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소상공인 대출지원?...미로에 갇힌 영세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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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소상공인 대출지원?...미로에 갇힌 영세업자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4.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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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hutter stock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대출지원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승인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소상공인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제공=shutter stock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일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새벽 4시였다. 잠도 못자고 아침부터 이게 뭐하는 일인가 싶다" 연희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소상공인 대출을 받기 위해 아침부터 여러 은행을 전전하고 있었다. 

A씨는 "소상공인진흥공단 대출창구에 여전히 사람들이 몰려 있어 은행 대출 소식을 듣고, 돌아다녔는데 신용등급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다른 곳을 찾아가보라고 하더라"며 "분명 신용등급을 확인하고 갔는데 은행 자체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니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지원대책이 나오곤 있는데 대출기준이나 신용등급 파악 등이 너무 복잡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로나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출지원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지만, 대출창구와 기준도 제각각이어서  정작 급한 사람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소상공인 대출지원정책 줄줄이...신용등급, 대출기준 파악 힘들어

정부는 지난달 27일 소상공인 대출 창구를 기존의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에서 시중은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대출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최근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까지 벌어진 탓이다. 

이를 통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14개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이 지난 1일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한 이차보전 대출상품을 내놨다. 연 매출 5억원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3000만원을 연 1.5%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IBK기업은행과 협약을 맺고 1등급~6등급 소상공인이 3000만원 이하를 이 은행에서 1.5%의 초저금리로 대출할 경우, 지역 신용보증재단이 하는 모든 보증 업무를 기업은행이 대신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출 줄서기'가 멈추지 않자, 중기부는 급기야 지난 1일부터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소상공인을 위한 '1000만원 직접대출'에 홀짝제도 시행했다. 홀수날에는 출생연도가 홀수인 사람이, 짝수날에는 출생연도가 짝수인 사람이 대출을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게 지원대책들은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대출을 받는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대출충족요건을 명확하게 확인할 길이 없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신용등급 판단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우선 신용등급에 따라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나뉜다. 신용등급 1등급~3등급은 시중은행을 통해 대출신청을 할 수 있다. 4등급 이하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을 통해야하고 1등급~6등급은 기업은행 창구를 이용할 수 있다. 

정확한 정보 없이 급한 마음에 서둘러 대출창구를 찾아간 소상공인들이 이곳저곳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대출 취급 기관마다 평가기준이 다른 것도 소상공인들을 한숨쉬게 만든다. 시중은행에선 기존 대출 유무, 저금리 정책 자금 지원 사실 등을 자체 심사 기준으로 삼고 있기에 신용등급이 아무리 높다하더라도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소진공에서는 기존 대출여부, 매출 하락 등에 관계 없이 1000만원을 대출해주지만 이마저도 기존에 연체 사실이 있으면 신청할 수 없다. 

대출상담창구 개설, 채무상담 등 추가지원 절실

대출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공유되지 않은채로 정부 정책 쏟아져나오다보니 소상공인들의 불편함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장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지원책만 연이어 내놓을 것이 아니라 현 상황에 대한 진단 및 소상공인들이 대출상담할 수 있는 창구 개설 등을 선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이 현재 하루벌어 하루살기도 힘든데 본인의 신용등급이나 대출요건 등을 알아보기 위해 대출기관마다 찾아가 상담을 받긴 버거운 상황이다"라며 "소상공인들이 대출창구까지 가기전에 미리 본인의 신용등급이나 대출요건을 상담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었다면 지금처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허송세월하고 있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정책 방향이 대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이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악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은행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해준다고 해서 갔는데 1년 만기 전액 상환이더라, 작은 규모로 영업을 하는 업주들은 한번에 그런 목돈을 갚을 수가 없다"며 "지금 당장 자금이 필요해 빌린다 해도 어차피 갚을 돈만 더 늘게되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장사를 이어가야할지 접어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유순덕 주빌리은행 상임이사는 "정부가 돈을 빌려준다고 하니 당장 발등에 불을 꺼야할 소상공인들 입장에선 대출을 신청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봤을땐 위험요소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유 이사는 "대출지원이라고 하는게 소상공인 입장에선 빚을 지게 되는 것인데, 이는 단기적 지원일뿐 결국 사업자들의 채무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긴급자금을 지원하기전 소상공인들의 채무상담 등을 진행해 적정 수준의 대출규모를 알려주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소상공인들이 재무구조에 대한 정확한 파악없이 대출 가능 금액을 모두 신청하는 건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간 회복을 위해 자금을 수혈했음에도 상황이 악화되면 종국엔 대부업체 등의 대출을 이용하게 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유 이사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관련 사항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상담지원 등을 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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