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전염병 확진자의 동선 공개와 개인정보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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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전염병 확진자의 동선 공개와 개인정보보호법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20.03.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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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정보공개 논란, '사회적 합의의 부재'가 근본이유
국민의 알권리 vs 확진자의 사생활 보호...공존가능한 방법은
코로나 사태 종료후 정보공개 범위에 대한 진지한 접근 해야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매일 안전안내문자로 아침을 시작하고 차후 동선을 공개하겠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발생 문자를 보며 잠드는 일상의 연속이다. 이런 문자들이 일상을 넘어 공해로 느껴질 즈음에, 동선공개로 확진자가 과도하게 사생활 침해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들기 시작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공개로 인한 사생활 침해 사례가 수차례 논란이 됐다. 처제와 함께 확진 판정을 받아 전국민적 구설에 오른 사례가 있었고, 새벽시간 모텔, 노래방을 여러 번 방문한 확진자들에 대한 비난과 억측이 횡행했다. 확진자에 대해 실명 등 신상 정보가 공개돼 유포되기도 했다. 이에 더해 허위정보, 가짜뉴스까지 양산돼 퍼졌다.

특히 지자체마다 확진자 동선의 공개 범위가 다르고 그 내용이 비교되기 시작하자,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더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개인의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정보가 점점 더 공개되는 지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감안해 새로운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을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

동선공개 절차와 근거법령은 무엇일까?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동선을 공개하는 근거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하면서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제6조),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 게재 또는 보도자료 배포 등의 방법으로 신속히 공개하여야 한다'(제34조의 2)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확진자는 ‘감염병에 관하여 의료인에 대하여 의료기관 내원(內院)이력 및 진료이력 등 감염 여부 확인에 필요한 사실에 관하여 거짓 진술,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여서는 아니된다’(제35조의 2)고 규정되어 있기도 하다.

「개인정보보호법」도 '공중위생 등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경우로서 일시적으로 처리되는 개인정보'에 대해 법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다.’(제58조 제1항 제3호)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는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동의가 있어야만 공개가 가능한데, 이런 제한을 완화한 것이다.

확진자 정보의 공개범위와 기준, 어떻게 정하나

확진자 관련 정보의 공개는 필연적으로 확진자의 사생활 침해를 유발할 수 있다. 우리 법체계는 공익을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 법률로써 필요 최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률로 규정하기 곤란한 경우 하위법에 위임해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대략적으로, 헌법 → 법률 → 대통령령(시행령) → 총리령 or 부령(시행규칙) → 행정규칙(훈령,예규,고시,지침 등) or 자치법규(조례, 규칙) 순서이다.

필자가 찾아본 바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의 2는 2015년에 신설되었지만, 하위법규인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에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정하지 않고 있다. 법 제43조의 2에 따라 시행규칙 제27조의 3을 신설했지만 법률의 내용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는 법 제43조의 2 제3항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필요한 사항을 정하라고 위임했기 때문에 구체화하는 시늉만 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자치 입법권이 있는 지자체는 자체 판단으로 확진자와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지만, 과도한 정보공개로 인한 책임도 지자체가 스스로 져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일관된 기준을 정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받았지만 현재까지는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미흡하나마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14일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를  지자체에 배포하였는데, 이 안내에는 스스로 권고 성격의 안내를 수립해서 배포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런 류의 안내나 지침을 행정규칙이라고 하는데, 국민이나 기업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고, 정부나 지자체, 내부 공무원들 만을 구속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이 정보공개 안내는 지자체에 권고적 효력만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출입문에 학교 관계자가 교육청의 휴업 명령과 관련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의 한 중학교 출입문에 학교 관계자가 교육청의 휴업 명령과 관련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새로운 정보공개 안내(가이드라인)의 내용은 어떤가?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거주지와 직장명을 비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상세한 집 주소나 회사 이름 공개는 불필요한 사생활까지 노출될 수 있는 반면, 2·3차 감염을 피하고 집단감염을 막는다는 정보 공개 목적에 그다지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직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전파가 일어나는 등 대중에게 꼭 알릴 필요가 있을 때 공간적, 시간적 정보를 특정해 공개하기로 했다.

이동 경로를 공개하는 기간도 환자의 코로나19 증상 발생 1일 전부터 격리일까지로 제한했다. 지자체는 원칙적으로 이 기간 내에서 접촉자가 발생한 장소와 이동수단만 공개하면 된다. 다만 증상이 확인되지 않을 때는 검체 채취일 하루 전부터 격리일까지 공개해야 한다. 접촉자 범위는 환자 증상과 마스크 착용 여부, 노출 상황, 체류 기간 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서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외하는 대신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간적, 시간적 정보는 특정하기로 했다. 건물은 특정 층이나 호실을 공개하고,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이면 매장이름이나 시간대를 알려야 한다. 상호명이나 정확한 소재지도 알려야 한다.

확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노선번호 ▲호선·호차 번호 ▲탑승지 및 탑승일시 ▲하차지 및 하차일시 등을 상세히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직장명 보다 성별, 출생연도를 공개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확진자가 다녀간 매장명(상호)을 공개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장명이 공개된 자영업자가 입을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대로 지자체들이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맞춰 동선을 공개하자 “이럴거면 동선 공개는 왜 하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구체적인 장소가 특정되지 않아 본래 공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다.

국민의 알권리와 확진자의 사생활 보호 어떻게 공존시킬까?

정보공개의 범위를 둘러싼 이같은 의견차이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쉽게 말해 대중의 알권리, 환자의 사생활, 국가의 방역의무(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의무)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는데, 이때는 각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이익형량을 통해 최적의 경계선을 설정해야한다.

정부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대한 여러 비판이 있고, 미흡한 점이 많지만, 문제는 가이드라인의 부재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부재'다.

사실 우리사회는 이런 상황에 대한 진지하고 구체적인 고민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여지껏 하위법규나 고시, 지침, 가이드라인을 미리 만들지 않고 뭘 했느냐고 따져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 누구도 이런 사태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이익형량을 통해 최적의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 글로는 쉽게 쓸 수 있지만 실제 기준을 정립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시 다듬어야 할 정보보호, 그리고 더 큰 원칙

기본적으로 2·3차 감염을 피하고 집단감염을 예방한다는 정보공개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정보만을 공개해야 한다.

국민들은  확진자의 성별이나 정확한 나이를 알고 싶어 하지 않으며, 목적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확진자의 성별은 비공개로하고 나이는 10대인지 20대인지 정도만 공개해도 무방하다.

확진자가 발생한 사업장의 명칭, 상호명도 마찬가지다. ‘주소’와 ‘층수’, 확진자의 방문 시간대만 공개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최근에 확진자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 얘기를 건너 건너 전해듣곤 한다. 단지내 사람들은 누가 확진자인지 다 모를 수 없다고 한다. 소문 또한 급속도로 퍼진다. 정부가 공익을 위해 정보를 공개하고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더라도 개인정보 침해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부, 지차체와 공무원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제도를 만드는 경우,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이번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감염병 예방 목적에 맞는 정보공개의 범위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구체적인 접점과 경계선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얻은 결론을 감염병예방법에서부터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지침으로 이어지는 체계 내에 제대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담아야 할 것이다. 

●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로베이스 파트너변호사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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