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한국금융지주 '오너' 김남구...최고 실적 거두고 9년 만에 회장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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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한국금융지주 '오너' 김남구...최고 실적 거두고 9년 만에 회장 승진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3.21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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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장남…동원산업 대신 증권사 입사
한국투자증권 인수 주도…업계 역사상 순이익 1위 달성
은행 없는 금융지주…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로 승부
사진제공=한국투자금융지주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국내 유일 증권사 중심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로서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업계 최고로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오너 체제’의 장점을 살려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한국투자금융지주를 키워왔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1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김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승인했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김 회장은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회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 최대주주로서 지분 20.23%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글로벌 신사업 확대, 인재경영, 디지털 혁신, 사회적 가치 실현에 더욱 중점을 두면서 현재의 글로벌 금융난국을 헤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 동원증권 명동지점 대리로 증권업계 입문…업계에 30년 몸담아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 회장은 1963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경성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김 회장이 대학 4학년이던 1986년 겨울 북태평양행 명태 잡이 원양 어선에 탄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6개월간 하루 18시간 일하고 6시간 자는 생활을 반복했다고 한다. 묵묵히 목표치를 이루려는 선원들을 보면서 본인을 되돌아봤고 향후 40년간의 인생 계획을 세웠다.

이후 1987년부터 2년 동안 동원산업에서 평사원으로 근무하다 일본으로 떠나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한국에 돌아와 향한 곳은 동원산업이 아닌 한신증권(동원증권 전신)이었다. 이미 글로벌 원양어선 업계에서 ‘톱’에 오른 동원산업보다 성장 가능성 있는 증권사를 택한 것이다.

처음으로 발령받은 곳은 서울 명동지점이었다. 이후 채권부, 기획실, 뉴욕사무소 등을 거치며 증권업 실무를 익혔다. 2000년 동원증권 부사장에 올랐고 2003년 동원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이듬해 동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겸임하게 됐다.

2005년 한국투자신탁(현 한국투자증권) 인수‧합병(M&A)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4년만 해도 한국투자신탁은 동원증권보다 규모가 큰 증권사였다. 한국투자신탁을 품에 안은 김 회장은 동원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사명을 한국투자증권으로 바꿨다. 동원금융지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됐다.

김 회장은 같은해 4월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에, 6월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11년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 9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김 회장의 경영 능력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성장세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은 5조330억원, 자산 규모는 60조7663억원에 달한다. 2009년 말 자기자본과 자산 규모는 각각 1조8880억원, 13조4579억원이었다.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등 8개 자회사를 비롯해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40개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 업계 선도하는 한국투자증권…최고 수준 실적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김 회장의 오너 경영 아래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김 회장은 브로커리지에 의존해 오던 기존 증권사 수익 구조에서 탈피, 한국투자증권의 수익 구조를 IB(Investment Banking), 자기자본투자(PI), 자산관리(WM) 등으로 다변화했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든 셈이다. 이후 주요 증권사들은 경영 목표로 다변화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금융위원회의 초대형 투자은행(IB‧자기자본 4조원 이상) 지정과 동시에 단독으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기도 했다. 덕분에 이듬해 경쟁사들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얻기 전까지 발행어음 시장 선발 주자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아울러 김 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성장 비결 중 하나로 ‘인재’를 꼽는다. 최고의 인재를 선발해 성과를 내고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겠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이 2003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학에서 열리는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에 참석하는 것도 이같은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

또 한국투자증권엔 성과만큼 돌려주는 보상 체계가 있다. 실제 2018년 상반기엔 한국투자증권 차장급 직원이 22억원을 받아 김 회장보다 많은 보수를 기록,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그 결과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 8653억원, 순이익 7099억원을 냈다. 국내 증권사 연간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말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5조4585억원으로 1년 만에 1조원 넘게 불었다.

김 회장의 목표는 한국투자증권을 아시아 최고의 증권사로 만드는 것이다. 아시아 경제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미래가 밝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홍콩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사업 영토를 넓히는 중이다.

◆ 오너 경영인 장점 살려 신사업 도전…카카오뱅크 성공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주요 자회사에는 한국투자증권외에도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등이 있다. 지난해 8월엔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한국투자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또 손자회사로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투밸류자산운용 등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김 회장이 오너 경영인으로서 신사업 진출을 진두지휘하며 금융투자뿐 인터넷전문은행, 벤처투자, 여신전문업, 헤지펀드 운용 등 금융업 전반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자리 잡게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밸류운용을 통해 카카오뱅크 2대 주주로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2015년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최대주주로 참여할 때에도 김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은행 자회사가 없었던 대신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성에 주목했다. 전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김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시중은행이 제공하지 못했던 편리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성장 궤도에 올랐다. 2017년 7월 영업 개시 후 2년 만인 지난해 7월엔 계좌 개설 고객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당기순이익 137억원을 달성,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자리를 카카오에 넘기고 2대 주주가 됐다. 앞으로도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투자와 카카오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금융서비스 플랫폼 확장에 동참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앞으로 금융투자업이 한국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강의 제조업을 가진 나라로 그간 반도체‧철강‧자동차‧화학 등 제조업이 한국을 먹여 살려 왔다”며 “앞으로는 금융투자업이 한국이 맞닥뜨린 인구 고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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