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나라, 두개의 정부' 포용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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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나라, 두개의 정부' 포용하는 중국
  • 김인영
  • 승인 2015.11.0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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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잔핑, ‘중국은 하나' 강조하며, 대만 독립엔 강력 경고

 

하나의 나라에 두 개의 정부가 있다면 대개가 내란의 상태에 있는 나라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인정하는 경우는 특수한 케이스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면서 대만 정부를 인정하는 모순의 논리를 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일 마잉주(馬永九) 대만 총통과 만나 회담을 가진 사실은 분단 66년만에 대만 정부를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시진핑은 그 자리에서 ‘하나의 중국’을 강조했다.

‘하나의 중국, 두 개의 정부’가 가능할까. 현대 정치학 내지는 국가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다. 하지만 오랜 중국 역사를 살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중국은 공화정을 하기 이전까지 황제국가였다. 중국 황제는 통치권이 미치는 영토엔 아들과 친척, 측근 장수를 보내 왕으로 봉해 직접 통치하고, 통치가 미치지 않는 주변 나라도 번국(蕃國) 형태로 자치권을 인정하며 지배했다. 번국은 조공을 바치고, 황제는 하사품을 내려줬다.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교역이다.

중국 공산당의 철학인 유물 변증법은 「正」-「反」의 모순이 질적 전환을 통해 「合」으로 가는 것을 골자로 한다. ‘2개 정부’라는 모순이 66년의 세월을 거치며 ‘하나의 국가’로 질적 전환을 시키겠다는 뜻이다.

양안 관계에서도 중국을 본국으로 하고, 대만으로 하여금 중국의 일부임을 인식시키고 교역을 활성화하는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에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며 「1국 2체제」의 실험에 성공했기 때문에 대만과 「1국 2정부」 체제를 실험대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다운 대단한 포용력이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7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하나의 중국’ 강조-「92공식(九二共識)」 재확인
“뼈 부러져도 살로 이어진 형제, 물보다 진한 피"

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감성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이 발언은 동포애와 형제애를 강조하는 것으로, 반세기 이상 갈라졌지만,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지난 66년간 양안의 동포가 비바람을 겪고 오랜시간 단절돼 있었지만 어떤 세력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

"우리는 뼈가 부러져도 살로 이어진 동포 형제이며 물보다 진한 피를 지닌 가족이다“

"현재 양안관계는 선택을 위한 기로에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앉은 것은 역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양안의 평화발전의 성과을 다시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양안 동포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후손들이 아름다운 미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양안이 민족에 대한 책임과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역사의 고련을 이겨낼 수 있는 선택을 해야한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군사적 대치로 동포들이 단절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뼈에 사무치는 고통과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여한을 남겼다“

"해협이 더이상 형제 혈육간의 정을 갈라놓을 수 없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들이 함께하고 싶은 갈망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양안의 중국인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전한 능력과 지혜를 갖고 있으며 세계와 지역의 평화·안정·번영을 위해 공헌할 수 있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회담에서 두 정상은 「92공식」을 재확인했다. 「92공식」은 1992년 11월 민간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홍콩에서 회담을 갖고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중화민국(대만)이 각자의 해석에 따른 명칭을 사용(一中各表)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회담에서 시진핑과 마잉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되며 대만의 각 당파·단체가 「92공식(九二共識)」을 견지하기를 희망한다"며 92공식 지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마 총통도 양안의 평화발전을 위한 5대 주장 중 첫 번째로 하나의 중국 원칙인 92공식의 공고화를 제시했다. 양안 간 해석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92공식은 지금까지 중국과 대만 양안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용어가 됐다.

 

대만 독립세력엔 ‘재앙’ 경고

정작 공식 회담에 들어가서는 시진핑은 좋은 얘기만 하지 않았다. 시진핑은 "양안의 최대 위협은 대만독립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대만 독립세력은 양안의 평화발전을 저해하고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1월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며 집권가능성이 점쳐지는 민진당을 경고한 발언이다.

시진핑이 관례를 깨고 대만의 정부수반과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든 직접적인 배경은 그동안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국민당이 정권 교체의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당은 지난달 훙슈주(洪秀柱) 후보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주리룬(朱立倫) 주석을 새로운 대선후보로 선출했지만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국민당 후보를 크게 앞서면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민진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인 「92공식」을 부정하고 독립노선으로 기울고 있어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양안 관계는 다시 과거의 갈등 관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단지 중국이 내년 1월 대선에서 패색이 짙은 국민당 후보를 지원 사격하는 용도로만 해석할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이미 대선 판세는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로 야당인 민진당의 당선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도 현재의 국민당이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차기 총통으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차이 주석에게 지나친 독립 추구에 대해 모종의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민진당의 차이 후보도 "총통에 당선된다면 시 주석과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민당이 역전을 통해 다시 정권을 재창출하게 되는 시나리오를 최상으로 보고 있지만 민진당에 정권이 넘어가더라도 대만 독립이라는 마지노선은 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있다.

 

대만의 독립파 지도자였던 천수이볜(陳水扁) 민진당 후보가 지난 2000년 총통선거에서 당선됐지만 중국과 대만은 이듬해 1월 대만 진먼다오(金門島)·마쭈다오(馬祖島)와 중국 푸젠(福建)성에 한해 '소삼통'(小三通:통항·교역·우편거래)을 실시했다. 그해 11월엔 대만이 중국인들의 대만 방문을 부분 허용하는 등 천 총통 시절 초반에는 양안이 밀월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당근책 대만 AIIB 가입 환영

시진핑은 대만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당근책도 내놓았다. 그는 "대만 동포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참여하고 적당한 방식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는 것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대만의 수많은 이산가족이 대륙을 방문하지 못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조치를 취할 뜻을 밝혔다.

마 총통이 제안한 양안 핫라인 설치에 대해서도 그는 "핫라인 설치는 양측이 위급한 상황에서 서로 소통하고 오판을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안사무 담당 기구가 먼저 핫라인을 개설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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