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지금의 중국처럼 우리나라도 고도성장기가 있었다.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세우고 정부가 투자를 주도하고 성장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성장이 최우선이었고 기업들의 자금수요를 위해 정부도 통화팽창을 자주 활용했다.
그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다. 그 당시에는 일자리가 늘고 인구도 빠르게 늘던 시대여서 시중에 자금공급을 늘리면 곧바로 물가상승이 유발되곤 했다. 정부는 성장을 향해 달려가기 바쁜데 물가상승이 발목을 잡곤 했다. 물가가 급등하면 주부들은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불평했고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위적으로 낮추어 잡은 소비자물가 지수를 내세워 국민의 불평을 피해보고자 했다.
수십 년 동안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국민들은 상습적인 물가상승에 시달리고 집을 장만하는데 곤혹을 치렀다.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랐고 대출을 받아서라도 하루 빨리 집을 사는 것이 재테크가 되어 버렸다. 땅값과 집값이 무섭게 치솟은 결과 부동산은 부의 척도가 됐고 부자일수록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게 되었다. 경제성장을 위한 통화팽창 정책이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부추였고 오랜 세월 빈부격차를 조장해온 셈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겪은 경험이 축적되어 한국인의 머리 속에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각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언제부터인가 물가 상승이 몰라보게 둔화되었고 부동산 가격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이 바뀌었을까?
첫째는 일자리 창출 부진이다. 기술혁신의 부작용으로 사라지는 일자리가 많아졌고 세계화의 역풍으로 무한경쟁 시대에서 1류 기업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 2류와 3류 기업의 퇴출이 늘어났다.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니 중산층 규모도 줄고 소비도 준다.
둘째는 인구구조 변화이다. 인구증가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었고 앞으로 약 10년 후부터는 인구가 감소할 전망이다. 노령화 속도도 빨라 투자와 소비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현금보유를 늘려 새로운 투자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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