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투성이' 아베 총리, 지지율 안 꺾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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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투성이' 아베 총리, 지지율 안 꺾이는 이유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25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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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미흡한 대응·각종 의혹 속에서도 지지율 오히려 올라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에 아베 임기 연장론·4연임론 더욱 부각
아베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우세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층도 한 몫
장기집권 속 쌓아온 경제 신뢰감도 영향 미친 듯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각종 의혹, 측근들과 관련된 비리, 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응 등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에서도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굳건하다. 

오는 7월24일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이 연기됐다는 소식 역시 오히려 아베 정권의 연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힘을 키워가고 있는 아베 총리. 그의 지지율은 왜 흔들림이 없는걸까. 

'불상사에 강한 정권'

일본 주간 시사지 '주간문춘'은 아베 정권에 대해 '불상사(不祥事)에 강한 정권'이라고 표현했다. '불상사'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아베 정권을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모리토모 사학재단' 스캔들부터 '벚꽃을 보는 모임', 측근들의 비리를 포함해, 최근 코로나19 관련 미흡한 대응까지 일본 안팎의 언론에서는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오히려 과거보다 높아지는 등 내부에서는 탄탄한 지지율을 지켜가는 모습이다. 

교도통신이 지난 15~16일 일본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오히려 전월대비 8.7%p 상승한 49.7%를 기록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8%p 떨어진 38.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사히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전월대비 2%p 상승한 41%를 기록했으며, 반대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2%p 줄어든 38%였다. 

마이니치 신문이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2%p 오른 43%, 지지하지 않는다는 반응은 1%p 오른 38%였다. 여론조사 기관과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지지율이 오른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 일본 내 감염 전문가들조차 일본 정부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대응이 너무 늦다거나, 혹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배제한 '보여주기식 정책'만 내놓는다는 비판이었다. 도쿄올림픽을 지나치게 의식해 감염자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도통신 여론조사 결과 아베 정권의 코로나19 관련 대응에 대해 48.3%가 '평가한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일본어로 '평가한다'는 말은 의의나 가치를 인정한다는 긍정적인 뜻을 내포한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44.3%였다. 

주간문춘은 "제2차 아베 내각 이전인 2012년까지 집권했던 정권들을 돌아보면 60~70%의 높은 지지율에서 1년이 채 안된 사이에 50%p 이상 지지율이 급락한 정권이 한 둘이 아니다"면서 "반면 아베 정권은 지금까지의 패턴을 완전히 부정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2017년 7월 한 때 30% 안팎(아사히 신문 여론조사 33%, 시사통신 여론조사 29.9%)으로 떨어진 적이 있지만, 현재까지 40% 이상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자민당 대체제 없다"

주간문춘은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유지되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꼽았다. 먼저 ▲아베 총리를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 ▲자민당을 대체할 만한 정당이 없다는 점, ▲젊은 층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 등이 그것이다. 

아사히 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한 이유를 묻자 '다른 사람보다 나을 것 같다'는 응답이 50%를 넘어섰다. 다른 매체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 

자민당을 대체할 만한 정당이 없다는 점도 이유다. 정당 지지율을 보면 자민당 지지율은 꾸준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1980년대에는 50%대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지지율이 낮아진 것이지만, 입헌민주당 등 다른 야당 지지율이 모두 한 자릿대에 불과하다. 자민당과 정권을 다툴 만한 정당이 없는 셈이다. 

젊은 층의 지지율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20대, 30대에서 높고,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지지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 결과 29세 이하 유권자들은 42%가 아베 정권을 지지한 반면 33%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50~59세 유권자들은 아베 정권을 지지한 비율이 40%, 지지하지 않은 비율이 45%를 기록했으며, 60~69세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비율이 41%,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44%를 기록했다.

즉 50~69세 유권자들은 아베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높은 반면 29세 이하 젊은 세대는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았던 것이다.  

주간문춘은 "젊은 세대는 아베 총리와 관련된 정보를 거의 접하지 않고, 정치에 무관심하다"면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하다 보니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신문이나 뉴스를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관심이 있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합하고 공유하다 보니, 현재 일본의 정치적·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정권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이 어려워 안정적인 지지율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아사히 신문이 실시한 3월 여론조사 결과 아베 정권을 지지한다는 비율이 41%,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38%를 기록했다. 사진 출처=아사히신문
아사히 신문이 실시한 3월 여론조사 결과 아베 정권을 지지한다는 비율이 41%,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38%를 기록했다. 사진 출처=아사히신문

도쿄 올림픽 연기와 함께 아베 4연임론도 부상

오는 7월24일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된 점도 아베에 대한 지지율을 높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지티비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자민당 지지층에서 다음 총리로 적합한 인물로 무려 40%가 아베 총리를 꼽았다. 2위를 차지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원내대표 격)과는 두 배 정도의 격차를 보였다. 아베 4연임론 혹은 임기 연장론이 향후 더욱 주목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후지티비는 이와 관련해 도쿄올림픽 연기를 이유로 삼았다. 현재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됐으나, 정확한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만일 개최가 더 늦어지만 아베 총리 임기가 끝난 이후라는 점이 일본인들에게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후지티비는 "올림픽 유치 책임자인 아베 총리 지휘 아래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임기를 연장하자는 의견이 향후 더욱 부각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이 장기 집권하면서 쌓아온 신뢰감도 굳건한 지지율에 한 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일본 최장수 총리로, 지난 2012년부터 제2차 집권을 시작했다. 일본 국민들은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온 '잃어버린 20년을 아베가 되찾았다'는 평가를 내놓을 정도다.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오랜 집권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감이 반영된 덕택이라는 분석이다. 

후지티비는 "최근 아베 총리에 대해 '지지'로 기울어진 여론은 국가 비상시 결속하려는 일본인의 습성에 기반한 일회성인 것인지, 아니면 그가 총리로 남는 것이 안심이 된다는 영구적인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면서 "아베 정권에 대한 기대와 비판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가 향후 2년 정국을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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