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5년마다 재승인하면 누가 투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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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5년마다 재승인하면 누가 투자하나
  • 김인영
  • 승인 2015.11.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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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억 들인 롯데월드타워점 1년만에 폐점…신동빈, 탈락은 “내 탓”

 

20~30년 넘게 서울시내 면세점을 운영하던 롯데와 SK가 각각 잠실 월드타워점과 워커힐 운영 특허권을 상실하면서, '5년 주기 특허 재승인' 제도의 첫 희생양이 됐다.

독과점 방지나 견제를 통한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긴 하다. 하지만 현행 제도가 '면세·관광사업 발전과 지속성'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제대로 갖추는데 최소 5년 이상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데, 주인을 5년만에 바꿀 경우 기업으로선 엄청난 리스크가 되기 때문이다.

▲ 면세점 특허 재승인 탈락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연합뉴스
롯데월드타워점, 3천억원 투자에도 탈락

14일 서울 면세점 특허 선정 결과 발표에서 월드타워점과 워커힐점의 특허권을 연장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면세점 특허가 10년마다 자동 갱신됐으나, 2013년 대기업 독과점 반대 기류 등의 영향으로 관세법이 바뀌면서 롯데·SK 등 기존 업체도 5년마다 특허권을 놓고 신규 지원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게 됐다.

'5년 주기 특허 재승인' 제도는 특정 업체에 장기간 독점적 지위나 특혜를 주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와 탁월한 영업 실적을 내는 업체일지라도 5년마다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경쟁을 치러야하는데다, 영업 역량 이외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까지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우려돼 왔다.

 

정부가 대기업의 독과점을 반대한다는 명분을 세웠지만, 이 재벌에서 뺏아 저 재벌에 주는 결과만 초래했다. 결국은 대기업 사이에 경쟁만 유발하고 투자 낭비만 초래한 셈이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경쟁력이나 잠재력 측면에서 강점이 있었지만 이번에 '유통 신인'인 두산에게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두산이 단기간내 롯데 월드타워점만큼의 매출과 관광수요 창출을 할 것인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롯데 잠실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4천820억원으로, 2004년(1천510억원)과 비교하면 10년만에 매출 규모가 3배 이상으로 불었다.

많은 투자도 이뤄졌다. 잠실 롯데월드에서 문을 연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0월 지금의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로 자리를 옮기면서 인프라 구축을 비롯한 3천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월드타워점 매장에는 협력업체와 납품업체를 포함해 고용 규모가 5천200명에 이른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현행 제도에 문제점 많아

업계나 학계에서는 이제부터라도 현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장기적 투자를 통해 국내 관광 활성에 기여하려면 기존 운영자의 기득권을 인정해 면허 기간을 5년 이상으로 늘려야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의욕과 역량을 갖춘 신규 사업자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면세점 시장의 문턱을 낮춰주거나 아예 진입 장벽을 없애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1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 공청회'에서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관광객 수가 늘어난 데 비해 면세점 수가 적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만큼 면세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완 한남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사업자 진입을 제한하니까 독점 시비, 특혜 시비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제한적으로 특허를 줄 것이 아니라 면세점 시장 진입 장벽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별적 특허 제도를 유지하되, 기준을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위원은 "현재 면세점은 시장구조가 아니라 사업자 선정 방식이 문제"라며 "업체들이 스스로 수수료를 적는 경매방식을 활용하면 국가 재정수입을 늘리고 동시에 효율적으로 사업자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내년과 내후년 특허가 만료되는 김포공항 면세점, 서울 롯데 코엑스점 등을 놓고 또다시 유통업계, 나아가 재계 전체가 '대전(大戰)'이라는 미명 아래 또 홍역을 치러야한다"며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호소했다.

 

신동빈 "면세점 탈락 상상못해…99%가 나 때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5일 롯데 면세점 월드타워점(잠실점) 영업권 상실과 관련, "99%가 나 때문"이라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만 93번째 생일(한국나이 94세)인 1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만 93번째 생일(한국나이 94세)인 이날 신 총괄회장이 머무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으로 올라가면서 면세점 특허 선정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상상 못한 일이 일어났다.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이) 협력업체 포함 3천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그분들에 대한 고용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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