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코로나19 치료용 약품 '무상제공· 특허권 포기'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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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 코로나19 치료용 약품 '무상제공· 특허권 포기' 잇따라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3.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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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약사 '애브비' 에이즈치료제 복제약 허용키로
노바티스·바이엘, 코로나19 치료 약물 무상제공
중국 후베이성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치료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치료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막기 위해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팔을 걷어 올렸다.

에브비는 최근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이 회사의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칼레트라(성분명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의 특허를 포기하고 전 세계 모든 제약사가 제네릭(복제약)을 개발·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특허권을 포기하고, 전 세계로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이 있는 약품을 빨리 보급하기 위한 조치다.  

23일 국내외 제약업계와 외신은 애브비의 이같이 결정에 대해 “감염병 유행 기간 사용되는 약물로부터 돈을 벌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 최초의 제약회사”라고 평가했다.

‘칼레트라’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바이엘의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등과 함께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칼레트라’는 지난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승인받은 에이즈 치료제로 특허만료 기간은 오는 2026년이다. 특허가 유효한 기간에는 제네릭(복제약)을 생산할 수 없다.

하지만 애브비가 더는 ‘칼레트라’에 대한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복제약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이례적 결정에 따라 칼레트라 공급이 더욱 원활해질 전망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해 통 큰 결정을 내린 것은 애브비 뿐 만 아니다.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도 최근들어 잇따라 통큰 결정을 내렸다.

독일계 제약사 바이엘은 지난 19일 “미국 정부에 300만정의 클로로퀸을 무상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중국 광둥성에도 30만정의 클로로퀸을 무상 제공한 바 있다. 클로로퀸은 코로나19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약물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클로로퀸이 FDA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받은 날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며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또한 스위스계 제약사 노바티스는 계열사 산도스가 보유하고 있는 말라리아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1억3000만정을 전 세계에 무상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길리어드사이언스 미국 포스터시티 본사. 사진=연합뉴스
길리어드사이언스 미국 포스터시티 본사.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제약사들의 잇단 선행이 알려지자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무상공급 및 특허권 포기 여부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FDA는 23일(현지시간) ‘렘데시비르’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 제도는 수요가 적어 상업성이 뒤처지는 희귀·난치성 질환 의약품의 개발·유통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었다. 해당 제약사에 수년간 마케팅 독점권이 주어진다.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있다.

다만 미국 소비자 권익 단체인 ‘퍼블릭시티즌(Public Citizen)’은 FDA의 렘데시비르 희귀의약품 지정에 반대했다.

Peter Maybarduk 퍼블릭시티즌 이사는 성명서를 통해 “FDA가 길리어드사이언스 측에 렘데시비르 독점권을 부여한 것은 부당하다”며 “환자들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과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길리어드사이언스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효능과 안정성을 입증하는 임상 단계이지만 위중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동정적 사용’ 또는 ‘긴급 사용’ 요청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정적 사용’이란 치료제가 없는 중증환자에게 인도주의 차원에서 미승인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그러나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지난 21일 렘데시비르에 대한 동정적 사용 요청이 밀려들어 신규 접수를 잠정 중단했다.

블룸버그는 24일(현지시간) “길리어드사이언스 측 대변인이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치료에 대한 효능과 안정성이 입증되면 전 세계의 정부와 환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복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무상 공급이나 특허권 포기 등의 계획을 고려하고 있지 않는 셈이다.

한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전날 국내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19 치료후보제 가운데 ‘렘데시비르’의 효과가 가장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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