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 칼럼] 코로나19 경제대책의 방향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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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칼럼] 코로나19 경제대책의 방향에 대해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승인 2020.03.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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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 용어 정의와 목표가 명확해야
'방역'에 성공하면, 소비하러 나올 것
경제 포트폴리오 변화시켜, 회복기에 앞서나가자
디지털 인프라 투자해 우위를 다져야
의료·관광·공유경제 등으로 내수경제 패러다임 바꿔야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코로나19 경제대책의 중심이 재난기본소득인양 인식되고 있다. 실제 정부 정책은 그렇지 않지만 여론이 이쪽으로 조금씩 모아지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우리가 주장하기에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 3월 9일자에 제이슨 퍼먼(Jason Furman) 교수가 언급했다. 거기에 재난기본소득이란 용어는 없으며, 트럼프가 제안한 감세정책이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니 차라리 모든 성인에게 일회성으로 1000달러를 지불하고 아이들에게 500달러를 주자는 제안이다.

감염이 두려워 소비하러 나가지 않는다

재난기본소득은 용어의 정의와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이번 사태로 타격을 받은 단기 근로자, 자영업자들에게 보조금 성격의 소득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일정 소득 이하 사람들에게 얼마씩을 모두 주어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게 목적인지 분명치 않다. 전자라면 이전부터 이런 지원은 있었던 것이기에 굳이 이 용어를 쓸 필요가 없다. 만일 후자라면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할 필요 있다.

지금 소비가 줄어든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염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돈 50만원 들어왔다고 이걸 들고 소비하러 나간다고 생각하는 건 단순하다.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부분을 돈 몇 십 만원으로 그 행동이 바뀔 수는 없다. 오히려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지 않는 데에 자원을 집중하는 게 낫다.

확진자 증가가 멈추면 훨씬 큰 돈들이 소비를 위해 나오게 된다. 기본소득을 주어도 확진자가 갑자기 증가하여 공포분위기가 조성되면 소비는 얼어 붙는다. 검역과 방역에 자원을 더 많이 배분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한 번의 소득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기 어렵다. 일본도 이런 실험을 해보았지만 나누어준 상품권을 쓰는 대신 현금 지출을 줄였다. 경제학에 '항상소득가설'이 있다.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소득은 소비로 잘 연결시키지 않으며 소득이 지속적으로 늘어났을 때 자신의 소비를 늘린다는 것이다. 재난기본소득이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이게 많은 걸 해결해주리라는 생각은 틀렸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다른 나라에 없는 우리 경제의 특성들

우리는 유럽과 다른 경제 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 유럽이 뛴다고 그 방향으로 같이 뛸 필요는 없다. 우리는 디지털 경제가 발달했을 뿐 아니라 배달과 같은 B to C 물류체계가 뛰어나다. 외식, 영화, 연극, 여행, 패션, 숙박 등의 아웃도어 활동과 관계된 소비는 타격을 받지만 그 외의 소비는 온라인을 통해 불편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음식도 배달되는 사회다. 새벽에 배달된다. 중국도 디지털 공간의 소비가 전체 소비의 25~35%를 차지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오해는 주식시장에도 있다. 우리는 시가총액의 35% 가량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일반인이 퇴직연금이나 자산에서 주식을 보유한 비중이 높지 않다. 그래서 이런 폭락장에서도 의외로 사람들은 무덤덤하다. 미국은 퇴직연금 등의 개인들 자산이 주식에 많이 노출되어 있으므로 이런 폭락장에서 '곡' 소리가 난다.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형 퇴직연금은 기업이 타격을 받는다.

반면 우리는 주식이 외환시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래서 외환시장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한미 스와프 체결은 그런 의미에서 올바른 방향이다. 주식, 채권, 선물시장이 문제가 생길 때 이것이 어떤 고리를 통해 외환시장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거시정책도 마찬가지다. 그 효과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내수경제가 아닌 '대외 의존적 제조업' 경제다. 우리 시장인 미국, 중국 경제가 좋으면 우리도 덩달아 좋아진다. 최근의 주가급락을 두고 재정정책에 실망해서 그런다고 하지만 세계시장이 급락한 영향이 크다. 우리가 과감한 재정 패키지를 제시했다고 미국 주가가 10% 빠지는 데 우리는 무사할 리가 없다.

통화정책의 효과도 크지 않다. 우리는 통화정책으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대외 경제와의 의존성이 큰 나라에서 그 여지는 크지 않다. 게다가 이런 위기 시장에서는 금리의 양극화가 일어나서 신용도가 좋지 않은 곳은 자금조차 구하기 어렵다. 이 부분의 경색을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대외 의존적 경제는 일정부분 천수답 경제구조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은데 우리가 많은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잘 준비하고 있으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 구조에 맞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경제 위해서도 방역이 제일 중요하다

첫째, 방역-방역-방역이다. 확진자가 더 이상 크게 증가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소비하러 나오게 된다. 봄을 맞아 집 밖으로 나오는 소비는 가구에 돈 얼마 주는 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과적이다. 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가 상당히 높아진다. 향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종류는 주기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에 관련한 강력한 자산을 가지게 된다.

그 자산은 글로벌 공급체인에서도 유리하다. 창원, 울산, 구미 등의 제조업 단지에 바이러스가 퍼지면 공급체인에 타격을 준다. 제조업의 라인 조업 중단은 자영업자와 다른 충격을 가져온다. 자영업자는 분산되어 있지만 제조업 라인은 집단화되어 있어 소수의 확진자가 공장을 멈추게 한다.

둘째, 수출체인을 살펴보아야 한다. 수출은 중간재 공급 조달이 여의치 않거나 수요가 줄어들 경우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수출이 줄면 관련 중소업체들에게 타격을 준다. 하청 단계가 내려갈수록 완충장치가 적으므로 연쇄 타격을 받는다. 수출업체와 관련 중소업체의 자금사정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인프라에 투자하여 우리나라가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 새로운 모델로 선두에 서야 한다. 5G, 자율운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이 여기에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의료와 방역시스템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건강보험 체계 개혁 없이는 20년 지나면 유럽처럼 될 수 있다. 우리의 경쟁우위를 지속하게 하려면 건강보험 시스템을 지속 가능하게끔 개혁해야 한다. 디지털 인프라, 물류, 방역시스템 세 박자가 갖추어진다면 우리는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비교우위를 갖게 된다. 프랑스는 하반기로 대학 개강을 미루었지만 우리는 인터넷 강의를 한다. 이번 기회에 디지털 인프라에 투자하여 그 우위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인프라 강화할 기회...내수경제에 큰 산업이 뛰어들어야

넷째, 내수기반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자영업으로 내수경제를 이끌어가기 힘들다. 산업이 들어와줘야 한다. 의료산업, 관광산업, 공유경제 등이다. 이들 산업의 경쟁력은 디지털과 연관되어 있다. 이 산업이 활성화되면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다. 자영업을 큰 산업으로 흡수해야 경제안정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어야 천수답 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재난기본소득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효과가 적을 뿐이다. 표적을 보지 않고 총을 쏘는 격이다. 미국처럼 기축통화라는 실탄을 잔뜩 갖고 있는 나라와는 다르다. 재정 통화 정책 역시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재정 패키지보다 미국과 중국의 재정 패키지에 주가는 더 반응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살리는 데 자원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힘을 다른 곳에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단기 근로자나 자영업 등 피해를 본 곳에 집중 지원하고, 자금시장 경색을 풀고,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유의하며, 수출기업과 그 관련 기업들의 부작용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 모두는 속도가 생명이다.

무엇보다 방역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하며 디지털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자영업에 의존하는 내수경제가 아닌 커다란 산업이 들어와야 하며 이를 위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의 정책에 맞추려 하지 말고 '우리의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자산 운용할 때 폭락장에 미리 대처하지 못했으면 차선의 대책은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장에서 돈을 더 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폭락장에서 포트폴리오를 바꾸어야 한다. 우리 경제에 맞는 정책 포트폴리오를 짜서 회복장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장기신용은행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CIO,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 한국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의 글을 정기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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