19 진정…증시 반등 기대감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주식시장 반등을 주도한 ‘동학개미운동’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동반 급락하면서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격이 낮아진 우량주에 대해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파장이 장기화하는 만큼 글로벌증시 변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주식 결제액은 137억6241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직전 최대 기록이었던 전월(82억2185만달러)보다도 67.4%나 급증했다.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결제액 또한 36억8001만달러에 달했다.

지난달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7억2713만달러였다. 전월(4억2571만달러) 대비 70.8% 늘었고 지난해 7월(7억7188만달러)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이 해외주식 ‘직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시가총액 상위종목 집중 매수

지역별로 보면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폭락한 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갔다. 지난달 해외주식 결제액 가운데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90.0%로 집계됐다. 이달 초부터 9일까지 비중 역시 88.4%를 기록,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정부‧중앙은행의 경기 부양책에 주식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 9일 2만3719.37에 마감, 지난달 31일 종가(2만1917.16)보다 8.2%나 올랐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7.9%, 5.9% 상승했다.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종목은 애플이었다. 지난 10일까지 최근 한 달간 순매수액이 2억2036만달러에 달했다. 2위인 일본 주식시장의 쇼와덴코 순매수액(1억9만달러)의 두 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8834만달러)와 구글‧유튜브 모기업 알파벳(8118만달러), 아마존(7388만달러) 등도 순매수액 상위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담는 경향이 미국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가장 먼저 대형주 주가가 반등한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순매수액 상위종목 중 코로나19 사태 수혜종목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자상거래 주문과 비대면업무를 위한 웹 서비스 이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코로나19 확산세에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폭증했다.

그간 비싸서 사지 못했던 종목들의 가격 부담이 낮아진 점도 매수세를 부추겼다. 애플의 경우 지난 1월 29일 327.85달러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기록했으나 3월 23일엔 212.61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애플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스마트폰‧PC업황 둔화 가능성에 둘러싸여 있지만 저가 매수 전략을 취하는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주요 증권사에선 ‘주식직구족’ 잡기에 나섰다. 증권사별로 해외주식 수수료를 낮추는 한편 현금‧주식 제공 이벤트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 증권사들은 지난해 해외주식 거래 최소수수수료를 폐지한 바 있다.

KB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타사에 보유 중인 해외주식을 순입고할 경우 금액에 따라 현금을 지급한다. 키움증권은 또 비대면계좌로 미국주식을 처음으로 거래하는 고객에게 40달러를 준다. 유진투자증권은 넷플릭스 등 온라인 영상 콘텐츠(OTT) 주식 거래 고객 중 추첨을 통해 해당 기업 주식이나 연간이용권을 제공한다.

◆ 글로벌증시 낙관론…투자심리 개선 기대

다만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글로벌증시 변동성 장세가 재현될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이달 들어 미국 등 주요국 증시는 ▲미국‧유럽 코로나19 확산세 진정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산유국 감산 합의 기대감에 회복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반영한 경제지표, 기업실적 등이 발표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필 블랑카토 라덴버그탈만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시장에선 투기성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악화되는 한편 기업 실적 또한 상당히 부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린지 벨 앨리인베스트 연구원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에 다다르고 연준이 변함없이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심리가 개선됐지만 세상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시장은 하락장이 끝나기 전 장애물을 헤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주식 투자 시 수수료와 세금 등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해외주식은 외화로 거래되므로 원화를 외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1% 이내의 환전수수료가 든다. 거래수수료도 0.2%~0.5% 가량이다.

아울러 해외주식 과세 체계가 국내주식과 다른 탓에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 먼저 보유한 해외주식에서 현금‧주식 등 배당소득이 발생하면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또 직전 연도 해외주식 양도차익이 250만원을 초과할 경우 22%의 양도소득세가 적용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