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선의 집짓고홈] 모난 땅의 재발견, 도심 속 협소주택
상태바
[노진선의 집짓고홈] 모난 땅의 재발견, 도심 속 협소주택
  • 노진선 더코지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승인 2020.03.29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누린다
대지 면적 50㎡에 3~4층 높이...면적 대비 공간 활용 극대화
시공 단가 3.3㎡당 500만~600만원...집이 작지만 건축비 더 들어
도심속 보물 자투리땅 활용...감각적이고 개성 있는 집 지어보자
노진선 더코지홈 이사
노진선 더코지홈 이사

[노진선 더코지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낡은 단독주택이 즐비한 도심 골목에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효용성이 없어 보이던 모난 땅이 번듯한 집터가 되고,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된다. 집에 대한 획일화된 틀을 깨는 협소주택이 늘어난 것이다.

협소주택은 면적 대비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주택 형태로 대지 면적 50㎡에 3~4층 높이로 짓는다. 도심 생활권을 누리면서 비교적 저렴하게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1층에 상가를 넣거나 임대를 두는 방식으로 설계해 수익성을 높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자본금이 부족한 신혼부부, 어린아이를 위해 주택 생활을 하고 싶은 가족이 많이 찾는다. 실제로 서울시의 협소주택 인허가 건수도 느는 추세다.

일본의 협소주택. 사진= 구글
일본의 협소주택. 사진= 구글

협소주택의 시작

협소주택은 집도 사람도 포화상태인 도심에서 내 집을 갖고 싶은 사람들의 발상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협소주택의 주거개념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인데, 1951년 건축가 마쓰자와 마코토가 약 9평 남짓한 집을 지은 것을 시작으로 초소형 주택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협소주택이 대중화된 것은 그로부터 40여 년 뒤인 1990년대부터다. 일본의 거품 경제가 붕괴된 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던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건물이 들어서지 않는 작은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집을 지으면서 협소주택이 대중화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환금성이 떨어지는 협소주택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밀집된 인구와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작은 집이 유행하면서 하나의 필지에 두 채를 짓는 땅콩 주택과 함께 협소주택이 인기를 끌 게 됐다.

자투리땅 부족·비싼 평당 공사비, 건축 전 고려해야 할 것

도심 생활권을 유지하면서 주택 살이의 로망을 한 번에 이룰 수 있다니, 얼마나 이상적인 집인가. 그러나 효율적인 주거 대안으로 주목받는 주택이라 할지라도 건축을 결정하기 전, 본인의 상황에 맞는 주거 형태인지 따져 봐야 한다.

전셋값으로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점, 개성 있는 집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일반 주택보다 시공이 까다롭기 때문에 땅 매입부터 설계까지 건축주가 신경 쓸 것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은 이미 건물이 많이 들어서 협소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많지 않은 게 문제다. 설사 좋은 자투리땅을 찾더라도 건축법상 집을 짓기 적합한지 따져 봐야 한다.

옆 건물과 50cm 이상 거리를 띄워야 하며 인접 도로 폭도 4m 이상인 곳에만 협소주택을 지을 수 있고, 연면적 50m²가 넘으면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협소주택의 평당 공사비는 일반 주택보다 1.5배 이상 든다. 같은 면적이라도 층층이 쌓아 올려야 하고,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기능적인 면을 신경 쓰다 보면 설계비, 자재비, 인건비 등이 오른다.

일반적으로 시공 단가는 3.3㎡당 500만~600만 원 선으로 집이 작다고 건축비가 적게 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또한,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중에 매매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평생 살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고 미래 계획의 일부로 가족과 상의하는 것이 현명하다.

협소주택의 실내 인테리어 모습. 사진= 구글
협소주택의 실내 인테리어 모습. 사진= 구글

작지만 풍성하게, 협소주택 인테리어 

협소주택을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선택했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공간 디자인이다. 협소주택은 좁은 땅 위에 수직적으로 공간을 압축적으로 설계하기 때문에 계단 구조도 신경 써야 한다.

대부분의 협소주택은 각 층마다 반 층 차 높이로 설계하는 '스킵플로어' 구조를 적용한다. 1층과 2층 사이 1.5층이 있어 공간을 더 많이 쓸 수 있는 것이다. 계단이 많아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가정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사비, 유지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보편화 된 방법은 아니다.

구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뽑아냈다면, 공간을 풍성하게 꾸미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필요한 공간을 추려야 한다. 그다음 생활 동선을 파악해 공간 배치를 해야 한다. 계단을 왔다 갔다 해야 하기 때문에 동선은 짧을수록 좋다. 예를 들어 한 층에 다용도실과 주방을 두어 세탁과 요리 등 가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면 가사 동선이 짧아져 피로도를 줄일 수 있고, 노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협소주택은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동 공간과 죽은 공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소주택은 자투리땅을 활용해서 땅의 모양이 반듯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조권 사선제한으로 가뜩이나 좁은 땅에 집을 비스듬하게 건축한다면, 활용할 수 없는 공간인 죽은 공간이 많이 생긴다.

죽은 공간에 다용도실과 서브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계단실을 활용해 수납장을 짜 넣으면, 좁은 집의 수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모난 벽 때문에 가구를 두기 어려운 곳에는 채광창을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공간 구획이다. 벽과 문이 많아질수록 답답해지고, 면적이 좁아지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공간을 나눠야 한다. 문을 여닫을 때 여분의 공간이 필요 없는 미닫이문을 설치하면 좋다. 열었을 때 완벽히 벽에 밀착되어 개방감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주방과 거실을 트는 것처럼 성격이 비슷한 곳을 하나로 묶는 것도 방법이다. 문, 벽, 창문 등을 활용해서 최대한 쾌적한 공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소주택을 완성하는 일은 도심 속 보물 같은 자투리땅을 찾는 일부터 설계, 시공까지 고민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도심 생활권에 감각적이고 개성 있는 집을 가지고 싶다면, 협소주택도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 인테리어 전문가 노진선은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명품관 디자인을 비롯 하얏트호텔, 대림아크로비스타 디자인을 진행한 인테리어 전문가다. KBS '리빙쇼 당신의 6시', KBS 7 무한리필샐러드 '노진선의 집으로', 스토리온 'THE HOUSE', SBS '좋은 아침' 목요일 하우스 등 공중파, 케이블방송의 홈인테리어 프로그램 진행도 다수 맡았다. 배우 한채아 주거공간 인테리어 등 유명 인사들의 홈 인테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