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냐 재협상이냐 포기냐...HDC, 아시아나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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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냐 재협상이냐 포기냐...HDC, 아시아나 어떻게 할까?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4.01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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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HDC 증자납입일 기한 연기" 공시...의미는 뭘까
아시아나-HDC "해외 기업결합심사 지연 때문"...큰 의미 없다지만
시장은 HDC '승자의 저주' 우려...코로나 사태로 인수여건 '최악'
산업은행, 아시아나 차입금 상환 연기 등 인수조건 재협상 가능성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 연기를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 연기를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HDC현대산업개발(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연기됐다. 최근 코로나사태로 항공산업의 피해가 심각해지자 HDC가 제2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주춤거리고 있다.  

1일 금감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정정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납입일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한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납입시기를 확정하지 않았다. HDC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인수대금으로 1조 4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는 것이 이달 7일로 공시했으나 이 계획을 무기연기한다는 의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인수절차에 있어 결국 HDC의 결정이 중요한데 선행조건에 대한 HDC 입장 정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걸로 파악돼 납입일시를 미뤘다"며 "현재 HDC측에선 '조건만 성립되면 최대한 빠른 시기에 계약을 종결시키겠다'라고 밝혔지만 납입시기가 미뤄졌기에 사실상 연기된 것으로 보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반면 HDC 관계자는 "아시아나의 정정 공시를 중요한 부분으로 보진 않고 있다"며 인수협상 결렬으로 해석하지 않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자체적으로 7일로 공시했던 납일예정일을 변경했을뿐 HDC가 직접적으로 인수 연기에 개입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약서의 선행조건이 마무리되면 잔금납부일이 결정되는 것이 절차상 당연한 과정이며, 계약완료를 위한 조건들이 합의된 후 잔금납부일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이 유상증자 및 납입일 변경공시를 한 표면적인 이유는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중국등 해외에서의 결합심사 지연이다. 코로나19감염 사태 확산으로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기업 결합심사 승인이 늦어지며 인수를 최종확정하지 못했고, 따라서 잔금납부일을 지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항공업체가 인수합병(M&A)을 하려면 한국을 포함해 해당 항공사가 취항하는 국가별로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주인수계약서에도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선행 조건으로 적시돼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를 표면상의 이유일뿐 사실상 거래조건 재협상을 위한 사전작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초 HDC는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차입금을 상환한다는 계획이었다.  HDC가 아시아나항공에 1조4700억원을 유상증자하면,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산업은행·수출입은행 차입금 1조1700억원을 상환하는 것. 

하지만 HDC가 자본시장 불안으로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통한 인수자금 조달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HDC 입장에선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산은의 차입금 상환 연기나 인수자금 지원 등의 추가대책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산은 측에선 현재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인수조건 재협상 과정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을시 인수가 계속해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DC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면 산은의 협조여하에 따라 유상증자 날짜를 확정할 계획이지만 심사가 언제 재개될지는 불확실하다"며 "현재 인수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유상증자는 선행 조건들이 마무리되는대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경영실적 최악, 시가총액 폭락

권순호 HDC 대표는 지난달 25일 "아시아나 인수 합병을 성공적으로 완수해나갈 것"이라고 공개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HDC가 인수를 확정짓기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자금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HDC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될때까지만 해도 인수절차에 잡음은 적었다"며 "당초 HDC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코로나사태로 상황이 악화하면서 경영정상화가 가능할지에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영업손실은 4654억원, 당기순손실은 7468억원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2018년 649.3%에서 1386.7%로 급증했다. 운용리스가 부채로 새롭게 인식된 부분도 컸다. 

올해도 코로나사태의 영향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운항률은 10%를 넘지 못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고정비가 높은 항공업 특성상 매달 지출되는 리스비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리스비용은 총 5100억원으로 추산됐다. 운항이 대폭 축소되며 항공기는 멈췄지만 매달 400억원 가량의 리스비는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에따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악화는 곧바로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종가기준 337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HDC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당시 주가는 6580원이었다. 

당시 HDC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비용으로 경쟁사보다 1조원 가량 높은 2조 5000억원을 써내며 배팅했지만 31일 종가기준 아시아나 항공 시가총액은 7523억원에 불과해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국책은행 인수지원 가능성, '승자의 저주' 우려도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에 1조원 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산업은행이 매각 무산을 막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에 추가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업계 전반이 어려운데다가 이번 인수작업 무산 시 또다른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산업은행 관계자는 "인수협상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HDC 양측의 협상이 우선적이며 산업은행은 직접적으로 관련사안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HDC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포기하면 HDC는 인수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2500억원의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위약금을 내더라도 지금이라도 인수를 포기하는게 낫다는 평도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HDC가 인수 결정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적자,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를 과소평가해 추가 비용부담이 불가피했지만 인수가격부터 너무 과했다"며 "차라리 불확실성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HDC의 손실을 막는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HDC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인수 포기의사는 없다"면서 "대신 조건은 변화시켜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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