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양손잡이 경제] ‘경제 팬데믹’, 압도적 재정 투입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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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의 양손잡이 경제] ‘경제 팬데믹’, 압도적 재정 투입이 답!
  • 최남수 경제평론가, 전YTN사장
  • 승인 2020.03.19 14: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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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팬데믹' 전례 없는 대책 필요
이미 낮은 금리인하로는 한계
성장•분배 병행하는 '양손잡이 경제'로 가야

 

최남수 경제평론가
최남수 경제평론가

[최남수 경제평론가, 전 YTN 사장] 예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검은 백조(블랙스완)’가 나타나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블랙스완은 코로나19. 워낙 전염 속도가 빠른 이 바이러스는 글로벌화로 낮아진 국경을 넘어 감염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각국은 지역 봉쇄, 여행 금지, 격리 조치 등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방어벽을 쌓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직 백신조차 나오지 않은 바이러스여서 ‘코로나19 퇴출’을 선언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코로나19 경제침체 두가지 특징

당장 급한 과제는 코로나19의 확산 억제와 유증상자 치료이다. 의료적 대응 못지않게 걱정이 큰 것은 경제적 충격이다. 2003년의 사스와 비교하면 코로나19는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일어났다. 사스 때는 세계 경제가 호조여서 사스 종료 후 경제는 바로 V자 반등을 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고 독일과 일본 등 경제도 시들시들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터졌다. 경기가 회복 탄력성을 되찾을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19 경기침체’는 전례 없는 두 가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경제 위기는 아시아 외환위기, 유럽 재정위기, 미국 금융위기처럼 한 지역에서 발원이 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바이러스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지만 경제 충격도 팬데믹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스 때보다 글로벌 비중이 높아진 중국 경제의 몸살이 세계 경제에 ‘한냉전선’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의 8.5%에서 올해 19.7%로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IMF 전망). 그동안 ‘나홀로’ 장기 확장 국면을 지속해온 미국 경제도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이미 침체 기조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사태는 또 수요 급랭과 공급 충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으며, 그만큼 정책 대응의 여지를 좁혀놓고 있다. 돈을 많이 푼다고 해서 근로자들의 격리 조치로 인해 멈춰선 공장들을 다시 문을 열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수요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와 대조적으로 공급 충격은 생산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제적이고 강력한 재정 투입 불가피 ...50조원 대책 시의적절 

대외여건이 급전직하로 악화하면서 한국경제도 비상등이 점멸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40%가 넘고 그 수출 중 4분의 1 이상이 중국으로 가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냉각은 ‘겨울 한기’로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과 유럽 경기 악화,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동맥 경화도 부정적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소비와 투자 등 얼어붙은 내수를 회복시키는 일도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다. 실물경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자금 파이프라인’에 온기가 돌게 하려면 단기 응급대책으로 선제적이고 강력한 재정 투입을 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타격이 큰 중소기업과 취약계층 등에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11조 7천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데 이어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도산을 막고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 조치를 확정한 것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다.

통상 경제 위기가 오면 금리를 3%포인트 정도 내려야 위기 방어의 효과가 있다는 게 실증적 분석이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낮아질 대로 낮아진 금리를 소폭 내리는 정책만으로는 경제의 ‘코로나 감염’을 완화하는 일은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전례 없는 비상상황인 만큼 대책도 전례가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

지금은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정책 선택은 어려운 상황이다. 부작용은 추후 위기 종료후 해결하되 지금은 취약계층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경제의 ‘최후의 보루’를 지켜내야 한다.

보수적 경제학자인 맨큐 하버드대 교수조차 “지금은 정부 부채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며 모든 미국인에게 1천 달러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필요하다면 재정이 더 곳간을 풀어야 한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해온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1995년 노벨상 수상)가 “야전 참호에서는 모두가 (정부 개입을 지지하는) 케인스주의자가 되는 것 같다”고 한 말이 올바른 처방이다.

코로나19 경제 침체이후 글로벌 경기가 회복 탄력성을 되찾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경제 침체이후 글로벌 경기가 회복 탄력성을 되찾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경제 진로, 이번에 바꿀 기회 맞았다

이 시점에서 한국경제의 진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이제 경제의 운전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본질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이번 사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경제는 체력 강화를 위해 근본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의 충격은 이 점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현주소는 어떤가. 국제적 비교로 나타나는 경쟁력 수준은 부문별로 양호한 점도 있고, 위기 신호를 내는 요인도 적지 않다. 문제는 미래의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데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기술 수준은 중국에 이미 따라잡혔고 디지털 경제에서는 중국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저출산 및 고령화, 생산성 정체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 면에서도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정도가 심한 국가에 들어간다.

성장 회복과 양극화 완화, 이 두 가지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융합적 문제 해결을 위한 발상의 창의적 전환이 시급해졌다. 무엇보다 진영논리의 경직성에서 경제가 비켜서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분법, 진영논리 벗어난 '양손잡이 경제'를

필자는 이런 점에서 성장을 부추기는 ‘오른손 정책’과 양극화를 완화하는 ‘왼손 정책’을 잘 조화시키는 ‘양손잡이 경제’를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로 제시한다. 성장과 분배, 시장 대 정부, 기업 대 노동을 이분법으로 보는 사고에서 벗어나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실용적 접근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 현장의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노사정 합의뿐만 아니라 기업을 보는 긍정적 시선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이다. 기업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적용을 하되 ‘친기업=반개혁’의 낡은 틀은 깨뜨려야 한다. 기업을 성장의 주역으로 인정하고 등 두드려주는 정책이 본격화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산업정책에 대해서는 ‘작은 정부’, 복지에 대해서는 ‘큰 정부’를 절묘하게 실현한 북유럽에서 배워야 한다.

대신 기업은 미약해진 낙수효과, 즉 성장의 열매를 나누는 시스템을 복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 노력 중 하나가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 초점을 맞춘 ‘양손잡이 경영’을 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재계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주주만을 고려하는 주주자본주의의 종언을 선언하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깃발을 들었다. 한국 기업들도 미국 재계의 문제 제기를 경청하고 사회의 ‘공동선’을 반영하는 기업 경영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 급속한 고령화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면 한국경제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딱 한 번밖에 기회가 없다는 절박함으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경제라는 ‘경제공동체’를 회복시킬 해법이 보이고 공감대가 형성되고 실행력이 생길 것이다.

● 최남수 경제평론가는 한국경제, 서울경제, SBS 등 언론사에서 경제 전문기자로 일한 뒤 머니투데이방송 대표이사, YTN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SK증권 사외이사, 보험연구원 보험발전분과위원장, 유튜버(‘행복한 100세’) 등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 경제 딱 한 번의 기회가 있다’, ‘교실 밖의 경제학’ 등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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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옥 2020-03-19 17:26:18
양손잡이 경제학이라는 신선한 표현이 참 좋습니다. 한국 경제가 이번 위기를 통해서 성장과 분배, 시장 대 정부, 기업 대 노동을 이분법으로 보는 제한적인 시각에서 탈피해서 더 힘차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