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 급매물 하나둘씩 출현...'신화'는 흔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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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동산 급매물 하나둘씩 출현...'신화'는 흔들리고
  • 손희문 기자
  • 승인 2020.03.21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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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억 매매가 낮춘 강남 부동산 거래 등장 이어져
부동산중개업측은 '반신반의'...애써 무시 또는 부인하는 中
급매물 물량 크게 늘진 않을 듯...자산 시장 혼란에 관망세로 보일듯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사진제공=삼성물산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사진제공=삼성물산

[오피니언뉴스=손희문 기자]  "팔 사람들은 작년에 거의 다 팔았을 겁니다. 지금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니까 사정 급한 다주택자들이 조금씩 내놓는 것일 뿐, 그렇다고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 거에요."

최근 서울 주요 단지에서 수억원씩 낮은 값에 실거래된 급매물 사례가 속출하면서 집값 하락이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 경제팬데믹'이라 칭할 만큼 글로벌 자산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그 여파가 서울 부동산시장에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덤덤했다. 앞으로 서울에서 매물이 쏟아져 나올 정도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동산으로 매수세가 몰릴 것 같지도 않다는 견해다. 하지만 가격 하락세는 본격화된 것일까.    

21일 부동산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에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종전 거래가보다 크게 낮춘 가격에 집을 내놓은 경우가 눈에 띄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감정원 부동산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전용 73㎡는 18억6000만원에 매매됐다. 이달 초보다 2억원 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역시 지난 12일 22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였던 지난해 10월보다 4억3000만원 싼 값이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5㎡는 지난달 17억원대에 거래돼 지난해 말보다 2억원 가량 떨어졌다.

이처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6개월 유예가 차츰 끝나고 있어 하나둘씩 급매물이 나오는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다. 반대로 몇몇 곳에서는 현재 시중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사실에 반신반의하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예를 들면, 지난 10일 강남구 수서동 수서삼익 전용 60㎡이 8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종전보다 3억원 내린 가격이었다. 수서동의 한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같은 면적이 12억원에 매매돼 잔금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점을 볼 때 8억5000만원짜리 거래가 통상적인 거래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송파구 잠실동 잠실 리센츠 전용 84㎡(8층 위치)가 매매가 16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평균 실거래가인 18억9966만원보다 3억원 내려간 거래였다. 

이를 두고 잠실 리센츠 상가 내에서 공인중개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같은 단지 내에 있으면 알 법도 한데 들어본 적도 없다"며 "지금(20일) 1층이 18억에 거래되고 있다. 사실상 그 가격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같은 상가 내 또다른 공인중개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감정원 공시가격이 공개되고 난 뒤에 그 거래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향후에 이 가격에 매물이 나올 확률은 없어 보인다"고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인근의 송파우성아파트 전용 96㎡(7층)도 이달 11일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월 거래된 18억3000만원(5층)보다 약 2억원 떨어진 값이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공인중개업체를 운영하는 D씨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그 건은 가족거래일 가능성도 있어 뭐라고 말 못하겠다"면서 "전용면적 86㎡ 짜리도 16억에서 (가격이) 밀리지 않는다. 현재 1층 집 시세가 15억50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서울 강남권에 급매물이 쏟아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서서히 '서울 집값은 안떨어진다'는 신념이 무너지는 수준의 급매물 출현은 사실로 보인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부담을 덜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는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공동주택)의 공시지가는 평균 21.15% 상승하게 된다. 특히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25%를 넘을 전망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한 보유세 부담이 당장 눈앞으로 다가올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급매물이 나오는 현상 뒤 배경에는 실물경제 위축으로 자산가치가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자산을 현금화하려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히는 현 상태에서 서울지역의 급매물이 급증하기보다는 관망세에 접어들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또 "지금 현재로는 코로나19라는 큰 변수가 있기에 부동산 투자가 옳은지, 아닌지 한쪽 방향으로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서서히 관망 분위기를 띄고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코로나 사태의 진정세와 실물경제 영향도에 따라 일반 매매시장이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를 생각한다면 서두르지 말고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하는 게 좋겠다는 게 박위원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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