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자신하던 트럼프...코로나19 경제 위기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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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자신하던 트럼프...코로나19 경제 위기에 '흔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2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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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경제 자신했으나 코로나19로 순식간에 황폐화
선거연도의 경제상황이 유권자 판단에 상당히 중요
금융위기 이후 경제 안정 이끈 바이든의 부상도 부담
코로나19 위기 극복하면 오히려 재선 가능성 높일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2월 중순만 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보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슈도 소용이 없었다.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실업률,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는 뉴욕 증시, 세계적인 경기성장 둔화 속에서도 유독 탄탄했던 미국 경제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에서 빠지지 않는 자랑거리였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했다.

미국 국민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 만족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에 따르면, 지난 2월 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도는 49%를 기록, 취임 후 최고치를 보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이보다 더 밝을 순 없다'고 평가한 언론도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등장으로 미국 주식시장은 순식간에 황폐해졌고, 뱅크오브아메리크(BoA)는 미국이 이미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2분기 미국 GDP가 14%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순식간에 미국 경제를 망가뜨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무기도 그 힘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무기를 잃어버린 트럼프 대통령. 그토록 밝아보이던 그의 재선 가능성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선거연도의 경제상황은 유권자 판단에 중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학계 조사 결과 유권자들에게는 선거연도의 경제상황이 그들의 판단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 성과에 대한 판단은 2분기 이내에 굳히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모리대학의 앨런 아브라모위츠 정치학 교수는 "대부분의 선거 예측 모델을 분석해보면, 선거 연도의 경제 상황이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특히 2분기는 유권자들의 판단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상황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19일(이하 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미 1만명을 넘어섰다. 100명을 넘긴지 불과 보름만에 엄청난 속도로 확진자 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미국 내에서 걷잡을 수 없이 전파되자, 미국의 경제도 그대로 멈춰버렸다. 19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9만1000건으로, 전주보다 무려 7만건이 늘었다. 이는 2년6개월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난 것이며, 당초 전문가들의 전망치(22만2000건)도 크게 웃돌았다.

주요 언론에서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미국의 실업률이 20%에 이를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와 관련 "내가 말한 것은 수학적인 얘기일  뿐"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않을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미국 국민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걱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빠르게 전파되기 직전 "우리는 완벽히 통제중"이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자신감이 무색하게 코로나19는 빠르게 확산됐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졌다. 

지난 17일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4%로 5%p 하락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7%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돈을 푸는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지에 따르면, 당초 그의 보좌관들은 85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제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1조 달러 수준으로 늘릴 것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

관건은 이같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지 여부다.

블룸버그통신은 "경기 침체기에 정부로부터 현금을 받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시각을 향상시키거나, 경제에 큰 도움을 줄 지 여부는 전혀 확실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바이든의 부상도 트럼프에게는 위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인기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17일 치뤄진 경선에서 3개주를 모두 휩쓸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격차를 벌렸다. 주요 언론은 바이든 부통령이 사실상 대선후보 지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과 같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은 꽤나 강적이다. 

매튜 바레토 UCLA 정치학과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는 매우 심각했다"면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2009년 경제 안정을 이끌어내는 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바이든 전 부통령은 경제 위기에 직접 대응한 경험이 있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놓은 인물인 만큼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설명이다. 

CNBC에 따르면, 윌리엄 갈스턴 브루킹스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10시(미 동부시각) 기준 미국 코로나19 확산 현황. 사진=연합뉴스
18일 오후 10시(미 동부시각) 기준 미국 코로나19 확산 현황. 사진=연합뉴스

"위기 극복하면 연임 가능성 높아져"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를 잘 해결한다면 오히려 재선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랍권 언론인 알자지라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은 남북전쟁,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조지W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금융위기 속에서 연임에 성공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어려운 시기를 겪어낸 대통령은 연임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최근의 위기가 자연재해와 같은 예상치 못한 위기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약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브라모위츠 교수는 "블랙스완이 초래한 불경기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스완이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이례적인 사건을 의미하는 말로, 코로나19 역시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와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해 '중국 바이러스'라고 재차 언급하는 것 역시 자신의 책임이 아님을 강조하는 태도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코로나19 확산 직전 미국의 경기가 좋았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긍정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위기 직전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유독 강했다"며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가 안전하게 지나가면 여전히 강한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한 조언자는 "45일 안에 모든 것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관건은 코로나19가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이 될 지 여부다. 

워싱턴포스트는 "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정책 능력과, 위기를 헤쳐나가는 능력은 그의 정치적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공황을 초래한 허버트 후버로 기억될지, 아니면 대공황의 혼란에서 나라를 이끈 프랭클린 루스벨트로 기억될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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