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⑥홍차는 어떻게 분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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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의 홍차수업] ⑥홍차는 어떻게 분류할까?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0.03.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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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가지 홍차의 4가지 분류법...산지, 블랜딩, 다원, 가향 기준
홍차 애호가 경제수준 향상...홍차 본연의 맛 찾는 인구도 늘어
구입한 홍차 어떤 분류에 속하는지 생각하면 홍차 이해 더 쉬워
문기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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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차는 일반적으로 녹차, 홍차, 우롱차(청차), 보이차(흑차), 백차, 황차 6종류로 구분하며, 이를 6대 다류라고 부른다. 6대 다류는 모두 다 차나무 싹이나 잎으로 만들지만 가공방법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다.

그렇다면 홍차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까.

지난 몇 년 사이 홍차음용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이제는 홍차 전문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매장 메뉴판에는 아삼(홍차), 다즐링(홍차), 우바(홍차), 누아라 엘리야(홍차)와 같은 낯선 이름들이 적혀있다. 이 용어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용어들은 홍차를 생산하는 생산지 이름이다.

최근 들어 홍차 음용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홍차 가게도 많아졌다. 사진= 연합뉴스

'싱글 오리진', 단일산지홍차 구분법

국가별 주요 산지를 보면 인도는 아삼, 다즐링, 닐기리 세 곳이며, 스리랑카는 누아라 엘리야, 우바, 우다 푸셀라와, 딤불라, 캔디, 루후나, 사바라가무와 등 일곱 곳이며, 중국은 안휘성(기문), 운남성(전홍), 푸젠성(정산소종)  등 세 곳이 유명하다. 그리고 이들 지역에서 생산되는 홍차는 대부분 생산지 이름을 그대로 홍차이름으로 사용한다.

홍차를 구분하는 첫 번째 기준은 바로 생산지에 의한 것이다. 이렇게 생산지를 기준으로 구분한 것

그 유명한 '다즐링'. 단일산지홍차의 한 종류다. 사진= 문기영 대표
그 유명한 '다즐링'. 단일산지홍차의 한 종류다. 사진= 문기영 대표

을 단일산지홍차 즉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이라고 한다. <다즐링> 같은 단일산지홍차는 다즐링 지역에서만 생산된 홍차로 블랜딩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지를 기준으로 홍차를 구분하는 이유는 생산지에 따라서 홍차의 맛과 향이 뚜렷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산지마다 맛과 향이 다른 이유는 뭘까? 기후와 자연환경 영향이다. 지형, 토양, 강수량, 일조량, 고도, 바람 같이 과일이나 식물이 자라는데 영향을 주는 요소 등을 통칭해 '떼루아(Terroir)'라고 부른다. 각 생산지역 떼루아 차이로 인해 맛과 향이 다른 것이다. 이렇게 생산지역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분류 기준이다.

싱글 오리진 배합한 블랜딩 홍차

홍차에 관심 없는 독자라도 한번쯤은 들어 봤을 이름이 잉글리쉬 브렉퍼스트(English Breakfast)다. 홍차를 분류하는 두 번째 기준은 블랜딩 홍차이며, 가장 대표적인 블랜딩 홍차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다. 블랜딩(Blending) 홍차는 뜻 그대로 여러 국가,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 차를 배합한 것이다. 즉 앞에서 설명한 각 단일지역홍차들을 베이스로 해 블랜딩 한 것이다.

작게는 2~3곳의 생산지, 많게는 20~30곳의 생산지 홍차를 블랜딩 한다. 실제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홍차 대부분은 블랜딩 홍차이며, 영국인이 마시는 홍차 95%가 블랜딩 홍차이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가장 유명한 블랜딩 홍차다. 사진=문기영 대표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가장 유명한 블랜딩 홍차다. 사진=문기영 대표

차의 맛과 향은 변동성이 매우 크다. 같은 다원 차나무로, 같은 티 매니저(Tea Manager-다원에서 홍차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가 만들어도 어제 생산한 것과 오늘 생산한 것의 품질이 다를 수 있다. 이는 차가 만들어지는 가공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채엽, 위조, 유념, 산화 등 각 과정에서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매번 구입할 때마다 맛과 향이 변화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신이 선호하는 맛과 향의 홍차가 있으면 이것을 재구매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일관성 있는 맛과 향을 가진 상품으로 마케팅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딱히 홍차가 아니더라도 커피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호식품에 적용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차 회사들은 길게는 100년 이상 된 명품 블랜딩 제품들이 있다. 대체로 편안하고 균형 잡힌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필자 역시 외부 강의 등을 할 때 주로 이런 블랜딩 홍차를 우려 제공한다. 초보자가 마시기에 가장 무난한 맛과 향을 가지기 때문이다.

'싱글 이스테이트 티' 구분법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영국인들이 처음 홍차를 생산하기 위해 만든 것이 다원(茶園)이다. 다원은 경계를 가진 일정한 면적을 가지고 다원 내부에 차나무를 재배하는 곳과 티 팩토리(Tea Factory-채엽한 찻잎을 홍차로 가공하는 공장)를 포함하며 사람들을 고용해 홍차를 생산하는 곳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다원이 오랫동안 홍차를 생산하는 기본 단위였다(지금은 다원 이외의 생산 시스템도 있다).

러버스 립. 스리랑카 누아라 엘리야 지역의 다원에서 생산된 홍차. 사진= 문기영 대표
러버스 립. 스리랑카 누아라 엘리야 지역의 다원에서 생산된 홍차. 사진= 문기영 대표

다즐링에는 현재 87개 다원이 있고, 아삼에는 대형다원만 약 900개 정도 된다. 이런 개별 다원의 이름을 달고 판매되는 홍차가 단일다원홍차 즉 싱글 이스테이트 티(Single Estate Tea)라고 하며 홍차를 분류하는 3번째 기준이다.

블랜딩 홍차가 무난한 맛과 향이 장점이라면 단일다원홍차는 개성 있는 맛과 향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하지만 단일다원홍차가 유행하게 된 것은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진하게 우린 홍차에 설탕과 우유를 넣는 방식에서는 굳이 이런 단일다원홍차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수준이 올라가면서 홍차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고 이에 부응해 등장하게 된 것이 단일다원홍차다.

마르코 폴로. 가장 유명한 가향차중 하나다. 사진= 문기영 대표
마르코 폴로. 가장 유명한 가향차중 하나다. 사진= 문기영 대표

홍차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주로 단일다원홍차다. 생산지의 날씨 조건에 따라 매년 맛과 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랜딩 홍차와는 정반대로 이런 변화를 기대하고 즐기는 것이다.

홍차를 분류하는 3가지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 홍차를 접하는 분들은 블랜딩 홍차, 단일산지홍차, 단일다원홍차 순서로 마셔보는 것이 홍차의 맛과 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홍차 분류의 4번째는 가향차다. 이 또한 매우 중요한 홍차의 한 종류다(다음 칼럼에서 상술하겠다).
이 세상에 있는 수천 가지 홍차도 앞에서 설명한 4가지 분류 중 하나에 포함된다. 따라서 홍차를 구입하거나 마셔볼 기회가 있을 때 자신이 선택한 것이 어떤 분류에 속하는지를 한 번씩 생각해 보는 것이 홍차를 이해해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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