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엔화 넘어 달러·유로와 경쟁하나
상태바
위안화, 엔화 넘어 달러·유로와 경쟁하나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11.14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DR 편입후 5대 기축통화 부상…글로벌 주도권 싸움 가열될듯

 

중국이 오는 30일 열릴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회에서 5년동안 열망해온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의 꿈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게 되면 중국 위안화는 미국 달러, EU의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와 함께 세계 5대 기축통화가 된다. 중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위안화 국제화의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실무진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위안화가 '자유로운 사용'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실무진의 판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다룰 집행이사회를 오는 30일 열 예정이다.

위안화가 SDR 통화에 편입되려면 회원국 70%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16.75%)과 일본(6.23%)이 반대해도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어 중국의 SDR 편입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위안화 위상 급상승 전망

위안화의 SDR 편입은 위안화가 외환보유액으로 인정되는 국제통화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므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위상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이 위안화 표시 자산을 확대하고 그동안 달러화를 사용해온 아시아 국가들도 위안화로 갈아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AXA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면 국제기축통화로 위상이 높아지게 돼 많은 투자자들이 위안화 자산을 편입할 것"이라며 "전 세계 정부가 보유외환 가운데 위안화 자산을 매년 1%씩 늘릴 경우 향후 5년간 6천억 달러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안화의 국제결제통화 비중은 2010년까지만 해도 0% 대로 미미했다. 그러나 지난 8월 현재 2.79%까지 상승해 국제시장에서 엔화(2.76%)를 제치고 달러와 유로, 파운드에 이은 제4위의 결제통화로 올라섰다.

위안화의 기축통화 위상 확보는 달러 중심의 경제질서를 고수하려는 미국과 다극 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중국 사이에 경제패권 경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이미 새로운 국제은행인 AIIB 창설을 주도함으로써 미국이 좌지우지해온 국제금융질서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AIIB는 올 연말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중국의 환율정책이 변화할지도 관심거리다.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 과정의 하나로 지난 8월 위안화 환율의 고시환율 결정방식을 개선하고 합리적인 위안화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IMF에 외환보유내역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오는 30일 집행위원회를 앞두고 중국당국이 환율 정책을 더욱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연합뉴스
일본의 통화비중을 뛰어넘을 듯…국제통화비중 14~16%

SDR은 IMF가 1969년 국제준비통화인 달러와 금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가상 통화이자 보조적인 준비자산으로,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IMF 회원국은 출자 비율에 따라 SDR을 배분받고 보유한 SDR 규모 내에서 구성통화에 속한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4개 통화 중 하나로 교환할 수 있다. 각국이 보유한 SDR도 외환보유액으로 인정된다. 필요시 SDR을 구성하는 통화로 언제든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SDR 구성통화들은 국제적인 기축통화의 지위를 지니게 된다. 이에 따라 위안화가 SDR 구성통화로 편입될 경우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와 나란히 기축통화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올해까지 SDR 구성통화 비중은 달러화 41.9%, 유로화 37.4%, 파운드화 11.3%, 엔화 9.4%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SDR 구성통화로 편입될 경우 약 14~16%의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비중을 뛰어넘게 된다. .

위안화가 SDR에서 14∼16%를 차지하면 이 통화 표시 자산에 대해 약 400억∼6천억달러의 수요가 생길 수 있다.

SDR의 가치는 각 구성통화의 가치를 가중 평균해 산정하며 13일 현재 1.38달러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 현재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SDR 발행잔액은 약 2천800억 달러이며, 이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 11조4천억 달러의 약 2.4%다.

중국은 2010년에도 위안화의 SDR 구성통화 편입 여부를 시도했다가 좌절됐다. 당시 IMF는 위안화가 외환시장에서 '자유로운 거래'가 불가능해 SDR 구성통화 편입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중국의 제안을 반려했다.

 

급격한 위안화 절하시, 한국 경제엔 타격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중국발 불확실성에 대한 취약성을 키우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SDR는 회원국이 정해진 조건에 따라 IMF로부터 자금을 인출할 때 쓰는 일종의 기준통화로 IMF에서는 '국제 준비자산'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경제가 중국과의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위안화 국제화가 도움이 된다는 긍정론도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세계 중앙은행들이 위안화 표시 자산 거래를 조금씩 늘려가겠지만 갑자기 늘릴 가능성은 적다"며 "위안화의 SDR 편입이 당장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의 위상이 강화된다면 우리의 외환 건전성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중 양국은 2009년 4월 첫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고, 이후 두 차례 계약 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통화스와프 규모는 3천600억 위안(64조원)이다.

 

하지만 위안화의 SDR 편입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갑작그럽게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위안화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보게 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자본이동 규제를 하면서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라며 "국제적으로 위안화 거래가 늘면서 혹시라도 금융시장에 혼란이 발생하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중국경제가 안정적이냐에 대해 아무도 답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경제가 흔들릴 경우 국제금융시장은 물론 한국경제에 큰 충격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시도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