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조원태 사내이사 연임 찬성...한진칼 경영권에 '한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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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조원태 사내이사 연임 찬성...한진칼 경영권에 '한발 더'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3.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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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사 안건에 찬성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사 안건에 찬성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치열했던 한진그룹 경영권의 향방이 27일로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캐스팅보트로 여겨졌던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사실상 조 회장의 연임이 확실해졌다.

다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주주연합'이 보유지분을 꾸준히 늘려왔기에 경영권 다툼이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26일 위원회를 개최해 오는 27일에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 안건 중 조 회장과 하은용, 김신배 후보에 대해 '찬성'한다고 의결했다. 

국민연금의 이러한 결정은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한 데에 따른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다. 

KCGS는 지난 13일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보고서에서 한진칼 이사회가 외부주주가 요구하는 지배구조와 재무개선 의지 등에 대해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한진칼의 장기적 주주 가치 제고 등을 위해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며 찬성투표를 권고했다. 

반면, '주주연합'이 제안한 후보에 대해선 "주주연합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불투명하고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제안한 후보가 특별히 이사회 측 후보보다 전문성이 높다고 볼 사정을 찾기 어렵다"며 '불행사'를 권고했다. 

KCGS에 이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또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을 권고하며 힘을 실어줬다. 

앞선 두 의결권 자문사와는 달리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초대회장으로, 강성부 KCGI 대표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지난달 한진칼과 KCGI에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 점을 문제삼아 의결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들로 상황이 복잡해지는 듯 했지만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사실상 승부에 마침표가 찍혔다는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사 안건에 찬성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의 결정 전 조원태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지분은 37.49% 였다. ▲조원태 회장 지분 6.52%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정석인하학원·정석물류재단·일우재단 등 재단 지분 총 3.38% ▲친족, 임원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4.15% ▲대한항공 사우회 및 자가보험 지분 3.79% ▲ 델타항공 10.0% ▲카카오 1.0% ▲GS칼텍스 0.25%(추정치) 등이다. 여기에 이번에 국민연금의 지분 2.9%가 더해지며 조 회장이 확보한 지분은 40.39% 인 것으로 파악됐다.

3자 연합의 지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KCGI 17.29% ▲반도건설 5.0%로 총 28.78%를 확보했다. 

반도건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8.2% 였지만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기재한 것이 문제가 됐고 5%를 넘어가는 의결권이 제한됐다. 

승부의 무게추가 기울어지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 이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주주연합은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KCGI 18.74%, 반도건설 16.90%,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등 총 42.13%를 확보한 상태다.

이에 대항해 조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사실상 법적 최고한도인 14.9%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리면서 조 회장 측 지분도 42.14%로 늘어났다.

때문에 일각에선 주주연합이 주주총회 이후에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연합이 지분율을 더 끌어올린 뒤 정기 주총 이후에 임시주총을 개최해 경영진을 새로 선임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걸로 예상해 본다"며 "다만 경영상 급박한 필요가 없음에도 경영진 교체를 제안할 경우 주주연합의 명분은 약해질 것이기에 추후 사태의 향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권 다툼이 장기화되면 자연스럽게 시장의 관심은 양측이 내세운 경영진의 경영능력에 쏠릴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을 주주연합이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앞서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김신배 전 SK 부회장을 제외한 주주연합 측 사내·사외이사 후보 모두에게 '반대'의견을 냈다. 경영에 필수적인 인물이 아니라면 굳이 이사회 구성원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ISS는 주주연합 측의 경영진 교체론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ISS는 "사내이사 선임 건과 관련해서 주주연합이 전면적인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력있는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지난해 주총에서는 KCGI가 소수주주 였기에 경영능력에 대해 따로 따져보지 않았지만 경영진을 바꾸겠다고 나온 이상 주주연합 측의 제안이 나은 점이 뭔지 숙고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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