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셀 코리아’에 코스피 3.9% 급락…외국인, 언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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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셀 코리아’에 코스피 3.9% 급락…외국인, 언제 돌아올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01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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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세계 확산세에 글로벌 경제‧신용지표 우려↑
“미 증시 반등해야 매수 전환...당분간 어려울 듯"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 계속되면서 코스피의 반등세가 강해지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금융시장 공포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당분간 실물 경기침체와 신용경색 우려가 불가피한 만큼 외국인의 귀환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9.18포인트(3.94%) 하락한 1685.4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역시 외국인은 오후 들어 거센 매도세를 보이며 5785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5일 이후 20거래일째 순매도다. 이 기간 외국인이 내다 판 주식은 모두 12조1921억원에 달한다.

‘동학개미운동’이라 일컬어지는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도 외국인의 강한 매도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개인투자자는 1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511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고, 5일 이후 순매수 규모 11조1715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 비중(지난달 기준 38.9%)이 높은 유가증권시장 특성상 상승 흐름이 이어지려면 외국인 매수세가 회복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코로나19 확산세…경기침체‧신용위기 우려 여전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되돌아오려면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공포심을 걷어낼 계기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미국‧유럽 등 주요국 확진자 수 증가세가 핵심이다. 이미 미국의 확진자 수는 18만9000명으로 중국의 두 배를 넘어섰고 유럽에선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스페인‧독일 등의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한 수요‧공급망 위축에 따른 실물 경기침체 우려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되지 못하게 된다. 미국 등 주요국이 통화‧재정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의 환호는 잠깐에 그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정책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만만찮다.

자료=한국거래소

특히 지난달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반영된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투자심리를 다시 한 번 위축시킬 수 있다. 더불어 1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올 상반기뿐 아니라 하반기 실적 전망까지 줄줄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신용경색 우려도 여전하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의지에도 불구하고 하이일드(투자부적격‧투기) 등급 채권 스프레드 등 기업 신용 관련 지표는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 양적완화(QE) 카드를 꺼냈지만 그 파급력이 민간기업 신용부문까지 확산하지 못한 탓이다. 이달부터 기업어음(CP) 매입 등이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비슷한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 주요국 정책 공조에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계속

연준의 유동성 공급에도 달러 경색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포장세에서 위험자산은 물론 안전자산까지 매도하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계속될 수 있어서다. 연준이 나서면서 당장의 달러 경색은 완화되더라도 의미 있는 수준의 달러 가치 하락이나 단기자금시장의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1일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1차 공급에 나섰지만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환율은 1일 전날보다 13.1원 오른 123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수급은 원화가 약세일수록 매도세가 강해진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 신용 관련 지표가 불안한 가운데 역외 달러 조달 환경이 여전히 난해해 미국 외 지역의 유동성 여건 개선을 가로 막는다”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되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찾아온 국제유가 ‘쇼크’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달 30일 배럴당 20.09까지 떨어지며 2002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유가 전쟁’을 벌이는 탓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 기업을 비롯해 원자재를 수출는 신흥국의 크레딧 위험(리스크)이 확대되면서 달러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구체적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1~2개월 가량 계속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추이가 미국 뉴욕증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데 S&P500지수가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즉 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외국인의 매수 전환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8년 이후 S&P500지수가 저점을 확인하면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순매도도 정점을 지난 사례가 많다”며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위해서는 각국의 재정‧통화정책이 성공해 금융시장, 특히 미국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1987년 이후 S&P500지수가 20% 하락했을 때의 사례를 살펴보면 S&P지수는 오는 5월말 저점을 찍을 것”이라며 “이 기간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이탈을 견뎌야 하는데 남은 이탈 자금은 최근 매도 강도를 감안하면 10조원~15조원 가량”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외국인의 매수세 전환이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는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공조에 힘입어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면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각국 정부의 폐쇄 조치 효과로 이른 시일 내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이일드 스프레드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이 내려온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불안감을 뒤로 한 채 국내 주식시장에 돌아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선물 시장 백워데이션…프로그램 매매 영향도

수급 측면에서만 보면 프로그램 매매로 인한 유가증권시장 자금 이탈도 확인되고 있다.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는 동안 코스피200지수 선물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백워데이션으로 인한 ‘현물 매도-선물 매수’ 차익 거래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지난 13일 선물‧옵션 만기일 이후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2조2632억원을 순매수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3월 중순 이후 베이시스(basis) 역전폭이 커졌고, 외국인은 현물을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하는 흐름을 보였다”며 “올해 외국인 거래대금에서 프로그램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60~75% 사이였는데 3월 중순 이후 외국인 거래대금의 비중은 75%보다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선물 백워데이션으로 인한 매도 차익 거래 외에도 유가 하락으로 인한 중동, 노르웨이 등의 국부펀드 현금화 가능성 등이 외국인 매도세 원인”이라며 “향후 유가가 안정화되거나 백워데이션이 콘탱고(contango: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거나 결제월이 멀수록 선물가격이 높아지는 현상)로 돌아설 때까지 대형주‧대표주 위주의 외국인 매도는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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