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힌드라 투자 백지화…쌍용차,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상태바
마힌드라 투자 백지화…쌍용차,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4.06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규 투자 계획 철회한 마힌드라, 400억 단기 지원
쌍용차, 자산 매각·현금확보 방안 등으로 위기 돌파
지난해 영업손실 11년 만에 최악, 당장 900억 차입금 갚아야
산업은행의 지원도 미지수, 한국GM 때와 달라
예병태 쌍용차 사장, 결국 SOS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연합뉴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쌍용자동차가 또다시 생존의 기로에 섰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의 신규 투자 계획이 백지화 됐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자구책을 마련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마힌드라 그룹 산하 자동차회사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는 지난 3일 특별 이사회를 열고 쌍용차에 신규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앞서 쌍용차는 2022년까지 경영 정상화를 위해 5000억원의 신규 자금 투입을 요청했다. 이에 지난 1월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방한해 23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2700억원 규모의 투자는 금융 당국에서 마련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런데 지난 3일 마힌드라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자본 배분 방안을 논의하며 쌍용차에 대한 투자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현재 현금흐름과 예상 현금흐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마힌드라의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은 현재 마힌드라와 인도의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도는 최대의 자동차 신흥 시장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지난해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7%나 감소했다. 이는 세계 주요 시장 평균 -4.2%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3월 인도 내수 자동차 판매량에서 1위 마루티 스즈키는 전년 동월 대비 46% 줄어든 7만9080대를 팔았다. 그런데 3위인 마힌드라의 판매량은 같은 기준 88%나 감소한 5600대에 그쳤다. 지난해 스즈키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50.7%, 마힌드라는 7.5%로 격차가 크다.(2위 현대차그룹 15.7%)

다만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향후 3개월간 최대 400억원 규모의 일회성 특별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마힌드라의 신규 플랫폼 공유, 자재비 절감 프로그램 지속 운영, 쌍용차 경영진의 새 투자자 모색 지원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올해 1월 16일 산업은행을 방문한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1월 16일 산업은행을 방문한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 사진=연합뉴스

◆ 자구책 마련한다지만…상황 녹록치 않은 쌍용차

계획했던 경영 정상화에 큰 차질이 생겼지만 쌍용차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신규 자금 조달을 위해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비롯한 다양한 현금확보 방안을 통해 단기 유동성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3년간 필요한 5000억원의 자금은 마힌드라가 제시한 다양한 지원 방안과 여러 이해 관계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차질 없이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쌍용차가 의지를 관철시키기에 현재 상황은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2011년 마힌드라가 인수한 이후 쌍용차는 티볼리를 출시했던 2016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819억원으로 2009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쌍용차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200억원인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 2541억원이다. 장기 차입금은 1587억원이다.

일단 오는 7월까지 KDB산업은행에 차입금 900억원을 갚아야한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의 400억원 지원금에 자체적인 노력으로 만든 자금을 더해 상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쌍용차의 월 평균 고정비는 500억원 정도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거나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야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거의 모든 기업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지금 새 투자자를 모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산업은행이 지원하느냐 마느냐가 관건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산업은행

이런 상황에 산업은행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기본 입장을 전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기업·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힌드라의 투자 철회에 대해)지금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쌍용차를 지원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산업은행은 2018년 한국GM의 부도 위기때 81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쌍용차와 한국GM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때와 같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시 산업은행은 한국GM의 2대 주주였지만 쌍용차에 대해서는 19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보유한 채권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은 대기업 지원 조건으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 방안 등 3대 원칙을 줄곧 요구해왔다. 한국GM의 모기업 GM은 64억 달러(약 7조8656억원)을 지원하고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마힌드라는 약속했던 투자 계획을 백지화 하며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현재 산업은행은 국내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쌍용차에 대한 추가 지원이 곤혹스럽기도 하다. 현재 LCC에 3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시작했고, 수출입은행과 함께 유동성 위기에 처한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기업들 대출 지원에도 한창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연관효과와 고용효과가 크다. 쌍용차 임직원 5000여 명과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수만 명의 생계가 달려있다. 여기에 4·15 총선도 코 앞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회사는 노동조합과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요청을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개 서한을 통해 "채권단이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해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주주와 노사가 합심해 정상화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