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두산이 서울면세점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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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두산이 서울면세점 따냈다
  • 김인영
  • 승인 2015.11.1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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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경영권 분쟁으로 잠실점 잃고, SK 워커힐 고배…부산은 신세계

 

올해 안으로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3곳 시내면세점을 운영할 사업자로 롯데와 신세계, 두산이 선정되고, SK가 탈락했다. 부산 지역 면세점 1곳은 신세계가 따냈다.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14일 이런 내용의 면세점 사업자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허심사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1박2일간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면세점에 대한 특허 심사를 진행했다.

롯데면세점은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 결과에서 소공점만 지키고 잠실점(롯데월드점)의 특허 재승인에 실패했다. 그룹 경영권을 놓고 신동주·동빈 두 형제가 벌이는 집안 싸움 탓에 결국 롯데가 '알짜' 면세점 하나를 잃었다.

▲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14일 면세점 사업자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롯데와 신세계, 두산이 선정됐다. 사진은 동대문 두산타워. /연합뉴스 DB

 

롯데, 집안싸움 하다가 알짜 잠실점 놓쳤다
신동주측 '재뿌리기' 결과적으로 성공

사실 7월말 롯데그룹 오너가(家)의 경영권 다툼이 불거지기 전까지만해도 유통업계에서는 가을 면세점 특허 유치전에서 롯데의 '수성(守城) 실패' 가능성을 크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집중되는 여론의 관심에 관세청이 "롯데면세점도 다른 후보자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면서 불길한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된 롯데의 '일본 뿌리' 논란도 심사 과정에서 각 위원들의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롯데면세점 운영 주체인 호텔롯데 지분의 대부분(99.28%)은 일본 롯데홀딩스와 12개 'L제○투자회사', ㈜패밀리 등 일본 롯데 계열사가 갖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지분율을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면세점 선정 결과만 보자면 결국 국적 논란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한 셈이다.

더구나 이번 특허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롯데는 끊임없이 '독과점 논란'에도 시달려왔다.

다른 후보들은 2014년말 매출 기준으로 면세점 시장 점유율이 53.4%(롯데가 AK로부터 인수한 코엑스점 포함)에 이르는만큼, 이제 다른 업체에도 기회를 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과 맞서 경영권 탈환을 노리는 형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측의 집요한 공격도 롯데 월드타워점 탈락에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롯데면세점 특허 재승인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경영권 분쟁 이슈를 부각시키며 사실상 '재'를 뿌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신동빈 회장 등을 상대로 한·일 두 나라에서 모두 소송을 제기했다"며 본격적인 반격을 알렸다. 바로 그 다음주 12일(월요일)로 예정된 신동빈 회장의 '롯데면세점 상생 2020' 선포식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언론사를 순회하며 홍보전에 나섰고, 가는데마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과 호텔롯데 상장 효과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면세점 결과 발표(14일)를 이틀 앞둔 지난 12일에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또 다른 소송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자신이 일본 롯데홀딩스 및 롯데 계열사 이사직에서 해임되는 과정에서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이 거짓 정보를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제공한만큼 손해배상소송으로 죄를 묻겠다는 주장이다.

 

두산, 면세점 진출…'유통 강자' 부활 신호탄

롯데·신세계 등 유통공룡들의 면세점 전쟁에 과감하게 뛰어든 두산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 특허권을 손에 쥐며 유통기업으로의 부활을 알렸다. 한때 식품·음료 등 유통부문을 축소하고 중공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했던 두산은 최근 중공업 분야의 부진 속에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얻게 됐다.

올해 갑작스럽게 면세점에 출사표를 던진 것 역시 박용만 두산 회장의 유통사업 재확장 선언으로 해석되는데 수익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유통사업을 다시 넓히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큰 면세점 사업에 손을 뻗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은 동대문 두산타워를 통해 계속 유통사업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면세점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동대문을 중심으로 한 관광 벨트 조성에도 자사 면세점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서울지역 면세점은 명동(롯데 소공점)·삼성동(롯데 코엑스점)·장충동(신라면세점)·종로(동화면세점), 용산(신규 HDC신라면세점)·여의도(한화갤러리아면세점) 등으로 동대문에는 면세점이 없다. 동대문이 명동 다음으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많이 찾는 곳이라는 점에서 두산은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릴 계획이다.

두산타워에 입점한 저렴한 가격의 의류 브랜드를 활용해 폭넓은 가격대의 제품군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두산은 분석했다.

두산 관계자는 합격 발표 후 "동대문을 입지로 내세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면세점은 결국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소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밖에 없는데 동대문은 외국인 관광객이 연 700만명 이상 찾는 곳이라 서울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가격대의 쇼핑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은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연합뉴스 DB
신세계 "20년 숙원 풀었다"

신세계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으로 그룹의 20년 숙원을 푸는 동시에 앞으로 롯데와 신라가 양분한 면세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 발판을 확보했다.

신세계는 2012년 9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지분을 인수하며 처음 면세점 시장에 진입한 이후 2013년 7월 김해공항 면세점, 올해 2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에 선정된 데 이어 이번에 서울 시내까지 진출하게 됐다.

지난해 연말 정부가 서울 시내에 면세점을 추가한다는 입장을 밝히자마자 준비를 시작해 지난 4월 면세점 사업을 위한 별도법인 '신세계 디에프'를 설립하는 등 면세점 사업에 역량을 총동원한 결과다.

신세계는 그룹의 모태이자 85년 역사의 국내 1호 백화점인 중구 회현동 본점을 서울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신세계는 중구 본점 신관 8∼14층과 사무공간으로 쓰는 메사빌딩 3∼7층과 10∼11층 등 총 14개층, 연면적 3만3천400㎡ 규모에 면세점과 부속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이번 특허로 보장되는 5년 동안 중소기업 및 지역 상권과의 상생, 관광자원 개발 등에 총 2천700억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으로는 남대문 전통시장 활성화, 한류특화 클러스터,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리뉴얼(새단장), 미디어 파사드 아트 조명쇼 등 다양한 관광시설과 콘텐츠 개발에 나선다. 이를 통해 본점 면세점과 남대문 일대를 일본 도쿄(東京)의 긴자, 홍콩 침사추이처럼 관광 콘텐츠와 면세점이 결합한 도심 면세관광특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서울 본점 면세점의 개점 첫 1년간 매출을 1조 5천억원, 2020년까지 5년간 매출을 10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 본점 면세점이 개점하면 인접 상권인 롯데면세점 소공점과의 한판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롯데 소공점에 중국인 등 외국인 수요가 집중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신세계가 백화점·이마트·프리미엄아울렛 사업 등 그동안의 유통 경험과 역량을 살려 국내 면세점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한 롯데와 호텔신라의 양강 구도를 흔들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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