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거래대금 사상 최고...‘동학개미운동’, 증권사 실적 끌어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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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거래대금 사상 최고...‘동학개미운동’, 증권사 실적 끌어 올릴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08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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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주식투자 열풍에 일 거래대금 20조원 상회
IB·트레이딩 타격…‘최대 실적’ 고꾸라질 듯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국내증시가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면서 증권사의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주가 반등을 점치는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으로 거래대금이 급증한 덕분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투자은행(IB) 부문 영업활동이 어려워진 데다 트레이딩(Trading) 부문 부진으로 올 상반기 증권사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월 11조8814억원에서 2월 14조1750억원, 3월 18조4923억원으로 급증했다. 코스피가 2600선을 웃돌았던 2018년 1월(15조8106억원) 수준을 넘은 사상 최대치다. 이달 7일까지 일평균 거래대금 또한 22조4127억원에 달했다.

◆ 코스피 2600 때보다 늘어난 주식시장 거래대금 

거래대금이 늘어난 배경에는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이 있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이 매도한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 방어에 나섰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은 뒤 결국 주가가 반등했다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 2월 17일 이후 개인투자자는 16조4456억원을 순매수했다. 37거래일 중 순매도를 기록한 건 지난 4일과 24일, 이달 6일 등 3거래일뿐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8조3337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가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은 셈이다. 외국인의 투매에 맞서는 개인투자자들을 가리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증권사 내부에서도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3월 말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3077만개로 지난해 말(2936만개)보다 141만개나 늘었다. 3월 한 달 동안만 86만개가 증가했다. 주식 거래를 시작하려는 개인투자자의 지점 방문이 많아졌고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개인투자자의 접속량을 이기지 못하고 잇달아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부문은 역설적으로 호황을 맞았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간 브로커리지 부문 경쟁 심화로 감소한 수수료 수익을 거래대금 증가분이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는 국내주식뿐 아니라 해외주식, 지수 기반 레버리지와 인버스 등 파생상품, 금과 원유 등 상품으로 확대됐다”며 “최근의 거래대금 증가세는 증권사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수익 구조에서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경우 경쟁사와 비교해 실적이 ‘선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은 올 3월 말 기준 전체 주식시장 거래대금 점유율 23%, 개인투자자 점유율 30%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 주식 투자 열풍으로 증권사 중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달 들어 삼성증권은 미래에셋대우‧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반면 키움증권 목표주가를 기존 6만3000원에서 8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키움증권을 업종 ‘톱 픽(Top Pick)’으로 꼽기도 했다.

◆ IB‧트레이딩 부문 우려...실적 악화 예상

물론 증권사 실적을 좌우하는 IB 부문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올 1분기 증권업계 실적은 지난해 ‘사상 최대’ 행진에서 뒷걸음질 칠 것으로 보인다. IB 딜(deal)이 줄줄이 미뤄진 데다 증시 부진으로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주식발행시장(ECM) 전체가 얼어붙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체투자 자산 가격 또한 떨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증권사들의 신용 보강을 통해 발행되는 부동산 PF 자산담보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도 위축됐다. 특히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ABCP는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소진해 매입해야 해 증권사의 유동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레이딩 부문에선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운용 손실이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조기 상환이 감소하는 가운데 헤지(위험회피) 비용 등이 증가한 탓이다. 특히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경우 추가 증거금 요구(마진콜) 부담까지 떠안아 유동성 위기 우려를 받는다. 주가 급락으로 인한 자기자본투자(PI) 평가 손실도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실상 2분기마저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국면이 계속되고 단기간 내 IB 부문과 트레이딩 부문 정상화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부문 호황에도 트레이딩 부문은 손실이 예상되고 IB 부문 역시 둔화될 것”이라며 “증시 급락으로 파생결합상품 영향이 컸고 IB 부문에선 유동성 부족과 대체투자 자산 가격이 하락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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