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그리고 주가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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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그리고 주가 반등
  •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승인 2020.04.10 09: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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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팬데믹(대유행)으로 선언되고, 단기적으로는 올해 중반, 길게는 올해 내내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9%에서 -2.3%로 내렸다. 세계적인 전망 기관들도 올해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보통 4%포인트 낮추고 있으니,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얘기할 수도 없다.

특히 2분기 성장률 전망은 무섭기까지 한데, 재닛 옐런이나 벤 버냉키 등 전 미국 연준 의장들은 전분기 연율 30% 이상의 하락을 점치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2분기 급격한 성장 둔화 후 3분기 빠른 회복이라는 시나리오를 점쳤던 사람들의 시각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버냉키 의장도 2주 전에는 이번 사태가 허리케인 같은 일종의 자연재해인 데다가, 생산 시설의 파괴 등을 동반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제는 회복되더라도 전반적인 경제 활동이 한동안 침체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심각한 고용시장 충격이 정상화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치료제가 나타나도 ‘언택트’로 지칭되는 생활·비즈니스 양식의 변화가 빨라져, 기존 대면접촉에 맞춰졌던 산업·기업들에게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게 전망을 바꾼 배경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주식시장은 하락 후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반등 폭은 내린 폭의 거의 반에 달하는데, 상승률로도 저점 대비 25%를 넘어섰다. 불과 3주만의 일이다.

우리나라 상승 폭이 더 크긴 했지만,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모습이다. 미국도 독일도 일본도 저점 이후 15%~20% 정도 주가가 올랐다. 특히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와 큰 규모로 주식시장에 유입됐다. 

주가가 빠르게 반등한 몇가지 요인

주가가 빠르게 반등한 요인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주가가 많이 떨어져 가격적인 매력이 생겼었다. 단기 주가 하락 폭은 지수 종가 기준 전고점 대비 35%를 넘었는데, 이는 개별 기업 주가로 볼 때 50% 이상 떨어진 경우가 허다했음을 의미한다.

작년 코스피 평균이 2100포인트에 달했다는 점이나, 앞으로 기업 이익이 상당 기간 30%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나 정당화될 수 있는 주가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낄 법했다. 또한 설사 일시적으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보면 지금 주가는 싸 보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실제 기업 실적이나 펀더멘털의 변화에 비해 주가는 단기적으로 더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낮은 수준이 유지될 수 있다.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때다. 금융시스템 불안은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서 촉발되는데, 현상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의 유동성 부족으로 나타난다.

현대 경제 구조에서 금융기관은 자기자본의 수배, 또는 수십배에 달하는 레버리징을 통해 사업을 영위한다. 특히 장기 자산을 단기 부채화하는 것이 일반적 방식인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단기 부채의 롤오버가 어려워지고 장기 자산을 매각하기 어려울 때 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다. 환율과 자산가치에 연동되는 현재 또는 잠재적 외화부채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미약하나마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고, 이것이 1400대까지 주가가 내려간 이유다. 대책들이 며칠만 늦어졌으면 그 이하로 주가가 내려갔을 수도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코로나 19사태이후 급락했다가 3주만에 직전 저점 대비 25%이상 오르는 반등세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각국 정부는 10여년 전 금융위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금융시장 내 현금 유동성을 극히 풍부하게 유지시키고, 적절한 금융자산은 중앙은행이 출자, 대출 등을 통해 소화해주는 정책을 발빠르게 내 놓은 것이다.

연준의 각종 대출기구(Facility)와 한국의 채권안정펀드, 회사채 신속인수제, 한국은행의 공개시장 조작 대상 채권 범위 확대, RP 담보 적격 채권 범위 확대 등은 각국의 현실이나 법체계, 법 제정의 배경, 문화 등을 반영해 조금씩 다른 디테일을 갖지만, 결국 유사한 정책들이다. 한국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한미 통화스왑이 체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량 금융기관들에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는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어 나타날 수 있는 2차 충격’ 정도로 줄어들었다. 적어도 단기에는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커진 것이다. 그렇다면 주가는 펀더멘털을 크게 벗어나 낮은 수준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쏟아진 정책들

성장률 저하를 막기 위한 정책들도 쏟아졌다. 한마디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생산·매출 감소가 초래할 유동성 위험’은 모두 막아 주겠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저리 대출은 물론 실업 수당과 소득 이전을 통한 직접적인 소비 유지 정책까지, 각 정책은 이동과 교류가 제한된 현 시기에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생산과 소비의 중단과 이에 따른 2차 충격을 막기 위한 것들이다.

SOC 투자 등 직접적으로 성장률 수치 자체를 높이는 정책이 아닐 수 있지만, 크게 보면 결국 내려갈 성장률을 막는 정책이므로, 굳이 나눠서 볼 이유도 없다. 정책이 없었다면 실적이 크게 악화되거나 도산할 수 있는 기업들이 살아 남아 향후 성장이 정상화될 때 다시 정상화될 수 있다면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호재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주가가 내린 상황에서 대규모의 개인투자자 자금이 유입되었다. 올해 들어 4월 초까지 약 40조원 이상의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린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들은 외국인과 국내 기관이 매도한 20조원 이상의 주식을 이미 매수했고, 주식 매수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작년말 대비 20조원 가량 늘어나 있다.

특히 이번 매수 과정에서 개인들은 ‘도산할 위험은 거의 없지만, 주가는 너무 많이 떨어진 우량 종목’,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매수했다. 이는 자금의 성격이 주로 중소형주를 매매하며 단기 차익을 노리던 기존 개인들의 자금과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자금들이 장기적으로 계속 주식시장에 남아 있을 것인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그래 주기만 한다면 시장이 한 단계 발전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주가 상승세 이어지기 힘든 이유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질까? 안타깝게도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은 높지 않고,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판단된다. 설사 지난 번 저점 수준으로의 급격한 하락이 나타나진 않는다고 해도, 현재 수준보다 의미 있게 낮아질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또한 앞으로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주식시장은 제한된 범위에서 등락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과정에서 경제 성장이 큰 타격을 받았고, 이 때문에 한계 기업들의 건전성이 매우 나빠졌다는 게 문제다. 앞서 지적했듯이 정부는 현재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당분간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기업 도산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식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앞으로 1~2분기 후에는 지금과 달리 실제로 도산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 

물론 경제가 좋아지면 의미 있는 기업 도산 없이 이 문제를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제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2분기의 급격한 하락 이후 이동과 교류의 제한 수위가 낮아지면 3분기에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가정을 담고 있는 전망이고, 가정이 맞으면 당연한 전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 경제가 과거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가 여부다. 과연 낙관할 수 있을까? 일단 바이러스 자체가 다시 창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 전에도 경기 침체를 이유로 이동과 교류의 제한이 풀릴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대면 접촉은 다시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지금의 확산 둔화 가능성은 이동과 교류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즉, 안 만나면 확산이 줄고, 만나면 확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게다가 정확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기업과 가계는 아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당 기간 확장보다 대비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방식의 지원은 그 자체가 함정일 수 있다. 모럴헤저드의 통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방지, 위험을 피하기 위한 규제 강화 욕구의 억제 등에서 정부가 모두 합당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다. 

더 길게 봐도 그렇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커졌던 경제의 정부 의존도는 이번 사태를 기화로 더 높아질 것이다. 그나마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절대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바탕으로, 또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시 자본주의 시스템이 작동시켰고, 신기술 기업을 키워 왔지만, 많은 나라들은 같은 일을 해내지 못했다.

미국은 자국의 힘을 바탕으로 포퓰리즘의 폐해를 밖으로 전이시켰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포퓰리즘이 다양한 형태로 국가 경쟁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고용 보장이라는 이름 하에 구조조정을 늦출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9일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저금리 기조와 적극적인 정부 지원의 문제점

저금리와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은, 다른 측면에서는 거듭 태어나야 할 기업의 재탄생을 막는 정책이다. 버블 이후 지속됐던 이 같은 정책 기조 하에서, 일본의 성장률은 80년대 연평균 4.5%, 90년대 연평균 1.3%, 2000년대 20년간 연평균 0.8%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은 니케이225 기준 4만선 붕괴 이후 90년대 연평균 1만7000, 2000년대 20년간 1만4000를 기록 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 미국 등 각국이 사용하려는 저금리와 과감한 재정정책이 이미 일본에서 지난 30년 가까이 실행했던 정책 조합이라는 점이다. 각국의 사회와 문화, 정치, 국민성, 인구 추이 등이 모두 다르고, 각 정책 당국도 실행 측면에서 일본의 사례를 뒤따르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일본과 달리 민간 부문의 생산성 및 성장률 향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자산 배분 변경은 충분히 긍정적이지만, 이 자금들이 주식시장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세금 등 정부 규제와 높아진 가격이 과거 같으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던 자금을 주식시장 쪽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선 창구에 따르면 상당 부분의 개인투자자금은 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수익이 만족될 경우 해당 자금은 다시 이탈할 것이다. 또한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장기적으로 늘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저점을 기록한 주가가 빠르게 되오르고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주가는 그 자체로 현재와 미래의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의 스트레스, 정부 정책의 적정성, 다른 자산가격들의 움직임 등 거의 모든 측면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즉,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모든 측면에서 불안이 잦아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제 주가는 상당 폭 올라 있고,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외 상황은 만만치 않다. 단기적으로도 좀 길게 보더라도 일방적인 상승만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 최석원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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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or 2020-04-20 10:31:43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