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지배구조 재편說'후 V자 반등한 인프라코어‧밥캣...계속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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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지배구조 재편說'후 V자 반등한 인프라코어‧밥캣...계속 갈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07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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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수출입銀, 두산重 1조원 자금 수혈
‘핵심 자회사 분리’ 고강도 자구안 요구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재편을 핵심으로 하는 자구안 마련에 나서면서 두산그룹주(株)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두산중공업을 구해준 채권단은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을 분리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두산중공업의 재무적위기(리스크)가 자회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두산인프라코어는 전 거래일 대비 280원(6.99%) 오른 42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9일 기록했던 연저점(2500원)과 비교하면 9거래일 만에 71.40%나 뛰었다. 두산밥캣 또한 7일 전날보다 1050원(5.16%) 상승한 2만1400원에 마감, 지난달 20일 연저점(1만3050원)보다 63.98% 올랐다.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 재무적 위기 우려에 따른 주가 할인 해소

무엇보다 두산그룹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이 부각되면서부터 두 기업의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은 올 들어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던 두산중공업에 한도대출 형식으로 1조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발전시장 침체와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린 바 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은 별도기준 당기순손실 5000억원을 냈다.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와 손자회사 두산밥캣이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연결기준으로도 1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2014년 이후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10년간 자회사 두산건설에 2조원 규모 자금을 지원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30.19%(연결기준 300.02%)에 달했다.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은 4조9000억원으로 이중 올해 만기가 되는 차입금이 4조2800억원이나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정부가 이번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두산중공업이 채권단 도움으로 재무적 위기를 벗어나더라도 대내외 여건 악화로 주요 사업부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채권단 입장에선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시장은 채권단이 자구안 중 하나로 요구하는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분리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은 각각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3957억원, 2334억원을 기록하며 두산중공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두산그룹 지배구조는 ‘(주)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뤄져 있다. 두산그룹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두산중공업 재무적 위기가 지주사 ㈜두산뿐 아니라 두 기업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게 채권단의 시각이다. 향후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신용도가 떨어질 경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 재편안은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리,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36.27%)과 두산인프라코어의 두산밥캣 지분(51.05%)을 투자회사에 두는 것이다. 이후 투자회사를 ㈜두산과 합병하면 두산중공업 밑에는 두산건설(지분 100%)만 남는다.

시장은 내심 이런 시나리오를 반기고 있다. 그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이 두산중공업 재무적 위기에 따른 동반 부실 우려로 저평가를 받아왔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두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5.0배, 7.1배 수준으로 주요 경쟁사 대비 2분의 1에서 4분의 1 가량 할인 거래돼왔다.

◆ 코로나19 사태로 업황 불확실성

변수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역시 단기적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지난해 매출의 40%를 차지한 중국 굴삭기 시장이 올 1분기 춘절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타격을 입었다. 올 1월과 2월 중국 굴삭기시장 규모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4%, 60% 줄어든 데 이어 3월에도 2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산밥캣도 지난달부터 주요 시장인 미국‧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노스다코타주 공장과 미네소타주 공장은 19일까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재고 수준은 안정적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탓에 현재로선 시장 위축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달 들어 하이투자증권은 두산인프라코어의 목표주가를 기존 7000원에서 5500원으로, 두산밥캣 목표주가를 3만9000원에서 3만원으로 내려 잡았다. 대신증권의 경우 두산밥캣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원에서 3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건기 헤비 BG의 성수기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큰 폭의 이익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두산밥캣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활동이 얼마나 빨리 재개되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확대되고 있는 미국‧중국 등의 인프라 투자 계획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주요국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2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정책을 발표했다. 두산인프라코어에선 이달 중국 지린(吉林)성에 있는 대형 인프라건설 업체 두 곳에 22톤(t)급 중형 굴착기 32대를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부양책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매수 전략을 취할 수 있다”며 “두산중공업 구조조정으로 지배구조 재편이 이뤄질 경우 재무적 위기로 인한 할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두산밥캣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 저평가를 받겠지만 재무적 위기가 감소하는 점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2조달러 인프라 투자정책 가시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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