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원지' 중국, 가장 먼저 정상화 수순...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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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원지' 중국, 가장 먼저 정상화 수순...문제 없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23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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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중국내 자체 전염에 따른 신규확진자 '0'
중국 업무 재개율 70%...공장들도 속속 재가동
문제는 무역 상대국 대부분의 경제가 멈췄다는 점
중국 내 소비심리 위축 여전한 점도 기업들에게는 걸림돌
해외유입 사례 많아 섣부른 정상화는 또다시 파장 낳을수도
중국 베이징의 애플스토어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근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애플스토어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근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 세계가 한 순간에 얼어붙었지만, 정작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은 제일 먼저 정상화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중국 본토에서 자체적인 전염으로 발생한 환자 수가 '0'을 기록하는 등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에 따라 멈춰있던 중국인들의 삶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가동을 멈췄던 공장들은 속속 재가동에 돌입했고, 문을 닫았던 상점과 레스토랑들도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통제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중국인들의 소비심리가 여전히 위축되어 있는 데다, 중국 공장들 역시 재가동에 돌입했다 해도 무역 상대국의 경제가 멈춰있는 상황이어서 섣불리 낙관론을 펼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해외 유입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오히려 성급한 정상화 선언이 또다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자신감 "코로나19 위험에서 거의 벗어났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전일과 같은 4.05%로 동결했다. 5년 만기 LPR도 지난달과 같은 4.75%로 유지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막기 위해 가파른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중국 정부도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중국이 코로나19의 위험에서 거의 벗어났다"며 "정상 업무와 생활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위루(陳雨露) 인민은행 부행장 역시 지난 22일 "2분기 경제지표들이 의미있는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비교적 빨리 회복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쳤다. 

이는 세계 각국이 2분기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2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미국의 두자릿대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보다 확진자 수가 두 배 이상 많은 중국이 2분기 빠른 경제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3분기 이후에나 코로나19 이전의 성장 속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인의 삶은 빠르게 정상화 돌입

중국 정부가 정상 업무와 생활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처럼, 실제 중국인들의 삶도 빠르게 정상화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 13일 애플은 중국 내 애플스토어 전 지점의 영업을 재개했다. 코로나의 발원지인 우한 지역에서도 문을 열었다. 전면 휴업에 들어간 지 41일만에 애플스토어 42곳 전 지점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재개한 것이다. 

가구 및 생활용품 전문점인 이케아도 우한 매장을 제외한 모든 매장을 재개장했다. 스타벅스는 90%의 점포가 다시 문을 열었다. 

공장도 재빠르게 가동에 돌입하고 있다. 볼보는 중국 내 사업이 정상화에 가깝게 돌아왔다고 자평했다.  

볼보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내 모든 공장이 돌아왔고, 정상화의 매우 긍정적인 징후가 있다"며 "모든 대리점이 문을 열고 있고, 전시장이 정상과 매우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및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자동차 공장들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가동을 중단하고 있고, 필수용품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으며 이동제한령이 내려지는 것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후베이성은 여행 규제를 완화했고, 우한에 위치한 회사의 직원들 역시 다시 돌아와 업무에 복귀하는 중이다. 우한 내 병원은 코로나19 관련 질환이 없는 환자들에게 개방되는 등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한 남쪽에 위치한 훙후(洪湖)시는 공식적으로 봉쇄 조치를 해제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노무라 분석가들은 우한에 근무중인 직원들 중 90%가 3월 중순까지 업무에 복귀했다고 추정했다. 지난 2월말에는 3분의 1 가량의 직원들이 업무에 복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CNBC는 전체 중국 기업들의 업무 재개율이 70%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업무 재개에도 '빠른 회복' 장담 못하는 이유

문제는 중국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주요 무역 상대국의 경제가 멈춰버렸다는 점이다. 중국의 공장들이 정상적으로 가동해도 이에 대한 수요가 얼어붙었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의 회복 역시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리서치업체 차이나베이지북의 최고경영자(CEO)인 릴런드 밀러는 "내가 지적하는 것은 중국에서 엄청난 수준의 복원력이 보이고 있다 하더라도,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중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이 폐쇄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내 어떤 기업들이라도 세계 각지를 가로지르는 코로나19로 인해 성장률이 크게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은 코로나19로 경제가 마비된 후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산업부문 지표는 여전히 평상시보다 훨씬 느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GDP의 60%를 차지하는 소비경제의 경우 온라인 비디오 게입 업체 등 일부 업종에 대한 사용자만 늘고 있을 뿐, 다른 대부분의 서비스 업종은 여전히 침체돼있다는 설명이다. 

베이징 시내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한 가게 주인은 여전히 거리를 다니는 보행자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이 없지만 우리는 직원들을 다시 일터로 데려가야 한다"면서 "그들은 생계를 꾸려가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 사진=연합뉴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20일 "중국이 코로나19의 위험에서 거의 벗어났다"며 "정상 업무와 생활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언론 "정상화 서두르는 중국, 경계감 높여야 해"

세계 주요 언론들은 중국인들의 삶이 빠르게 정상화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빠른 정상화는 또다시 확진자 급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중국 내부에서는 새로운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으나, 여전히 해외에서 유입되는 사례는 매일 증가하고 있어 다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22일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9명인데, 모두 해외에서 입국한 이들이었다.

지난 20일 왕빈(王斌) 국가위생건강위 관계자는 "중국 내 해외유입 확진자가 늘고 있어 경계해야 할 압력도 높여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지는 "중국은 이 바이러스에 대한 승리를 노리고 있을 수 있지만, 만일 그것이(확진 추세)가 조금이라도 돌아온다면 정상적인 삶은 아직도 먼 얘기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는 나온다. 중국 후베이성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지금 중국에서 코로나19의 발병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단지 최악이 지나갔을 뿐이다"고 말했다. 

한 때 코로나19의 진앙이었던 중국의 경제활동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은 현재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유럽 및 미국 등 다른 나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포브스는 "아직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지만, 긍정과 희망의 징후를 찾는 전 세계 누구에게나 의지하기 좋은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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