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⑦얼 그레이와 가향차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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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의 홍차수업] ⑦얼 그레이와 가향차의 세계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0.04.1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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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향차, 기본 차에 맛과 향 추가한 차
'얼 그레이' 대표적인 가향차
전설과 낭만적 이름까지 붙어 '인기'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가향(加香)차는 다양한 베이스의 차에 꽃잎, 과일조각, 향신료, 허브 등을 직접 넣거나 이들의 추출물을 넣은 것이다. 말 그대로 차에 다른 맛과 향을 추가로 더한 것이다.

가향차는 중국 명나라 때부터 유행한 것으로, 6대 다류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차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종류다. 어떻게 보면 처음 차를 접하는 분들은 맛과 향이 뚜렷하지 않는 홍차나 녹차 보다는 장미 향, 쟈스민 향 , 딸기 향, 초콜렛 향 등이 선명한 가향차가 더 편할 수도 있다.

영국 귀부인들이 오후에 차 마시는 일상.
영국 귀부인들이 오후에 차 마시는 일상.

세계적으로 유명한 차 회사들도 다양한 맛과 향으로 가향된 수천가지 제품으로 차 애호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초기엔 주로 홍차, 녹차를 중심으로 가향차가 만들어졌으나 가향차 시장이 커지고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짐에 따라 최근에는 우롱차, 백차 심지어 보이차에까지도 가향하여 그 맛과 향의 범위가 아주 넓어졌다.

영국 총리가 사랑한 '얼 그레이' 차 

찰스 그레이 백작(1830~34년 영국 총리 재임). 사진= 구글
찰스 그레이 백작(1830~34년 영국 총리 재임). 사진= 구글

홍차를 잘 모르는 분들도 '얼 그레이(Earl Grey)'라는 이름은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홍차하면 얼 그레이를 생각하며 얼 그레이가 곧 홍차라고도 알고 있다.

'얼 그레이'야말로 가장 대표적이고 가장 유명한 가향차 중 하나다. '얼 그레이'라는 단어 자체는 '그레이 백작'이라는 뜻으로 1830년대 총리를 역임한 영국 정치가 이름이다.

오랜 음용 역사를 가진 차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전설이 있다. 그리고 차의 전설은 진실 못지않게 중요하기도 하다. 각각의 차에 얽힌 전설들이 차의 맛과 향을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레이 백작이 수상일 때 어느 중국인에게 호의를 베풀었고, 중국인은 감사의 표시로 중국에서 가져 온 차를 선물했다고 한다. 이 차를 아주 좋아했던 수상은 차가 다 떨어져가자 런던의 어느 차 회사에 똑같은 차를 더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고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얼 그레이 홍차라는 전설이다. 아마 마케팅 목적으로 만들어낸 것이겠지만 아주 성공한 전설이 되었다.

주로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베르가못. 사진= 구글
주로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베르가못. 사진= 구글

얼 그레이의 정통 레시피(Recipe)는 홍차에 '베르가못(Bergamot)'이라는 과일의 껍질에서 추출한 오일로 향을 입힌 것이다. 베르가못은 귤처럼 생긴 시트러스 계열 과일로 주로 이탈리아에서 재배된다. 맛이 없어 먹지는 못하지만 껍질에서 추출한 오일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그래서 얼 그레이 홍차에서 오렌지나 레몬과 비슷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가향차, 낭만적인 이름 붙어

얼 그레이가 영국에서 제일 처음 만들어진 가향차인지는 불확실하지만 1830년대부터 등장하여 현재에도 여전히 영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가향차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유명세로 카운터스 그레이(Countess Grey- 카운터스는 백작부인이라는 뜻이다), 레이디 그레이(Lady Grey), 스모키 얼 그레이(Smoky Earl Grey) 등 이름도, 맛과 향도 비슷한 제품들도 많이 있다. 이들 제품 또한 나름의 독특한 특징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홍차 이외에 녹차, 우롱차, 백차 등으로 베이스 차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베르가못을 기본으로 하되 오렌지, 레몬, 민트, 수레국화 등을 새로이 추가하면서 레시피에 변화를 준 새로운 스타일의 수많은 얼 그레이 제품들이 다양한 차 회사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런 전통적인 가향차 이외에도 초콜릿, 시나몬, 바닐라, 정향 등 전혀 새로운 맛과 향으로 가향된 현대식 가향차도 있다. 여기에 색상이 아름다운 다양한 꽃이나 열매조각까지 넣어 코뿐만 아니라 눈까지 즐겁게 하는 새로운 영역도 있다. 제품명도 마르코 폴로, 헤렌토피, 마카롱, 파리-긴자, 마리 앙트와네트 등 관심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낭만적이다.

얼 그레이 차. 사진= 문기영 대표
얼 그레이 차. 사진= 문기영 대표

또한 크리스마스 티, 발렌타인 티, 이스터(부활절) 티처럼 기념할만한 특정한 날을 위해 만들어진 차들도 많다. 이런 차들은 대체로 가향차다. 그야말로 다양한 가향차의 세계다.

가향차는 진짜 홍차로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다. 가향차의 매혹적인 향으로 시작해서 점차로 진짜 홍차의 제대로  된 맛과 향을 즐겨보기를 바란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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