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석 달 만에 '순상환' 구조로...4월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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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석 달 만에 '순상환' 구조로...4월 전망은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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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더 큰 상황 발생
기업들 자금조달 어려워져 발행액 줄어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이 상환액보다 작은 ‘순상환’을 기록했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금리가 치솟으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모집 금액을 채우지 못하는 등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가 위축되면서 순상환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1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전체 발행액은 3조1170억원을 기록, 상환액(3조605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순상환 규모는 4880억원이다. 지난해 12월(3650억원) 이후 석 달 만의 순상환이다. 올 1월과 2월에는 각각 1조2250억원, 4조8150억원의 순발행됐다.

채권 순상환은 만기 상환액이 신규 발행액보다 많을 때를, 순발행은 반대의 상황을 가리킨다.

지난달 단기자금시장은 급격히 경색됐다. A1 등급 기업어음(CP)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차(스프레드)는 지난달 초 0베이시스포인트(bp‧1bp=0.01%포인트)에서 27일 81bp로 확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자금 경색의 가장 큰 원인은 증권사의 유동성 문제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과정에서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대형 증권사의 유동성이 악화됐다. ELS 기초자산인 해외증시 급락으로 ELS 내 선물‧옵션 매도 포지션에서 추가 증거금 요구(마진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해외거래소에 달러화로 증거금을 납부해야 상황에 직면한 셈이었다.

이 가운데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외화 조달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다른 외화 조달 창구인 외환스왑 시장 역시 급격히 경색됐고 유동성 공급이 부족해졌다. 결국 크레딧 투자심리가 악화된 데다 증권사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CP‧단기금융채를 중심으로 매도에 나서면서 금융사의 자금 경색이 크레딧 시장 전반에 확산됐다.

더불어 이달 51조원 규모 CP‧전자단기사채(전단채)와 5조80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예정된 탓에 기업‧증권사의 차환 우려가 불거졌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실물경기 둔화 우려도 강해졌다. 특히 증권사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유통업을 비롯해 기존 한계기업들의 유동성 불안이 부각됐다.

CP 호가금리는 급등했고 자산담보부기업어음(PF ABCP)과 우량 단기 크레딧물까지 민평금리 대비 높게 호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크레딧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된 데다 분기말 자금 부족까지 겹치면서 발행‧유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거래량 부진으로 호가금리의 상승 흐름이 민평금리에 반영되는 속도도 느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정책을 계기로 크레딧 시장 경색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4일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포함한 41조8000억원의 금융시장 안정 정책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또 유동성이 부족했던 증권사를 대상으로 2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한편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대상에 우량기업 CP를 포함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개시 이전이라도 국책은행을 통해 우량CP 2조원을 우선 매입하기로 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의 회사채 매입은 오는 2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분기말이 끝난 이달 초 수급 여건이 나아지면서 자금경색이 해소될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 사례를 보면 우량물 위주로 스프레드가 축소된 바 있다. 특히 정부의 한계기업에 대한 지원 의지로 크레딧 투자심리가 개선되기도 했다. 

이달 단기자금 상황이 개선되면 CP금리는 다시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분기말 머니마켓펀드(MMF) 환매가 겹치면서 기관들의 단기자금 매수 여력은 아직 낮고 CP 및 단기 크레딧물의 호가금리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CP금리가 매력적인 수준까지 상승, 기관들의 대기 매수세가 누적된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본격적인 투자심리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수급상 우려가 여전한 탓이다. 이달 증권사‧여전사 CP의 만기가 대거 예정돼 있고 금융사들의 추가적인 자금 수요도 많다.

채권시장안정펀드와 국책은행의 직접 매입은 규모의 한계가 있다. 또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대상에 증권사가 신용공여한 PF ABCP가 명시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ABCP의 롤오버(Roll-Over)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증권사의 유동성 부담은 증가한다.

김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은 다른 달에 비해서 회사채 발행이 많은 달이지만 이번에는 과거 대비 저조할 것”이라며 “시장의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고 기업들이 수요 예측에서 미달이라는 오명으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기평정을 앞둔 상황에서 기업의 신용등급 저하 우려에 투자심리 개선은 아직 요원하다”며 “채권시장안정펀드의 매수는 그 규모에 한계가 있어 크레딧을 향한 자금 집행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발행량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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