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고사위기 예술계...정부, 과감한 지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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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고사위기 예술계...정부, 과감한 지원 나서야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
  • 승인 2020.04.0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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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진국, 코로나위기에 적극적 지원책 제시
문체부 지원책, '당장의 불' 끄기 턱없이 모자라
실질적이고 체계적 '문화 지키기' 나서야할 때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 코로나의 여파로 공연계는 그야말로 암울하다. 크고 작은 공연들은 모두 취소되고 그나마 온라인에서 주요 공연장의 일부 공연만 무료로 상영되고 있다.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의 '코로나 19 사태가 예술계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이 취소 또는 연기된 공연, 전시 등 현장 예술행사는 2511건에 이르고, 직접적인 피해액은 523억 원에 달한다.

예상대로 매출은 급감이다. 한국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3월 공연계 매출액은  약 90억 3천만원으로, 코로나 19 여파를 비교적 덜 받은 1월 매출액 404억 원, 코로나 19가 본격화된 2월은 그 절반인 210억 원에 이어, 두 달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문제는 4월에도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고사 위기에 빠진 공연계

공연 관계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참담한 실정이다. 공연 취소로 수익이 크게 줄어든 데다 당장 취소된 공연의 대관료, 출연료 감당이 문제이다. 대부분이 소규모의 영세한 공연기획사라 직원들 임금과 사무실 임대료 등 고정비용 부담으로 한두 달을 버티기 힘든 상황인데, 설사 4월에 코로나가 진정된다 해도 한동안은 모이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의 공연 일정도 불투명하다.

공연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예술인들의 시름은 더하다. 공연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아예 없게 된다. 고정 급여도, 실업 급여도 없는 프리랜서 예술인들은 정부 지원만이 살길이다.

지금까지 문체부는 공연계에 두 차례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지난 2월 20일 발표한 지원 방안은 △‘코로나 19 예술인 특별 융자’지원(총 30억 원 규모, 융자 금리를 2.2%에서 1.2%로 인하하고 지원한도를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 △기존 창작준비금(1인 300만 원) 지원 사업에서 코로나19 피해 예술인 가점 부여·우선지원, △소규모(300석 미만) 공연장 430개소에 소독·방역용품, 휴대형 열화상 카메라 등을 지원(약 2억 2천만 원 규모) 등이다.

이어 지난 달 18일에는 소극장, 예술단체, 관객 대상의 지원책으로 코로나19로 침체된 공연계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기초공연예술 소극장 200곳에 대한 공연 기획·제작 경비 및 홍보비 등을 1곳당 최대 6000만원까지 지원 △총 160개 예술단체(예술인)에게 2000만~2억원의 제작비 차등 지원 △총 300만명 관객에게 1인당 8000원 상당의 ‘관람 할인권’ 제공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턱없이 부족한 정부 지원

그러나 공연계 종사자들은 이러한 지원책은 당장에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끄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특별융자의 경우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빚’이라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인데, 공연계의 불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대출을 언제 갚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또 저소득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한 창작준비금은 일러야 6월에나 받을 수 있고, 그나마 지난해 받은 사람은 제외된다. 특히 두 번째 발표한 대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의 공연계 활성화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어, 당장 이번 달의 적자와 생활비가 걱정인 절실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지원책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19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문화선진국들은 어떠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을까.

독일의 지원 정책은 일차적으로 긴급한 현금 융통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즉시 지원금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문화예술분야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1인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 소규모사업자를 위한 즉시지원금(Soforthilfe-Program)으로 총 500억 유로(약 68조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직원 5명 이하 사업자는 3개월간 최대 9000유로(약 1200만 원), 직원 10명 이하 사업자는 3개월간 최대 1만 5000유로(약 2,020만 원)를 지원받는다. 베를린시의 경우 연방정부와는 별도로 5명 이하 소규모사업자와 1인 자영업자, 프리랜서 지원을 위해 일차적으로 총 1억 유로(한화 약 1348억 9,200만원)를 투입하는데 이는 특히 문화예술 창조 분야의 종사자를 위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바이에른주 역시 총 100억 유로의 특별 자금을 투입하는데, 특히 문화 및 창조 분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19 감염사태로 공연무대가 일제히 문을 닫자, 예술인들의 생계가 위기에 빠졌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 19 감염사태로 공연무대가 일제히 문을 닫자, 예술인들의 생계가 위기에 빠졌다. 사진= 연합뉴스

예술가 위한 지원정책 쏟아내는 문화선진국

프랑스의 경우 기본적으로 예술가를 위한 고용보험 제도인 '엥테르미탕(Intermittent)'이 운용되고 있어 통행금지가 내려진 3월 15일부터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예술가들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추가적으로 국립음악센터(CNM)는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종사자들에게 1000만유로(약 135억 원)의 보조금을 교부하고, 정부는 민간 극장 및 국가 인증을 받은 극장의 경우 고용유지 등을 위한 긴급 보조금으로 500만 유로(약 68억 원)를 교부한다. 

이들 두 나라 외에도 미국 뉴욕시, 캐나다, 벨기에 등 많은 정부와 지자체들이 문화예술계에 대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에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제라도 지금보다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지원에 방향을 잡고, 시급하게 지원이 필요한 곳을 파악해 보다 확대된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공연기획사들 입장에서는 취소된 공연의 대관료와 임금 등의 비용이, 소극장들은 대관취소로 인한 임대료가 가장 큰 부담이므로 이에 대한 지원책이 추가되어야 하고, 피해 기간 공연을 올렸던 단체에 대한 인건비 지원, 예매처 티켓 수수료 인하 등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예술인들 개인에 대해서는 긴급생활자금의 지원, 세금감면 혜택 등이 절실하고, 장기적으로는 프랑스의 엥테르미탕과 같이 예술인들의 고용보험 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지원, 체계적인 지원 이뤄져야

이번 일을 계기로 긴급 재난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제대로 정비하는 것 역시 꼭 필요한 과제다. 방역의 시기 및 방법, 공연 취소 및 공연장 폐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소규모 기획사나 공연장도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둡기 만 한 공연계의 현실이지만, 온라인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면서, 새삼 문화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행복을 생각하게 된다. 또 공연계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온라인이라는 매체를 적극 활용하고 소비자 층을 넓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자생능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독일의 문화부 장관 모니카 그뤼터스(Monika Grütters)는 “문화는 사람들이 좋은 시기에만 즐기는 사치품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일정 기간 동안 문화를 포기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문화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예고 없이 찾아와 인류를 덮치고 있는 작은 바이러스가 우리의 정신세계까지 침투하지 않기를 바란다.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서울대 음악대 기악과(피아노 전공), 베를린 국립 예술대를 나왔다. 이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휘명에서 변호사로 재직중이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정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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