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투성이 속 베어마켓 탈출..美 증시 반등 믿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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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투성이 속 베어마켓 탈출..美 증시 반등 믿어도 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27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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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 확산· 실업률 폭증·유가급락에도 3일간 20% 이상 올라
월가 "지나치게 빠른 등락은 변동성을 의미할 뿐"
일각에서는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반발성 매수라는 의견도 
연준의 적극적인 자세 등은 기대할 만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10여년간 추세적인 상승세를 이어오던 미국 증시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역사상 가장 길었던 불 마켓(황소 장세)을 마치고 공식적으로 베어 마켓(곰 장세)으로 진입했다. 

일반적으로 베어마켓은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을 때로 정의된다.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추세적인 상승장을 이어오던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찍은 2월12일 이후 한달이 채 안된 11일 공식적으로 베어마켓에 진입했다.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베어마켓에 접어든 것이다. 

그리고 뉴욕증시는 최근 3일간 무려 20% 이상 반등했다. 3일간 상승분으로는 1931년 이후 역대 최대폭이다. 일반적으로 불 마켓은 저점대비 20% 상승했을 때로 정의된다. 사전적 정의로만 말하자면, 뉴욕증시가 불 마켓에 들어섰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증시가 오를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말을 빌리면, 미국 내 코로나 확진자는 '고속열차'처럼 빠르게 확산중이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역대 최대치다. 직전 사상 최고치의 무려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유가는 다시 급락했다. 

온갖 악재 속에서도 '역사상' 가장 길었던 불 마켓에서 '역사상' 가장 빨리 베어마켓으로 진입했다가 불과 3일만에 다시 황소장세로 들어섰다는 뉴욕증시. 과연 믿을만한 상승 흐름일까?

월가 '일시적 반등' 한 목소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월가 전문가들은 '일시적 상승'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시적 상승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속도'다. 현재 뉴욕 증시는 지나치게 빠르게 움직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 달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20% 이상 하락해 베어마켓에 진입했고, 속수무책으로 폭락하더니 3일만에 다시 20% 이상 반등했다. 

이 같은 속전속결 흐름은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 그리고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뉴욕증시가 베어마켓을 탈출하는 데에는 거의 1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지금과 같이 외부 충격으로 인해 베어마켓에 진입했을 때에는 베어마켓을 탈출하기까지 통상 15개월이 걸린다는 것이 월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많은 경제학자들은 "2분기 미국 경제가 대공황 당시보다 훨씬 악화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증시의 폭등 흐름을 두고 '추세적인 상승세'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

오히려 변동성이 크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장이 극도의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시장의 빈약함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종목이 주가를 끌어 올렸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우지수는 최근 3일간 20% 반등했으나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가 각각 11%, 10% 올라 다우지수의 상승폭과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 주목했다. 

다우지수는 거대 우량주 30종목으로 이뤄진 지수다. 보잉사 역시 여기에 포함돼있다. 보잉사는 각종 악재에 이어 코로나19에 따른 직격탄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지면서 주가가 한달새 70% 넘게 폭락했다. 그러나 무려 17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하는 미 정부의 지원금 편성 소식에 보잉 주가는 폭등으로 화답했고, 최근 나흘간 다시 80% 가까이 올랐다.

블룸버그쇼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6일 종가 기준 보잉 주식의 급등은 다우지수 상승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종목이 다우지수의 급등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알고리즘 매매에 따른 숏커버링도 반등에 한 몫

일각에서는 알고리즘 매매로 인해 주식이 반등한 것으로 해석했다.

알고리즘 매매란 시세나 거래량 등이 사전에 설정된 특정 조건에 일치할 경우 자동으로 매매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매매 방식을 말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주피터자산운용의 가이드 블로네이 펀드매니저는 "다우지수가 무려 5000포인트 빠졌던 지난 2018년 4분기를 보더라도 당시 매물의 80%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반등 역시 직전 폭락세로 인해 낮아진 주식 비중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알고리즘 매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JP모건의 스트레트지스트인 니콜라스 파니기르트글로우는 "일반적으로 랠리의 초기 단계는 숏커버링과 리밸런싱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숏커버링이란 빌려서 매각했던 주식을 다시 갚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리밸런싱은 포트폴리오를 다시 조정함을 의미한다. 

일례로 세계 최대 규모인 일본 국채연금투자펀드 같은 경우 60%는 주식으로, 40%는 채권으로 구성되는데, 최근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식 비중이 낮아져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자들은 지금 채권을 매각하고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몇 주에서 몇 달간 최대 8000억~9000억 달러 규모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식시장 회복의 초기에는 미 경제의 방향과는 관계없이 주식을 사야만 하는 참여자들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우지수 추이.
다우지수 추이.

그래도 기댈 곳은 있다

뉴욕 증시의 최근 상승 흐름이 '일시적인'현상일 뿐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기댈 곳은 분명히 있다. 

'코로나19'라는 외부충격에 따른 폭락이었기 때문에 외부 변수가 해소될 경우 시장은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경우 유가가 유독 낮은 수준인 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코로나19가 안정되면 유가 부문에서 가장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에너지 경제학과 초빙교수인 맘두 샬라메 교수는 "일단 확산이 통제된다면 세계 경제, 특히 중국의 경제는 그간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두 배 혹은 세 배의 원유 수요를 보일 것"이라며 "확산이 안정된다면 세계 경제는 놀라운 속도로 회복해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의 적극적인 움직임 역시 투자자들에게는 희망을 걸 수 있는 부분이다. 연준은 달러를 무제한 찍어내겠다고 하고, 별도 기구를 통해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여 기업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랜디 프레데릭 찰스 슈워브 무역 및 파생상품 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연준으로부터 백지 수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6일 NBC의 '투데이쇼'에서 "오는 4분기 좋은 회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가능한 한 회복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CNBC는 이를 전하며 "이같은 연준의 적극성은 시장에 희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이 6개월 이후의 경제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반등의 의미를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프레데릭 슈워브 부사장은 "시장은 경제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면서 "오늘 당장의 경제가 어떠한 방향인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6개월 이후의 경제를 반영하는 것이 시장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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