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통신] 인도네시아한인회, 교민들에 마스크 무상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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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통신] 인도네시아한인회, 교민들에 마스크 무상 배포
  •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 승인 2020.03.3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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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확산방지위해 자카르타 봉쇄 가능성 거론돼
인도네시아 치명률 8.6% 달해...공포감 갈수록 커져
한인교민들, 본국으로 가지도 못해...외국인 입국금지 우려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위한 실무진과 유수 학자들의 강력한 촉구에도 불구, 2018년 제정된 보건격리법이 허용하고 있는 자카르타 수도권 봉쇄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3월 30일 현재 아직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강력한 대규모 규제를 공익을 위한 긴급정책들과 연계해 시행하겠다"는 사뭇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며 '봉쇄' 단어의 직접적 언급을 회피했다. 하지만 그간 교통부와 경찰청이 수도권 접근로 봉쇄를 위한 준비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가운데, 인력개발-문화 조정장관 무하지르 에펜디는 최대 구(區)단위까지의 소규모 격리조치를 위한 규정이 2~3일 이내에 준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부 자바의 뜨갈(Tegal)시는 지난 25일 자체 첫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3월 30일부터 7월 말까지 4개월간 지역봉쇄를 하겠다고 발표했고 파푸아와 말루꾸도 항공기와 선박을 통한 외지인 도착을 막기 시작했다.

지난 30일까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만 69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사진= 로이터/연합
지난 30일까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만 69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사진= 로이터/연합

'코로나 19 청정국' 자신하다 상황 급변

전세계 열강들의 방역망이 차례차례 무너지고 있을 때 스스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청정국'이라 자축하던 인도네시아는 지난 3월 2일 첫 확진자 두 명의 존재가 발표되면서 잠시 사재기 바람이 불었지만, 여전히 몰(mall)들은 마스크 안한 사람들로 흥청거렸고 결혼식과 파티와 금요일 정오 대규모 이슬람 기도회가 전국 곳곳에서 계속되었다. 하지만 3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변했다.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는 3월 16일부터 자카르타 지역 학교들에게 2주간 휴교를 권고했고 3월 20일에는 자카르타 긴급사태를 선언, 23일 월요일부터 모든 사업장들이 14일간 임시 휴무하거나 재택근무할 것을 명령했다. 이와 함께 역내 모든 관광지가 폐쇄되었고 정부 민원창구들도 4월 초까지 문을 닫았다. 자카르타 봉쇄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것도 이때의 일이다.

이후 시내 대형 몰들도 슈퍼마켓과 약국을 제외하곤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당초 4월 5일까지 예정되었던 긴급상황은 최근 4월 19일까지 2주 더 연장되었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치명률 8.6%에 공포감 커져..앰뷸런스 소리만 나도

3월 30일까지 확진자는 129명 더 늘어 1414명이 되었는데 절반인 698명이 자카르타에서 나왔다. 자카르타는 이제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 진원지가 되어 있다. 이중 사망자가 122명, 즉 8.6%의 치명률은 매우 불길하다. 그만큼 중증환자들만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는 뜻이며 경증 또는 무증상 감염자들이 아무 검사도 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는 지인들의 갑작스러운 부고나 도로변에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코로나 의심환자들의 동영상들이 돌고, 특히 반둥 부시장, 수도권 보고르 시장도 감염 확진된 상황에 3월 23일 하리얀토 산업부 국장과 아미르 수보워 산업부장관 특별보좌관이 동시에 코로나로 사망한 것은 그간 지역사회 감염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는가를 보여준다.

바이러스에 대한 위협은 현지 동포사회의 경제활동도 크게 위축시켰다. 3월 중순부터 한인교회들의 집회예배가 인터넷방송예배로 대부분 전환되었고 감염위험 때문에 운전사나 가사도우미들을 출근시키지 않는 가정들이 늘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 크게 선전하고 있는 모습은 한국인들의 자존감을 크게 높였고 그래서 소나기를 피하는 심정으로 안전한 한국에 돌아가려는 이들도 있지만 귀국길은 멀고도 험하다. 대한항공은 일찌감치 3월 6일부터 4월 25일까지 근 2개월간 인천-자카르타 노선의 운항 중단을 공지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주 3회로 감축한 대신 티켓가격을 두 배로 올렸다.

출국했다가 인도네시아에 다시 돌아오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국경을 닫거나 기존 비자를 취소하진 않았지만 무비자, 도착비자제도를 전면 중지해 별도 비자를 출발지 대사관에서 먼저 받아야 하며 유효기간 1주일 이내에 병원 건강확인서를 발급받아 지참해야 한다. 하지만 언제 항공편이 끊길지, 언제 국경이 닫힐지 몰라 자카르타로 돌아와야 할 교민들은 전전긍긍하며 출국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인 교민들 '서로 돕자'...무상 마스크 나누기 '진풍경'

 

인도네시아 한인회가 지난 23일 한인 교민들을 대상으로 마스크를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 사진= 배동선 통신원
인도네시아 한인회가 지난 23일 한인 교민들을 대상으로 마스크를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 사진= 배동선 통신원

그런 와중에 3월 초부터 한인사회 유명기업인 '무궁화유통'이 마스크 3만 개를 매장 방문객들에게 한 장씩 무상 배포하는 일이 있었다. 또 인도네시아 한인회도 3월 23일~24일 양일간엔 동포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1인당 10장씩 세 겹 필터 마스크를 무상 배포했다. 이 행사로 대사관 옆 코리아센터 초입에 한국인들 차량이 길게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로서는 오는 4월에 시작되는 금식월 라마단의 다양한 종교행사들과 가히 민족의 대이동이라 할 만한 5월 이둘피트리 축제 전후의 '무딕(Mudik)', 즉 대규모 귀향행렬 이전에 코로나 사태가 풀릴 것인지가 당면한 최대 관건이다.

정부에서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위해 무딕 자제를 권고하지만 경제활동이 거의 멈춘 수도권과 자바 각 지역에서는 생계가 끊긴 외지출신 빈민들이 벌써부터 고향으로 떠나고 있다. 라마단 시작이 4월 23일임을 감안하면 자카르타 긴급상황을 4월 19일까지 연장한 것은 라마단 전에 코로나를 잡겠다는 아니스 주지사의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수도권 봉쇄가 거론되는 데에도 바이러스의 무차별 전국 전파를 불러올 지도 모를 '무딕'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도로 보인다.

.●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은 1995년 당시 (주)한화 무역부문 주재원으로 인도네시아에 입성했다. 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소설부문 수상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인도네시아 통신원을 지냈고, 재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 편찬위원회 공동 총괄편찬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가 있고, 한국외대 양승윤 명예교수와 함께 <막스 하벨라르>를 공동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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