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사재기’ 진정국면 진입?...정부 시장개입에 불안감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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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사재기’ 진정국면 진입?...정부 시장개입에 불안감 완화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3.2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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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장중 1223원까지 떨어져...외국인 순매도는 부담 요인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포심이 걷히면서 달러로 향하던 극단적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완화되고 있다. 달러 사재기 현상이 주춤해지자 치솟던 달러 가치는 약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 역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 정책 또한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소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9원 내린 1226.0원에 개장한 뒤 장중 1223.1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오후 3시 11분 현재 하락폭을 되돌리며 1230.70원을 기록하고 있다.

◆ 극단적 안전자산 선호심리 완화…달러 가치 하락

최근 며칠새 미국발(發) 경기 부양책 시행에 속도가 붙으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조심스레 되살아난 데 따른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00대로 내려왔다. 지난 19일까지만해도 DXY는 103선까지 상승한 바 있다.

이날 장중엔 미국 의회 상원에서 2조달러 규모 긴급 재정지출안이 가결됐다. 이 법안은 오는 27일 하원 표결이 이뤄진다. 그간 의회에 빠른 대응을 촉구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통과 후 즉시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은 또 추가 재정지출안 입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앞서 23일엔 미국 국채‧주택저당증권(MBS)을 한도 없이 매입하는 ‘무제한’ 양적완화(QE)를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방안을 동원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전일 미국‧유럽증시에서 주요지수가 이틀째 상승,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완화시켰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 24일 11.37% 급등한 데 이어 이날에도 2.39% 올랐다. 유럽증시에선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Stoxx)50 지수가 24일과 25일 각각 9.98%, 3.13% 뛰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독일 등 주요국 재정 지출 기대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220원 하향 이탈을 시도할 것”이라며 “미국‧유럽증시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 회복을 이끌었고 달러 가치의 상승 동력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 정부‧한국은행, 유동성 공급…시장 불안 해소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계획이 가시화한 점도 원‧달러 환율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다음주 중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화스와프 전체 한도는 600억 달러로 몇 차례에 걸쳐 풀린다. 1차 공급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차 공급 규모(40억달러)를 대폭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매 분기 말은 금융기관 해외채권 상환이 집중된 시기다. 한국은행의 자금 공급으로 달러 유동성 경색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획재정부는 또 오는 5월까지 3개월간 은행의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을 80%에서 70%로 낮추기로 했다. LCR은 향후 30일간 순외화유출 대비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로 외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LCR을 내리면 은행이 외화 유동성 수급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다음달부터 6월까진 금융기관의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면제되고 올해 징수 예정인 부담금도 사실상 납부가 유예된다. 금융기관 입장에선 외화 차입 비용이 줄어든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LCR 규제 완화로 외화 수요 기업‧기관 등에 달러 공급이 확대될 여지가 생겼다”며 “당국의 발빠른 대응은 외환시장 불안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것”고 분석했다.

다만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와 저가 매수세는 원‧달러 환율 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업체들은 환율의 추가 상승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계속되는 점도 환율에 부담스러운 요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오후 3시 15분 현재 5000억원을 순매도하며 16거래일째 ‘팔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소병은 NH선물 연구원은 “코스피가 1700까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소 해소됐다”며 “다만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수입업체의 강한 결제수요, 저가 매수세가 유입은 원‧달러 환율 하단을 제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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