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냐 실수냐...유니클로, 대표가 전직원에 '인력감축 추진'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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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냐 실수냐...유니클로, 대표가 전직원에 '인력감축 추진' 이메일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4.07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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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진 대표 "인력 감축, 계획대로 추진 부탁" 이메일 발송
유니클로 "구조개혁 논의 과정서 배 대표 실수…인력감축과 무관"
인력 구조조정 시그널 해석 지배적...영업적자에 폐점 늘어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직격타를 맞아 소비자의 발길이 줄어든 유니클로 롯데월드타워점. 사진=변동진 기자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직격타를 맞아 소비자의 발길이 줄어든 유니클로 롯데월드타워점. 사진=변동진 기자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회장님께 이사회 보고를 드렸고, 인사 구조조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

유니클로 한국법인 대표가 인력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이메일을 전체 임직원에게 발송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회사 측은 ‘실수’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상황이라 실제 인원감축을 실시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배우진 에프알엘코리아(유니클로 운영 한국법인) 대표는 지난 2일 인력 감축 계획이 담긴 이메일을 전 임직원에게 발송했다.

배 대표는 이메일에 “회장님께 이사회 보고를 드렸고 인사 구조조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보고 내용대로 인원 구조조정이 문제없도록 계획대로 꼭 추진을 부탁한다”라고 썼다.

또 “2월 기준 정규직 본사 인원이 42명 늘었는지에 대한 회장님의 질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배 대표가 이메일에 언급한 ‘회장님’이 정확하게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에프알엘코리아 이사 9명중 회장 직함을 가진 이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야나이 타다시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둘뿐이라 두 사람 중 한 명일 것으로 업계는 추측한다. 에프알엘코리아는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51%, 49%씩 지분을 갖고 있다.

배 대표는 당초 인사 부문장에게 해당 이메일을 발송하려고 했다는게 회사측을 통한 해명이다. 그러나 전송 과정에서 개인적 실수로 인해 전 직원에게 발송된 것이라는 것.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구조개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배 대표가 실수로 이메일을 잘못 발신한 것”이라며 “인적 구조조정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일 발송 후 직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각 부서장 및 팀장을 통해 설명했지만, 일부 직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며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니클로 해명에도 직원들 “실수 맞냐” 의혹

에프알엘코리아의 해명과 수습에도 일부 직원들사이에서는 유니클로 고용 불안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번 이메일 오발송과 관련해 직원들은 “실수 아니다”, “일부러 그런 거 아닐까”, “(일본)불매운동해서 (사업이)안 좋으니 구조조정은 당연한 수순. 실화여도 이상할 거 없다”, “전형적인 일본식 눈치주기” 등의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실수 맞다”, “본사에 보내야 할 메일을 잘못해서 전체회신을 누른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이외에 “일본 기업이지만 직원들은 한국인이고 국내 일자리는 그렇게 없어진다”, “불매운동으로 이득 본 게 뭐가 있지”, “직업을 잃는 건 한국인”등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한 글도 많았다.

곳곳에서 위기감 감지..,폐점에 실적 악화까지

유니클로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지 모른다는 시그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에프알엘코리아의 영업손실은 19억원. 전년 2383억원 흑자를 다 까먹고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9749억원으로 전년(1조4188억원)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지난 2014년 이후 5년 만에 매출이 1조원 아래로 하락하고, 영업손실은 처음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따른 불매운동 영향이 컸다. 이 영향으로 주요 매장이 잇달아 폐점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이마트 월계점·종로3가점·AK플라자 구로점 등을 철수한 데 이어 올해 엔터식스 상봉점·현대백화점 부천중동점·홈플러스 가야점 등을 문을 닫았다.

아울러 올해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난이 더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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