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무제한' 돈풀기 시동...자금시장 차츰 안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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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무제한' 돈풀기 시동...자금시장 차츰 안정되나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4.0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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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입찰에 5.25조원 방출
한국은행이 2일 유동성공급을 위해 제한없이 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일 자금시장의 유동성공급을 위해 제한없이 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자금시장에 '무제한 돈풀기' 행보를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5조2500억원을 시중에 공급했다. 경직된 채권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한은은 2일 오전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RP 매입 입찰을 실시, 5조2500억원이 응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응찰된 금액은 시장에 전량 공급되며 만기는 91일, 금리는 기준금리 0.75%보다 0.03%포인트 높은 연 0.78%로 결정됐다. 

한은의 이같은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단기자금시장에선 기업신뢰도가 하락하고 회사채 시장은 얼어붙은데 따른 것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29일 기업어음(91일물) 금리가 앞선 26일과 27일 각각 연 2.04%, 2.0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바로 전날인 1일에도 2.16%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리 급등은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금융기관 대부분에서 현금보유 욕구가 강해진데 더해 증권사, 정유사 등 자금수요가 많아진 기업들이 어음 발행을 늘린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기업어음을 매입하려는 금융사들이 전무한 상황에서 발행량만 확대되다보니 수요공급의 미스매칭이 생긴 것. 

증권사에 대한 시장의 불신도 자금 경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최근 몇년간 주가연계증권(ESL)을 대거 발행했는데 주가폭락으로 인해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마진콜)에 몰려있다"며 증권사 중엔 1조원 가량의 증거금을 추가 납부해야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증권사 발행 기업어음 매입에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 따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금융시장 안정화방안으로 주 단위 정례 RP 매입 제도를 3개월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일정 금리 수준에서 시장의 자금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한은의 무제한 RP 매입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시행된 적 없던 조치다.  

한은은 당초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입찰키로 했지만 첫 입찰에 한해 목요일인 이날 입찰을 실시했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주고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 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통화)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은의 무제한 RP매입 시행은 단기자금시장의 불안 심리 완화와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전망"이라며 "이를 통해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사들의 자금확보가 용이해지며 일선 기업의 현금 유동성 확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뿐만 아니라 최근엔 대기업들까지 회사채 차환 등 자본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정부가 의도했던 정책방향에 따라 기업 숨통을 틔어주기 위해선 한은·금융사·기업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세심하게 살피고 사후점검도 이어가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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