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안정펀드, 왜 즉각 회사채 시장에 나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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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안정펀드, 왜 즉각 회사채 시장에 나서지 않을까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3.25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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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코로나19 경제팬데믹, 정부내 상황 시나리오 여러개 있을 것"
시나리오별 리스크 평가하고, 책임소재 정리하는 작업하고 있을 듯
시장 전문가 "지원대상 기업들 분류가 안돼 있어...캐피탈콜 사전절차도 필요"
정부가 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기업 긴급 구호 자금을 지원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기업 긴급 구호 자금을 지원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정부는 지난 24일 코로나19사태의 여파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을 반드시 막겠다며 기업 긴급 구호 패키지를 내놨다. 문제는 이 대응책이 언제 시행돼 유동성 위기가 돌고 있는 기업과 금융회사에 지원되느냐는 것이다.  

전날 발표된 기업 지원자금의 요지는 회사채·단기자금시장 안정화를 지원, 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당장 자금 사정이 안좋거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회사채 CP(기업어음)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의 원활한 회사채 발행을 위해 4조1000억원을 지원하고,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시행해 중견기업과 대기업까지 지원하는데 2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산업은행이 직접 매입하는데 1조 9000억원을 지원하고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 시장에 7조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의 회사채, 단기사채등이 정상작동할 수 있게끔 채권시장안정펀드도 20조 규모로 확대편성하며 4월초 본격 매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20조원 규모 채안펀드 왜 4월초부터일까    

정부는 왜 방침이 발표된 즉시 채안펀드를 통해 회사채 매입에 나서도록 할 수 없을까. 4월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전문가들은 "채안펀드를 통한 자본투입 시기가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급박한 건 맞지만 관련해 검토할 사항들이 시행 전 철저히 점검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의견을 밝혔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률전문대학원(금융법) 교수는 "기업들의 자금경색이 확실한 상황이고 자금이 즉각적으로 지원되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라며 "지금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전개양상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시나리오를 여러개 두고 각각 리스크를 분명하게 검토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그러면서 "(채안)펀드 운용에는 리스크관리위원회 등의 의결이 필수요소이고 추후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기에 절차상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정부측 입장을 이해했다.  

금융업계 관계자 역시 불가피한 면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 유동성 자금이 시급한 기업, 기업 내부에 어느 정도 현금화 자산을 보유한 기업 등 각 업체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분류하고 지원대상을 검토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며 "또한 채권안정펀드 운영 절차상 운용사에서 '캐피탈 콜'을 하기 위해선 5영업일이 필요하다"고 소요시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다만,시장의 유동성 상황이 심각한 만큼 정부 발표에 바로 대응해 당장 오늘(25일)부터 캐피탈콜을 발송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속한 자금 수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한국은행 등이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대책이 필요한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이번 코로나 사태 대응을 주도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한국은행법에 막혀있다 보니 소극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의 채안펀드를 살펴보면 산업은행이 사들인 회사채로 발행된 유동화 증권을 기관투자자,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이 사들이는 구조"라며 "각 금융회사들이 매입과정에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기에 자금투입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행법을 진작에 개정해 코로나19사태와 같은 긴급 사태 등에 한은의 대처와 역할을 명시했어야 했다"며 "이러한 시스템이 사전에 구축됐다면 지원자금이 지금보다 신속하게 풀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채 시장 상황 어떻길래

기업의 회사채 시장 경직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게 시장관계자들 얘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첫째주와 둘째주 각각 1조 7558억원, 1조 4245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발행됐는데, 이는 2월 마지막주 회사채 발행액이 4조2442억원과 비교해보면 회사채 발행규모가 크게 축소된 것이다. 회사채를 사들일 주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4월에 만기도래 하는 회사채 규모가 문제다. 4월은 새로운 분기가 시작되는 시기로 통상적으로 1년 중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다. 때문에 올해 4월 만기 도래하는 국내 회사채 규모도 6조5495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회사채 만기 시기에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 방식'을 쓰는데, 코로나 19 사태로 안전자선 선호가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차환 발행이 막히고 있는 상황.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불안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시장상황을 관망하고 투자시기를 저울질하며 회사채 매입을 꺼리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현금 흐름 정체가 심각해지고 기업중 부도사태가 날 경우 더욱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채권애널리스트는 "자금수요가 많은 분기말이라는 특수성까지 겹치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곧바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이달말 안에 위기가 올수 있다"며 즉각적인 자금투입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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