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여파'...美 셰일업체 첫 파산신청, 줄도산 신호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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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 여파'...美 셰일업체 첫 파산신청, 줄도산 신호탄일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4.0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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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이팅페트롤리엄, 유가급락 속 첫 파산보호 신청 
유가급락 지속시, 소규모 셰일업계 줄도산 가능성도
"비축유 급증은 우려할만...러시아, 4월 증산 계획 없다는 긍정적"
셰일유 시추 현장. 사진=연합뉴스
셰일유 시추 현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유가 급락으로 인해 에너지 업계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한 셰일업체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원유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에 따른 타격이 현실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석유업체들에 비해 채산성이 떨어지는 셰일업계의 줄도산 신호탄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 셰일업체 화이팅페트롤리움, 파산보호 신청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 본사를 둔 대형 셰일유전 개발업체인 화이팅페트롤리움(Whiting Petroleum)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원유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급락한 이후 첫 파산 신청이다. 

셰일업계는 올 들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원유 전쟁까지 벌어지자 국제유가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진 탓이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올 들어 무려 66%나 빠졌다. 지난 1일(현지시각) WTI는 배럴당 20.3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 셰일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셰일공법 개발 등을 통해 채산성을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력이 낮다. 미 셰일업계의 채산성은 배럴당 50달러 안팎으로 알려졌다. 배럴당 20달러 수준대의 유가 환경에서는 생산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속절없는 유가 급락에 이 회사 주식도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다. 화이팅페트롤리움은 올 들어 주가가 91% 폭락했다. 

소규모 셰일업체들, 현금흐름 압박 커 

문제는 화이팅페트롤리엄의 파산 보호 신청이 미 셰일업계 줄도산의 신호탄일지 여부다. 화이팅페트롤리엄은 "우리는 5억8500만달러 규모의 현금을 포함해 유동성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며 "사업을 계속 운영할 수 있고, 추가적인 자금조달 필요 없이 재정적인 의무를 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자금은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의 상황을 고려할 때 재정적 개편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화이팅페트롤리엄과는 달리 미 셰일업체들 가운데에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 셰일업체들은 고수익 고위험 정크본드 시장에서 가장 발행규모가 큰 업체들로, 이들이 발행한 물량은 전체 고수익 채권시장에서 11%에 달할 정도다. 유가급락과 함께 이들의 고위험 채권 가격도 급락해 현금흐름 압박도 크다. 유가 급락이 지속될 경우 이들의 줄도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소규모 셰일업체들은 부채가 많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시화되기 이전에도 많은 셰일업체들이 채무 변제에 시달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기준 30개 이상의 셰일업체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고도 전했다. 

미국 전 에너지 장관이기도 한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최근 유가 급락은 더 작고 영세한 회사들을 파괴하고, 그들의 일자리를 해칠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의 전체 에너지 산업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파산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대량실업 문제다. 

CNBC의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해고가 시작되면 일부 실업자들은 다시 직업을 구하지만, 나머지 일부는 계속 실업상태로 남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에서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에너지업계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고용되는 직원 수가 상당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타격도 상당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배럴당 5달러, 10달러까지 내려갈 경우 셰브론을 제외하면 저유가 환경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며 "그 누구도 줄도산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급락에서 에너지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전략 비축유를 (저장고의) 꼭지까지 채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석유업체와 셰일업체들은 유조선을 포함해 비축분을 저장할 장소를 확보하려 애를 쓰고 있지만 저장 시설의 여력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장비용 역시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에너지 업계의 압박은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딕뱅크SEB의 수석 상품애널리스트인 비야네 쉴드롭은 "일부 유조선의 임대료는 지난해 하루 평균 3만달러 수준이었으나, 최근 하루 20만달러로 올랐다"며 "기록적으로 높은 저장 비용이 현물 가격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4월 증산 계획 없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러시아가 당장 산유량을 늘릴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전 세계 석유시장의 엄청난 공급과잉을 감안해 4월1일부터 증산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증산에 동참해 러시아도 증산에 나설 경우 유가 급락 추세가 가속화될 것을 우려한 바 있으나, 러시아 측에서 원유전쟁과 관련해 '온건한 신호'를 보인 것이다. 

다만 러시아의 경우 이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상을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 

러시아가 증산을 하지 않을 계획임이 알려지면서 에너지 업계는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달 31일 사우디아라비아는 5월부터 하루 원유 수출량을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자국내 원유 소비량과 발전용 연료 수요가 줄어든 탓에 하루 60만배럴 정도 수출량을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매서운 기세로 '유가전쟁'을 펼치고 있는 사우디는 4월부터 전체 산유량을 하루 1230만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2월에 비하면 27% 늘어난 수준이다.

사우디의 산유량 증가 및 수출량 확대는 유가급락 뿐 아니라 미 셰일업계의 상당한 위기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크게 늘어난 것도 부담요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재고는 1380만배럴 증가했다. 주간 증가분으로는 지난 2016년 이후 최대다. 반면 휘발유 수요는 일평균 220만배럴 감소한 670만배럴을 기록, 주간 감소폭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핀란드 노디아뱅크의 에너지 전략가 티나 솔트베트는 "당분간 어떠한 합의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원유 수급이 균형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을 지속하고 있고, 이로 인해 석유 수요의 20%~25%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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