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이 판국에 주식투자 벼르는 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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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이 판국에 주식투자 벼르는 심리는?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3.23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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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문 막히고 곳곳에 휴직 해고...고용불안에 장래불안까지
빚내더라도 주식투자해 '인생 역전하자' 심리 만연
투자고수도 "이런 장은 위험" 한발 빼...금융위기때 성공 확률 낮아
'빚내서 투자'는 안돼...신중하게 투자공부 충분히 한후에
코로나사태로 2030세대가 고통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19 경제팬데믹으로 2030세대이 사회 진출후 처음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출렁거리는 주식시장을 보는 2030세대의 심경이 복잡하다. 반등을 기대하며, 이번 참에 주식투자에 도전해보자며 무리한 기대를 품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왜 이들이 이렇게 무모해졌을까.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2030세대들이 실업·취업불가 등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이들을 무모한 전쟁터로 내모는 배경일지 모른다. 

◆공무원시험 연기에 망연자실...할 수 있는 게 없다

노량진에서 경찰공무원 준비를 하는 A씨. 그는 "다음달로 예정돼 있던 시험이 코로나 사태로 무기한 연기돼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준비기간이 길었던 만큼 이번엔 꼭 합격하겠다는 일념이었다는 그는 "학원들이 모두 휴원인데다 도서관마저 문을 닫아 공부할 곳조차 없다"고 했다.

예년 같으면 대기업들 상반기 공채와 공무원 시험이 시작됐을 3월. 올해는 채용을 연기한다는 공고만 이어질 뿐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취업희망 1순위인 삼성, 현대차, CJ 등 유수 기업들은상반기 채용일정을 다음달 이후로 연기했거나 연기를 검토 중이다.

공무원 시험 연기가 사회 첫 출발을 꿈꾸는 2030대엔 치명적이다. 청년구직자의 40%가 준비하고 있고 하는 시험이니 이들의 상실감은 그 무엇보다 컸다.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5급 공무원 공채와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지역인재 7급 수습 필기시험이 연기됐다. 이달 28일로 계획돼있던 9급 국가직과 소방직 공무원 필기시험도 5월 이후로 연기한다고 채용당국이 밝힌 상태다.  

취업에 필요한 어학시험과 자격시험들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연달아 취소되고 연기됐다. 

코로나사태로 고통 받는 건 취업준비생 뿐 만이 아니다. 사회초년생이나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던 젊은 세대도 불안에 떨긴 마찬가지다.

코로나사태로 인한 사업체 경영악화로 2030대 대상 해고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사태로 인한 사업체 경영악화로 2030대 대상 해고도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황은 악화일로...앞이 보이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을 다니던 30대 B씨는 지난주 해고통보를 받았다. 

B씨는 "사장이 코로나사태로 매출이 좋지 않다고 이번주 내로 나가달라고 했다"며 "다음달에 예정된 지출이 있어 이번달 말까지 근무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질 못했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사실은 알았지만 사전 고지도 없이 다짜고짜 통보할 줄은 몰랐다"는 그는 "집을 옮기느라 대출 받은 것도 가장으로 집안을 먹여살려야 하는데 다음달부터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 했다. 

해고라는 최악은 면했지만 무급휴가로 업무를 쉬고 있거나 휴업 상태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청년들의 불안감도 이에 못지 않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항공업계는 이미 지난달부터 전직원 및 일부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대폭 확대해가고 있다. 

예약률 감소와 환불·취소 등으로 홍역을 앓는 호텔업계도 마찬가지. 롯데호텔은 전직원을 대상으로 1주일간 돌아가며 무급휴직을 쓰게 하겠다고 했다. 다음달 1일부터는 급여의 70%만을 지급하는 유급휴직도 실시한다.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더 심각해질 게 뻔하다. 사직 권고나 해고 등 사례가 나타나리라는 짐작은 당연해 보일 정도다.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요청하는 사업장이 매일 1000곳 이상에 이르고, 예약 급감으로 폐업한 여행사도 최근 한달새 100곳이 넘는다"며 "실직자들의 수가 크게 증가된 상황에서 다음달 집계될 실업급여 확대폭은 더욱 늘어날 전망"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대 비중이 높은 단기 아르바이트와 인턴·수습 등 30대 비중이 높은 비정규직 근로자 등은 실업급여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아 집계조차 안된다"며 "상대적으로 실업위기에 있는 20대에서 30대가 많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2030세대가 급락한 주식시장에서 반등을 통한 차익 실현을 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30세대는 급락한 주식시장에서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왜 주식 투자냐고요? 조급해져서

이처럼 고용 불안 상황에서 기댈 곳이 없어진 2030세대는 소위 '한방'의 역전을 노리고 있다. 급락한 주식시장이 이들의 무대가 되고 있다. 대출여력이 있는 일부 젊은 직장인들이 급락장에서 반등을 노리고 빚까지 내가며 주식을 사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항공업계에 근무 중인 직장인 C씨는 "회사 상황이 IMF위기 때보다 좋지 않다더라. 계속 일할 수 있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 (주식) 저가 매수해 차익 실현하는 것만이 기회라고 생각해 인생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아돈 자금에 지난 주에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추가로 3000만원을 투자했는데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지난 17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총 3023만 8046개.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계좌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 6일엔 사상 처음 3000만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 이후 꾸준히 늘고 있는 것.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반등 기대를 가진 젊은층 고객이 크게 증가한 게 사실"이라며 "지난달 신규 계좌중 약 60%가 20대~30대 고객이 개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매수, 반등 기회가 오더라도 이들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일단 반등 기회가 쉽사리 오지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시장상황 예측이 불확실하다. 또 2030세대는 투자경험이 없어 차익실현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이 과거 IMF(국제통화기금)사태 때 불안한 시장상황에서 주식투자에 성공한 사례 등을 접하고 낙관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며 "과거 IMF 사태나 경제위기 등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 우려가 앞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젊은 층의 고용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월급을 제외한 수익 수단을 찾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정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순 없다는걸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닥밑에 지하층이 있다...알수 없는 저점

실제 과거 경제위기 때도 바닥이라고 생각한 저점을 뚫고 주가가 내려가 투자 피해가 더 커진사례가 적지 않았다. 1996년 6월 IMF사태 전 913.25였던 코스피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2년만에 280.00으로 약 70%하락했고 1년후인 1999년 6월이 되어서야 900선을 회복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는 코스피가 2007년 10월 2064.85에서 1년 만에 938.75까지 절반이상 떨어진 적도 있다.  

증권업계에선 코로나19사태가 과거 금융위기 때보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더 심각해 향후 시장 상황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한 투자 전문가는 "주식투자 경험이 없는 2030세대는 변동성이 큰 장세에선 빚 내서 투자하려 해선 안된다"며 "신용경색 우려가 번지고 있는 만큼 저금리 상황도 변화가 와 비싼 대가를 치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저가매수 기회를 노리고 증권사를 통해 빚을 내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반대매매가 급증한 사실이 이러한 위험성을 반증한다. 

지난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이 260억5800만원이나 됐다. 코로나19사태가 발생하기전인 지난해 말 7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장기간 폭락장이 이어지며 주식을 빌려준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강제 처분한 주식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이다. 

개인이 투자하고자 한 방향과 다르게 강제로 떨어진 가격에 주식을 매도하게 되기 때문에 손실 규모는 커질 수 밖에 없다. 하락장에서 반등을 노리고 신규진입한 2030대도 이러한 시장상황에 강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현금을 지킬 때다...빚내서 투자는 안돼 

하나은행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주식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고 싶어하는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경제가 불안하고 주식시장이 출렁일 땐 원금 보전에 방점을 두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IMF사태 때 주식투자를 통해 대박을 터트렸다는 사례들이 종종 있었지만 사실 그 기간에 수익을 올렸던 대부분의 사례는 자산 현금화에 성공했던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연체가 생기고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대출금리가 치솟기 때문에 새내기 직장인은 대출을 피해야 한다"라며 "투자에 욕심이 나더라도 대출은 최소화하고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지키며 시장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현금 지키기가 최고라는 얘기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수의 바닥을 예측하기 힘든데다가 주가의 변동성도 큰 상황이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가 투자에 나서겠다면 우량주나 보수적인 배당주 등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걸 추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이 어느정도 회복세에 들어선 후 위험과 기대수익률을 높여가도 크게 늦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짜 점심이 없듯, 쉽게 벌면 쉽게 나간다는 것도 2030세대들이 투자전에 배워야할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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